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사장 믿고 내려왔다”제1055호하늘에서와 달리 땅에서의 목소리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101일간의 고통과 피로가 목소리에 한꺼번에 얹힌 듯했다. 70m 굴뚝에서 ‘착륙’(3월23일)한 다음날 밤 이창근(전 쌍용자동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서며 “땅을 밟으면 (병원이든 경찰서까지든)...
굴뚝 올랐던 봄이 다시 왔다제1055호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이처럼 찬란한 계절에 이토록 잔인한 기록이 쓰이고 있다. 4월1일(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309일 최장기 굴뚝농성 기록 경신일)이 온다. 달이 차듯 차광호(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의 ‘310일’이 찬다. 달은 가득 차는 순간 몸을 비우기 시작하지만 차광...
“이 정도면 괜찮다”제1054호둘이 오른 굴뚝에서 홀로 100일을 맞았다. 70m 하늘에서 이창근(전 쌍용자동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괜찮다”고 했다. “몸은 나쁘지 않다. 잘 관리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정욱 사무국장이 내려간 뒤) 외롭거나 심심하지도 않다. 하루 종일 전화 통화하느라 대화 상대도 많다. 바람이 많이 ...
열흘이면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제1054호300번째 고공의 해가 떴다. 추락을 두려워하며 견딘 하루가 300번, 가위에 눌려 밤을 지새운 한 달이 10번, 시간의 속도를 일깨우는 계절의 전환이 4번, 손가락 꼽으며 의미 부여하는 100일이 3번, 득실 정산이 불가능한 회계 분기가 2.5번…. 그 숫자들이 45m의 ...
“싸움 상대는 마음… 일부러 날짜도 안 세”제1053호9년 만의 ‘3월 한파주의보’. 얼굴을 찢어대는 면도날 추위. 바람이 얼려버려 서걱대는 근육. 침낭 말아 돌바닥 기는 누에고치 노동자들. 강풍에 요동치는 20m 광고탑의 두 남자. 땅의 동료들 어깨에 쌓아올린 33일째 고공의 삶. 사람으로 살고 싶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 ...
쌍용차 굴뚝 ‘결정적 열흘’제1053호소리가 소리를 잡아먹었다. “꽉 잡아.” 굴뚝에서 이창근(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소리쳤다. 투두두두두 귀를 때리는 바람이 목소리를 잘게 찢어 삼켰다. 허공에 매달린 김정욱(사무국장)이 얼굴을 들어 굴뚝을 올려다봤다. 그의 입을 가린 하얀 마스크가 언뜻 보였다. 그가 굴뚝을 향해 무슨 ...
“더 지체하면 위험하다”제1052호저기 사람이 있다.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해서 본래부터 하늘이 사람 살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하늘에 살고 있다고 해서 본래부터 하늘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하늘에서 노동자들이 일상을 살고 있다고 해서 이 사회가 아무 일 없는 일상인 것은 아니다. 3월22일이면 차광호(스타케미...
절망의 기록 경신, 잔인한 봄이 온다제1052호오지 말아야 할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 ‘그날들’을 하늘에서 맞이하길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지 말아야 할 숫자들이 보이고 있다. 45, 100, 300, 310, 끝없이 늘어나는 숫자는 한국 사회의 상승하는 위험 수위와 정비례한다. 쓰지 말아야 할 기록들이 쓰이고 있다. 하루...
아빠의 하늘제1051호‘차를 만드는 아빠’가 ‘해고자 아빠’가 됐을 때(2009년) 주강이는 4살이었습니다. 10살이 된 주강이는 이제 ‘굴뚝 아빠’를 둔 아이가 됐습니다. 아빠 이창근(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씨는 80일째(3월2일 기준) 하늘에 있습니다. 일주일에 2~4차례 주강이는 엄마(이자영씨...
살기 위해,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제1050호또 하나의 고공이 솟았다. 파업 중인 LG유플러스(전남 서광주 고객센터 강세웅씨)와 SK브로드밴드(인천계양행복센터 장연의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월6일 새벽 하늘에 매달렸다.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맞은편 중앙우체국 20m 광고탑 위에서 그들은 ‘생사의 경계’를 견디고 있다. 장연의씨가 왜 하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