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한 차례 휴가 쓰지 않고 남겨둔 여행

이수연씨는 온라인 꽃집을 운영하는 동안 엄마 화정씨에게 틈틈이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만들어 선물했다. 유가족 제공
‘이수연 귀하’ 우편물 보낸 경찰

수연씨의 가족, 친구들은 “손으로 하는 일은 뭐든 잘하는” 수연씨의 손재주를 기억한다. 친구는 수연씨가 직접 만든 떡과 네일아트 사진 등을 간직하고 있다. 유가족 제공
기어코 식물을, 생명을 살려낸 딸

이수연씨 어머니가 수연씨에게 보내는 편지
우리 딸과 함께한 시간들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어 엄마 인생의 최고였다 우리 딸과 함께 걸을 때는 어깨가 으쓱! 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 부러운 것도 없었고 매 순간순간마다 감사가 흘러나왔지 엄마라고 부를 때마다 엄마라는 말이 나의 존재를 확인받는 것 같아 정말 행복했어내 인생의 전부였던 너를 따라가려고 몇 번이나 가려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숨이 다시 쉬어지더라 수연아 엄마는 이 세상에서 할 일이 남아 있는 것 같구나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너에게 갈게이수연씨 친구들이 수연씨에게 보내는 편지
수연아 그날 이후로 나는 살아가는 동안 한순간도 널 잊은 적이 없어여전히 혼자 있을 때면 너와의 추억에 잠겨서 많이 울기도 해.그리고 자주 우리가 나눴던 대화들을 곱씹어 봐.수연아 너는 내가 본 사람들 중에 가장 손재주가 좋은 아이였어. 남들 미술 학원에서 그림 그려온 거 다 제치고 1등으로 그림이 학교에 걸리고, 작은 손톱에 막힘없이 그림도 그리고, 액세서리도 만들고, 꽃 시장 가서 사 온 꽃 직접 포장해서 나한테 선물로 주고, 베이킹이며 떡이며 손으로 하는 건 못하는 게 없었지.손으로 하는 게 꽝인 나는 구경하기 바빴잖아ㅋㅋ 아, 우리 마지막으로 본 날도 나한테 꽃 선물했었잖아. 그때 내가 드디어 좋아하는 꽃 생겼다 그래서 네가 다음엔 그걸로 선물해 준다고 했었는데 기억나? 델피늄!너 그렇게 되고... 네가 있는 납골당에 들고 갈 꽃 찾다 보니까 델피늄이 너 탄생화더라. 내가 그걸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단순히 친구라는 단어에 묶이기엔 깊고 특별했던 우리였는데... 다시는 볼 수 없음에 서러워서 많이 울었다. 나 결혼하면 부케도 만들어준다 그랬으면서... 왜 이렇게 된 걸까우리 알고 지낸 14년 동안 비슷한 사건 사고들 겪고 이겨내고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의 삶에 버팀목으로 존재했지. 이런 인연 다시는 없을 거야, 그건 너도 나도 알고 있지. 수연아 너를 만난 건 내게 가장 큰 행운이고 행복이야. 내 삶은 네가 있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 나를 만나줘서 고마워. 너는 언제나 어디에서든 내 옆에서 나를 믿고 응원할 걸 아는데... 그래도 네가 없이 살아갈 생각을 하니까 너무 아득하다. 살아가는 내내 그립겠지.많이 사랑하고 사랑해 수연아. 수연이에게안녕 수연아 틈날 때마다 네 생각나기는 하지만 오랜만이야 어떻게 지내?난 아직 네가 없어서 허전하고 조금 적응되지 않은 채 지내는 중이야. 아마 너를 기억하는 친구들과 모두가 그럴 거라 생각해.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 경험, 성장 뭐 하나 소중하고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없더라. 나는 어제도 오늘도 빠짐없이 아직도 어디 있을 것만 같은 너의 안부가 궁금했어. 우리 자그마치 10년 동안 정말 많은 걸 함께했고 약속한 것들도 무수히 남았는데, 더 이상 그 세월을 넘기지 못한다는 게 가장 슬프다. 서로한테 의지하던 게 생각보다 많았나 봐 고맙고 미안한 게 정말 많아.그때 너의 뒤를 놓치지 말고 잘 따라갈 걸,인파 속으로 들어가기 전 손이라도 잡아볼 걸,돈 아끼지 말고 더 맛있는 걸로 먹을 걸,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어둘걸.마지막까지 함께했으면서 욕심이 많아 아쉽고 후회되는 거 투성이네. 나 혼자만 집으로 돌아와서 미울 수도 있을 텐데, 장례 마치자마자 정말 마지막까지 꿈에 찾아와 인사해 준 게 너무 고맙고 소중했어.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상상이 돼서 더 괴롭고 마음이 아파. 보기보다 연약해서 개복치라고 자주 놀렸었는데 막상 지켜주지도 못했다 내가. 꿈에서까지 멍청하게 울기만 하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해주고 미안해.거기가 어디든 잘 갔지?나는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세월이 지나도 너를 추억하려고 해. 당장은 마음이 힘들겠지만 그동안 정말 즐겁고 좋았어서 뭐 하나 잊지 않으려고. 무엇보다 너 바라던 대로 자유로워졌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나랑 친구 해 줘서 고마웠고 꼭 다시 만나자. 나는 네가 진심으로 편안하길 빌어 수연아.곧 오는 네 생일날 이쁜 꽃 챙겨갈게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