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과자 타고 한강을 건너자제1031호얼마 전 ‘질소과자’를 풍자하기 위해 160개의 과자 봉지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넌 대학생들 얘기를 보고 많이 웃었다. 하하하! 이 얼마나 재미있는 아이디어인가. 과자 봉지에 과자는 적고 질소만 가득 들어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일종의 ‘에어백’이라 하겠다. 물에 띄워보자! 여러 개를 이어 뗏목을 ...
감옥,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제1029호이사를 하고 나서 한동안 아침마다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삽으로 시멘트 바닥을 긁는 듯한 소리. 어디서 또 공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며칠 지나면 끝나겠지 싶었는데 웬걸, 한 달이 지나도 계속 같은 소리가 들렸다. 지익- 지익-. 소리도 박자 맞춰 규칙적인 것이, 도대체 무슨 작업인지 몰라도 ...
농약급식과 600인의 고기도둑제1027호사람에게 짖거나 으르렁대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는 개를 보고 ‘착하다’고 한다. 이것은 사람 중심적인 언어다. 그 개는 ‘순한’ 것이다. 순한 개를 착하다고 표현하는 곳에서, 성깔 있고 까칠한 개는 착하지 않은, 못된 개가 된다. 인류는 오랫동안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개를 ‘착하다’고 말하며,...
새것도 헌것처럼제1025호‘크래시 배기지’(Crash Baggage)라는 이탈리아산 여행가방이 있다. 이 하드 케이스는 표면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다. 새로 산 여행가방이 비행기 수화물칸에서 치이거나 거리에서 이리저리 부딪혀 파이면 참 마음 아프다. 그런데 이 가방은 그럴 염려가 없다. 미리 손상돼 있는 것이...
침묵의 음악, 은하수 사이 나타난 새제1023호공갈빵을 씹으면,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빵이 있어야 할 곳이 비어 있는 것이다. 공갈빵의 주된 아이디어는 빵이 아닌 빵의 부재를 먹는 것이다. 데이트는 두 존재가 만나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아다치 미쓰루의 만화 〈H2〉에는 “기다리는 시간도 데이트의 일부잖아”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
위태로워 섹시하다?제1021호비지스는 새되게 내지르는 고음으로 유명하다. 예로부터 이런 창법을 일컫는 팔세토(falsetto)라는 말은 ‘틀린, 가짜의’라는 뜻인 ‘false’에서 비롯한다. 가성으로 내는 높은 소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비지스의 초창기 곡들은 팔세토 창법을 쓰지 않고 보통 높이의 소리로 부른다. 팔세토는...
밤이 선생이다제1019호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은 새벽 6시에 잠들어서 낮 12시가 조금 지나 일어나는 올빼미족이다. 요즘은 새벽 4시에 잠들어 오전 10시에 일어난다는데, 1980년대 초부터 지금껏 밤낮이 바뀐 생활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그분이 낸 책의 제목도 <밤이 선생이다>였다. 그분은 ...
이번 글도 좀 읽을 만합니다제1017호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코미디언 중 하나일 엘런 드제너러스는 2007년 제76회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시작하며 이런 얘기를 했다. “저에겐 참 대단한 밤입니다. 전 요만한 꼬마일 적부터 언제나 아카데미 시상식을 진행하고 싶었어요. 그러니 꿈이 이루어진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카데미에서 상을 ...
묻어가는 새누리당에 묻어가기제1015호1인시위는 ‘발명품’이다. 2000년 12월4일, 삼성의 변칙 증여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를 촉구하는 최초의 1인시위가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옥상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궁여지책으로 태어난 것이다. 국세청이 있는 빌딩 안에는 온두라스 대사관이 있었고, 집시법은 외국의 외교기관 반경 100m 이내...
기다리지 말고 나눠버려제1013호나는 모닝 두 대를 모는데 어느 것도 내 소유는 아니다. 가족처럼 동네에서 어울려 지내는 친구 둘의 차를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는 것이다. 대신 나는 주차의 달인이므로 자주 주차를 해주고(나의 별명은 발렛파커다) 가끔 기름을 넣는다. 차는 작지만, 다섯 명이 한 차를 타고 대전까지 칼국수를 먹으러 다녀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