길을 아는 것, 길을 가는 것제958호시기적으로는 봄이지만 아직 봄이 되지 못한 시간, 꽃망울이 필까 말까 하는 그 시간 속에서 한적한 길을 따라 서울 도봉구 창동 도봉어린이문화정보센터(도봉아이나라)를 찾았다. 지역에서 ‘왕언니’로 통하는 한 ‘아줌마’가 동네 ‘아줌마들’과 함께 8평 컨테이너에서 시작해 29평 동네 상가 건물의 작은도서관을...
당신의 마음도 경호해주고픈제956호레드카펫 위를 걷던 여배우가 환호하는 팬에게 눈인사를 하다가 발을 헛디뎠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순간 한 남자가 달려오더니 그녀를 잡아준다. 그녀를 쭉 지켜보고 있던 그는 도열한 ‘맨인블랙’ 중 한 명인 임성준(36)씨. 그는 올해로 경력 13년차의 베테랑 경호원이다. 주말 근무, 규율 엄격...
하루는 지고 하루는 싸운다제954호“신문 보고 전화 걸어가지고, 면접 보겠다고. ‘일단 와봐라. 일할 수 있냐’ 그러기에 ‘예’ 하고 된 거죠.” 새 직장을 구하는 일은 간단했다. 박종평(32)씨의 예전 직장은 직원이 네댓 명 되는 작은 공장이었다. 다들 가족 같았다. 사장은 그에게 야간대학까지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종평은 ...
우리의 목적은 선동 아닌 예술제952호1895, 1896을 넘어 1902, 그리고 1903.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숫자들은 어디까지 이어지게 될까. 바로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 중 국내 최장기 투쟁이 된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의 투쟁 일수이며 그들의 아픈 기억과 현재 진행 중인 고통과 노력이 담겨 ...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선생님제950호철학 시간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데카르트의 <성찰>을, 영어 시간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영역본을, 역사 시간에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를 읽는 학교. 20세기 대중음악을 배우는 수업 시간에는 학생...
“아, 안 보이지 나는 그렇게 문득문득”제948호그는 ‘심심한 떡라면’을 주문했다. 살짝 불은 라면을 먹으며 우리는 좀 심심하게 만났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의지의 한국인’ 같은 단무지 없이. 김재왕 변호사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이하 희망법·www.hopeandlaw.org)에서...
구두를 만드는 일 그 부조리한 행복제946호어릴 적부터 아름다운 것이 좋았다. 시골에서 달 보고 풀 보고 자란 탓인지도, 위로 4명이나 되는 언니들 치장을 보고 자란 탓인지도 모른다. 그냥 좋았다. 어릴 적에는 그것이 악기라 생각했다. 수학 학원, 영어 학원은 안 다녀도 피아노 학원은 다니게 해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다.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
환자의 내적 힘이 의료 상술 치료제제944호“57세 남자. 광범위 회전근개 파열(massive rotator cuff tear). 작년에 산악자전거 타다 세게 넘어졌다. 얼마 전 할리 데이비슨 동호인들끼리 간 미국 대륙 횡단 여행에서 또 한 번 모지게 넘어졌다. 그때부터 팔을 못 든다. 스포츠 애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