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를 몰고 다닌 ‘날씨 요정’ 사람 웃음을 몰고 다닌 ‘늦둥이’제1458호 ‘내가 여행하는 동안 한국에 있는 사람들도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2018년 여행을 떠나기 전 쓴 일기장에서)2023년 4월1일 오후 경기 고양의 한 봉안당에서 최다빈씨를 기억하기 위해 모인 가족을 만났다. 부모님, 8살 터울 오빠·5살 터울 언니는 매주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
안 먹고 안 자도 연기가 행복했던 배우제1458호 조미은(54)씨는 문득 그 맛이 궁금했다. 믹서기에 간 닭가슴살의 맛. 수백 번을 직접 만들면서도 정작 맛을 본 적은 없었다. 스물넷 아들 지한은 그걸 보물단지처럼 들고 다니며 먹었다. 직접 먹어본 맛은 충격적이었다. 누린내가 심해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미은씨가 말했다. “이렇게 맛없는 걸 ...
손으로 하는 일은 뭐든 잘한 재주도 마음도 빼어난 사람제1458호 손으로 하는 일은 뭐든 잘했다. 이수연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뛰어난 손재주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한마디씩 보탤 수 있다. 학창 시절을 함께한 친구는 “남들이 미술학원에서 그려온 그림을 다 제치고 1등을 차지한” 수연의 그림과 “작은 손톱에 막힘없이 그려온 네일아트”를 떠올렸다. 엄마 이화정(49)씨의 ...
출근길 들러 안부 묻고 언제나 반경 안에 있었는데제1457호 그의 인스타그램은 2022년 10월21일에서 멈췄다. 여행을 좋아했던 스물아홉 살의 오근영은 제주, 강릉, 부산, 안동, 통영, 대관령 등 전국 곳곳의 사진을 에스엔에스(SNS)에 남겼다. 그가 2022년 10월29일 안전하게 축제를 즐겼다면 이태원 사진도 “나만의 #여행일기”라...
‘이태원 참사 159일 추모 특별판’을 나눕니다제1457호 2023년 4월5일이 어떤 날인지 아시나요? 많은 독자께서 식목일을 떠올릴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올해 4월5일은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해 159명의 희생자가 세상을 떠난 지 159일째 되는 날입니다. 유가족분들은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차마 끄지 못하는 두 가지, 아들 휴대전화와 엄마 방 전등제1457호 이남훈씨가 서울에 놀러 가기 전날 밤, 엄마 박영수(56)씨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집에서 밤늦게까지 사골국을 끓였다.“아들이 일하다가 허리를 좀 다쳤는지 혼자 끙끙거리더라고요. 병원에 가보래도 괜찮다고만 해요. 그래서 소 사골을 사서 밤새 끓였어요. 아들이 사골국에 밥 말아서 김치랑 먹는 걸 좋아해요. ...
길고양이 챙기고 노란 리본을 달았던 다정했던 사람제1456호 2022년 10월29일 며칠 전부터, 집에 자주 찾아오는 길고양이 ‘내고’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스물다섯의 송은지가 맛있는 밥을 챙겨주고 이름도 지어준 아이였다. 부모님이 고양이에게 주기 위한 사료를 사도, 은지는 꼭 캔에 담긴 더 맛있는 사료를 구매해 챙겨주곤 했다. 그런 따스한 마음을 동물이라...
“더 재밌어질 것 같다”던 스물둘의 열흘 뒤제1455호 유연주는 사남매 중 제일 ‘똑소리 나는 아이’였다. “엄마가 야단치면 저랑 동생들은 그냥 우는데요, 연주는 엄마 기분 나아지라고 자기 방을 청소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억울한 거 있으면 말해봐’라고 하면, 저랑 동생들은 가만히 있는데 연주만 꼭 대답하는 거예요. ‘난 이걸 잘못했는데 엄마도 나한테 이걸 ...
본 영화 엄마랑 또 보는 동생 “질투라도 할 수 있었으면”제1453호 동민이 스무 살 때인 2011년이었다. 엄마 최행숙(62)씨는 당시 개봉한 한국영화 <써니>를 보고 싶었다. 아들에게 물었더니 이미봤다고 했다. “갑자기 보려 하니 같이 갈 사람이 없네.” 엄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민은 그 자리에서 영화표 두 장을 예매했다. “너는 ...
형 옷 입고 형처럼 머리 자르고… 쌍둥이 동생은 혼자가 이상하다제1453호 사진 속 남자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판박이 얼굴에 앞머리를 내린 헤어스타일, 뿔테 안경에 데님 셔츠와 바지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 홍의성의 쌍둥이 동생 홍두성(31)씨는 기자에게 미리 보내준 형의 사진 속 모습과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먼저 떠난 형을 그리워하며 형이 입던 옷을 입고 머리도 형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