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비롯한 디지털 공론장에선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기성 언론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쥐픽쳐스> <닷페이스> <디에디트> <긱블> <디퍼> <코리아 엑스포제>의 콘텐츠들.
메디아티가 지난해 1기 투자팀으로 육성한 곳은 <닷페이스> <디 에디트> <긱블> <디퍼> <코리아 엑스포제> 모두 5곳이다. 가장 성공한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닷페이스>는 자신들이 다루는 주제를 정치·사회, 페미니즘, 성평등(LGBT), 미래기술, 도시생태 5가지로 특정한다. 지난 4월 미국 시사주간지 <포브스>는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살 이하 리더 30인’(Forbes 30 under 30 Asia)에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를 선정하기도 했다. 전통 미디어와 협업 체계 만들어 미디어 스타트업인 <디 에디트>는 두 여자의 체험 및 리뷰 전문 매체다. “세상의 모든 남자는 두 가지로 나뉜다. 드로즈를 입는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로 시작하는 리뷰는 기자가 체험해본 여성 속옷 브랜드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기사는 이어진다. “삼각은 타이트하고, 사각은 루즈하다. 난 삼각과 사각 그 사이 어디쯤을 원하는걸. 내가 여러분이 입는 속옷 취향까지 간섭할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다들 이걸 입었으면 좋겠다.” ‘공학 미디어 스타트업’ <긱블>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를 실제 제작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제공한다. 미국의 유명 캐릭터인 슬픈 개구리 ‘페페’ 외관을 한 정수기인 ‘음성인식 페페 정수기’는 슬픈 말을 해서 페페를 울려야 페페 눈에서 나오는 (눈)물을 마실 수 있다. 강정수 대표는 “<뉴욕타임스> 등 미국 및 유럽의 주요 언론사들은 자체 펀드를 만들어 미디어 스타트업 인수를 디지털 혁신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언론사는 주로 디지털 관련 신규 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는 방식인데, 앞으로 메디아티가 육성한 미디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편이 낫다는 걸 입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프로듀서는 구글이다. 2015년부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4개국에서 시작한 ‘구글 뉴스랩 펠로십’은 미디어 스타트업이 배출되는 ‘인큐베이터’ 구실을 한다. 9주 동안 장학생으로 선발된 이들은 전통 언론사와 협업해 실제 디지털 뉴스 콘텐츠를 제작해본다. 장학생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가 지급된다. 한국 프로그램을 기획한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홍보총괄 상무는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를 실험하면서도 전통 미디어의 혁신을 촉구할 수 있도록 협업 체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범근 <쥐픽쳐스> 대표, 박찬후 <긱블> 대표 등 미디어 스타트업 대표들은 물론 국내 언론사에선 최초로 가상현실(VR) 뉴스를 만드는 등 다양한 뉴스 콘텐츠 실험을 하는 <한국경제> ‘뉴스래빗’에도 구글 뉴스랩 펠로십 1기 출신인 강종구씨가 데이터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구글이 예산을 지원하고 <한겨레21>과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블로터>가 기획하는 ‘넥스트저널리즘스쿨’(넥저)도 뉴 플레이어가 자라는 또 다른 산실이다. 양질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지난 8월15일부터 2주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4기 넥저가 진행됐다. 넥저의 마지막 행사인 미디어 스타트업 창업 아이디어 경연에서는 곽효원씨가 ‘정신질환자를 위한 미디어’를 창업하겠다는 제안으로 40여 명의 수강생 가운데 우승을 차지했다. 넥저 우승자에게는 미국 구글 본사 탐방의 기회가 주어진다. 정김경숙 상무가 사내 프로젝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예산을 확보하면서 2014년 1기가 시작됐고, 올해부터 구글호주가 이를 수입해 ‘호주 넥저’ 1기가 시작된다. 정김 상무가 말했다. “4년 전 한국의 뉴스 환경이 너무 안 좋았다. 모든 언론사가 ‘제목 장사’를 하고 트래픽 경쟁에 치중할 때였다. 검색 대상인 양질의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은 검색엔진 구글의 생존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구글은 믿는다. 그게 넥저를 시작한 이유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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