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1초가 모자랐던 우리 가족의 ‘해결사’제1448호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공부를 잘하던 이과생 채화가 갑자기 입시미술을 하겠다고 했다. 디자인 일을 하는 선배가 모교에 찾아와 해준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사람들의 불편함을 아이디어와 제품으로 해결해주는 것이 디자이너다.” 모두가 말렸다. 채화가 엄마 안태경씨의 의견을 꺾고 고집부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친구이자 자매’ 같은 딸, 남은 건 사무치는 후회제1447호 ‘은혜 입은 사람’이란 뜻의 ‘한나’는 교회 목사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다. 엄마 이애란(51)씨는 한나가 그저 건강하고 순탄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 덕분일까. 한나는 어린 시절 병치레 한 번 없이 자랐다. 9살 때 엄마와 갔던 어린이대공원에서 한나는 분수대 앞에서 뛰어놀다 넘어졌지만 울지도 않고...
“엄마, 인생을 즐겨” 네 말대로 살 수 있을까제1447호 엄마 이미영(58)씨는 스물여덟 도은이 자신의 마지막을 지켜줄 아이라고 여겼다. 야무진 딸이었다.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하면 “기다려봐. 내가 후기 다 보고 시켜줄게”라고 말했다. 발이 아프다고 하면 야근 중에도 병원을 알아본 뒤 “예약했고 돈 다 냈으니까 그냥 가면 된다”고 했다. 도은은 엄마 건강...
엎어지는 것도 닮은 깔롱쟁이 내 딸제1447호 “너무 좋아.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만큼 행복해.”27살에 늦깎이 대학생이 된 류영은 엄마 정미진(52)씨가 대학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대답했다. 사교성이 좋고 사람들 챙기는 걸 행복해하는 류영에게 대학축제며 귀여운 후배와 어울리는 일상은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 20대 초중반 간호조무사로 ...
마지막 일기엔 “요즘처럼만 지낸다면 행복하다”제1446호 ‘계속 쓸 사람.’(현진의 ‘브런치’ 발췌) 작가로 살고 싶던 서른 살 박현진의 자기소개는 이 문장 하나로 충분했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적은 자기소개대로, 현진은 꾸준히 글을 썼다. 7년 동안 브런치에 올린 글만 125편. 계속 쓰겠다는 그의 다짐은 2022년 10월에서 멈췄다....
“10년 뒤에는 창업해서 무척 바쁠 것”이라 했는데제1446호 2022년 7월, 강원도 강릉의 여름은 예뻤다. 첫딸인 산하가 처음 계획한 가족 여행이었다. 엄마 신지현(51)씨와 아빠(54), 반려견 ‘도토리’가 함께했다. 회사에 다닌 지 갓 1년이 넘은 스물다섯 살의 산하는 그곳에서 10년 계획을 발표했다. 자격증 공부도 하고 특히 영어 공부를 ...
못다 펼친 음악 재능… 가을을 사랑하고 떠난 ‘아키’제1445호 “유진아, 네가 결정해.” 유진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엄마 서미정(50)씨는 줄곧 말했다. 엄마는 2000년 11월13일 태어난 외동딸이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살길 바랐다. 엄마의 바람대로 유진은 적극적이고 당찬 학생으로 자랐다. 언젠가 유진은 이런 말을 했다. “어렸을...
“오늘도 안전하게 일하고 힘내”가 마지막 메시지가 되다니제1445호 엄마 아빠에게 스물일곱 살 첫딸 지현의 별명은 ‘깜찍이’였다. 오랜만에 충남 당진의 집에 올 때면 지현은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라며 김채선(55)씨에게 뽀뽀했다. 평소 말이 없고 무뚝뚝한 아빠도 지현만 보면 “우리 깜찍이 왔어”라며 웃었다. 충남 대천에서 태어난 지현은 어릴 때부터 호기심 많고 나서...
엄마 이름을 불러주던 아들, 엄마는 영정사진 끌어안고 잔다제1444호 스물여덟 살 경철은 엄마 박미화(51)씨의 이름을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엄마는 ‘엄마’가 이름이 아니잖아. 엄마도 이름이 있잖아.” 엄마가 밤새 식당 일을 하러 집을 나서면 “미화, 잘 갔다와. 수고해”라고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에 집에 오면 “미화 왔어? 얼른 와. 팔베개해줄게” 하며 ...
찾을 때까지 미칠 것 같았던 14시간, 경찰은 “그냥 기다리라”제1443호 “누나, 용산에 살자. 엄마랑 아빠랑 형이랑.”전북 김제에서 20대까지 살았던 형주는 흩어져 사는 가족이 ‘서울’에 모여 사는 꿈을 품었다. 삼 남매의 막내지만 부모와 누나, 형과 한집에서 산 기간은 34년 삶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는 형과 서울로 가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식당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