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의심하자제1011호앨빈 토플러는 무용지식을 설명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거의 2천 년 동안 자신의 사상으로 유럽 전역을 좌지우지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뱀장어가 무성생식 동물이며 강바닥 진흙 속에서 뱀과 짝짓기하여 나왔다고 믿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천재도, 인간이 비버의 고환을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비버…
엉덩이에 의자를 붙여봐제1009호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친구네에 놀러 갔다가 희한한 것을 보았다. 원통 모양으로 생긴 그것은 두 개의 쫀쫀한 끈이 달려 있어 엉덩이에 착 붙일 수 있다. 그것을 붙인 채 쭈그리고 앉으면 자연히 그 위에 걸터앉게 돼 편하게 밭일을 할 수 있다. 엉덩이에 붙이는 간이의자인 셈이다. 착용한 모습이 상당히 웃기는 이 도구(...
당신 뒷다리에 수건을 걸어도 될까제1007호앤 패디먼은 <서재 결혼 시키기>에서, 책이라는 물건 자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고이 떠받드는 ‘궁정식 사랑’과는 달리 자신은 책과의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파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책에 허용된 일은 단 한 가지 그것을 읽는 것뿐이라고 믿는 궁정식 연인들이 어떤 손해를 보고 있는...
시대착오적? 버스커버스커를 보라제1005호최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론칭에 참여했다. 전통적 뉴스 미디어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가는 글로벌 온라인 뉴스 미디어의 한국판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나와 동료들은 광고를 조금은 시대착오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첨단적인 방식보다는 고전적인 인쇄광고처럼 점잖게 말하는 방식을 ...
길은 길로 생명은 생명으로제1003호박원순 서울시장을 사랑한다. “이명박 전 시장은 청계천으로, 오세훈 전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으로 기억되는데, 박 시장님의 구상은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그런 것을 하지 않은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전 시장들이 치적 사업에 골몰해 랜드마크를 지어대서 온 서울이 몸살을 …
고양이가 “팔로미”제1001호투수가 공을 던진다. 저 폼은 틀림없는 속구다. 타자가 배트를 휘두른다. 그런데 속도가 뚝 떨어져 날아온다. 타자는 자세가 흐트러지며 타이밍을 놓친다. 이것이 바로 체인지업이다. 변화구가 공의 방향을 바꾸어서 타자를 공략하는 것이라면, 체인지업은 공의 속도에 변화를 줘서 타자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 속도를 바꾸…
여름을 사랑한 눈사람제999호정종을 따끈하게 데워 마시면 좋은 계절이다. 보통 술은 시원하게 마시지만, 따뜻하게 마시는 방법도 있다. 위스키로 따끈한 핫토디를 만들 수 있다. 와인을 따끈하게 마시고 싶은 사람은 뱅쇼를 만들기도 한다. 커피를 주문하면 “따뜻하게 드릴까요, 차게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커피는 뜨거운 물로 우려...
일단 행동하고 계획은 다음에제997호“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제일 슬픈 구절들을” 이것은 정현종 선생이 번역한 파블로 네루다의 저 유명한 시 첫머리다. 스페인어는 원래 동사가 앞에 오고 목적어가 뒤에 오니까 “오늘밤 나는 제일 슬픈 구절들을 쓸 수 있다”라고 평범한 우리말 어순으로 번역해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절묘한 도치 때문에 시적인…
인생은 금물제995호2005년 애플은 액정화면을 없애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대폭 낮춘 아이팟 셔플을 출시했다. 디자인은 근사했으나 액정화면이 없으므로 제목을 보며 노래를 선택할 수는 없었다. 애플은 이 단점을 멋진 슬로건으로 승화시켰다. “Life is random.” 인생은 무작위다. 아이팟 셔플은 크게 히트했다....
벽을 눕히면 다리제993호밴드 무키무키만만수는 희한한 악기를 사용한다. 이 악기는 장구와 매우 유사하게 생겼다. 그러나 장구처럼 가로로 메는 게 아니라 세로로 바닥에 세워놓는다. 드럼 치듯 위에서 아래로 치면 뚜당뚜당 장구 소리가 나면서 친숙하고도 기묘한 인상을 준다. 페달과 심벌까지 갖춘, 장구이면서도 장구가 아닌 이 악기의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