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꿈을 사랑한 청년의 ‘비긴 어게인’제1452호 엄마 송선자(63)씨는 한철이 어릴 때 함께 길을 걷다 죽어가는 지렁이를 본 적이 있다. “어머, 흙에 있어야 하는데 거의 죽었네.” 엄마는 무심코 말했다. 한철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지렁이를 갑자기 들어올리더니 가까운 화단에 옮겨줬다. 물을 떠와 지렁이 몸에 살짝 뿌려주기도 했다. 엄마는 휴대...
불꽃처럼 살다 모든 걸 주고 떠난 아빠제1452호 ※유가족의 요청으로 이 기사의 재인용을 금지합니다.최재혁의 집에 걸린 달력은 2023년 2월에도 여전히 2022년 10월에 멈춰 있다. 거실 한가운데 액자에는 첫째 아들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아빠 최재혁이 사놓은 액자다. 탁자에도 벽에도 곳곳마다 가족사진이 놓여 있다. 아내 김아리(...
‘아름다운 인생’ 불꽃 피웠던 스물여덟 해제1452호 문을 열었을 때 김정인(35·가명)씨와 부모님은 너무 놀랐다. 작은 원룸이 운동기구와 레크리에이션 용품으로 가득했다. 각종 아령과 목검, 턱걸이 기구, 캠핑용 텐트가 화장실과 싱크대를 제외하고 작은 공간에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심지어 벽 한쪽에는 일인용 고무보트가 세워져 있었다. 대학원 주차장에는 산 지 3...
아버님 보내드린 지 3주 만에 아들, 너도 가면 난 어떡해…제1451호 가족들은 고작 3주 만에 다시 장례식장에 왔다. 할아버지 사진이 놓였던 자리, 손자 사진이 들어섰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떠나보냈던 양수현(65)씨는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상복을 입었다. 3주 전 아들로서 입었던 옷을 아버지가 돼 다시 걸쳤다. 빈소에 덩그러니 놓인 아들 사진을 보며 주저...
아직도 2층에 있는 듯한데, 벚꽃 피면 누구랑 꽃을 보지제1450호 스무 살 채림은 별을 닮은 아이였다. 채림의 집은 친구들로 늘 북적였다. 고등학교 때는 패션디자인 공부를 하겠다며, 가족과 함께 살던 대전에서 홀로 서울로 떠나 패션스쿨에서 공부했다. 웨딩숍 등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을 종잣돈 삼아 인터넷 쇼핑몰도 창업했다. 스스로 빛나며 행성을 끌어당기는 별처럼, 채림의 ...
삼시 세끼 차려줬던 네가, 삼시 세끼 그립구나제1450호 “엄마, 내가 만든 밥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돼. 잘 먹어야 아픈 걸 이겨낼 수 있대.” 엄마의 휴대전화에는 음식 사진이 가득하다. 다정한 아들, 경훈에 대한 기억이 깃든 사진이다. 요리 솜씨가 좋은 경훈은 2022년 6월 코로나19에 걸려 자가격리하는 엄마를 위해 삼시 세끼를 차려 방문 앞에 ...
‘웃기기 게임’ 하던 유나 표정 떠올라 웃다가 웁니다제1450호 ※유가족의 요청으로 이 기사의 재인용을 금지합니다.하늘하늘한 원피스는 동생의 패션, 벙벙한 티셔츠에 청바지는 언니의 패션이었다. 동생은 가끔 색다른 옷이 입고 싶을 때 언니 것을 빌렸다. 언니는 생일 등 꾸미고 싶은 날에 동생 것을 빌렸다. 스물다섯 김유나는 세 살 터울 언니 김유진과 윗옷과 신발 사이즈가...
운동도 사업도 도전적이었던, 솔직당당한 ‘가족의 대장’제1449호 ‘주영의 집’은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다. 2023년 1월18일 밤 10시, 이제 막 퇴근한 주영의 오빠 이진우씨는 늦은 저녁 식사로 햄버거·감자튀김을 사왔다. 식탁에 음식을 놓자 수염을 깎지 않은 아빠, 안경 아래 눈이 빨개진 엄마가 앉았다. 세 사람이 쓰기엔 지나치게 큰 식탁이었다. 주영이 아끼...
아빠랑 근사한 집 짓고 함께 살자 했잖아제1449호 아빠 최명찬(57)씨는 매주 토요일 산을 오른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가르며, 미끄러져도 다시 일어나 기어이 정상을 향한다. 스물넷, 너무 이르게 하늘로 떠난 보성에게 한 뼘이라도 가까이 닿기 위해 아빠는 매주 험한 산을 기고 또 걷는다. 보성은 예술가의 영혼을 가졌다.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무소식이 희소식이던, 씩씩 다정한 ‘보석’제1449호 “오빠는 정의가 뭐라고 생각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선할까?”박도현(32)씨는 두 살 터울 여동생 시연과의 대화가 좋았다.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시연의 과제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누이는 평소에도 이런 얘기를 즐겼다. 어느 날엔 한참을 떠들다 새벽 해가 뜬 뒤에야 주문한 배달음식이 도착하지 않은 사실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