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언론인 바비 챈이 멀티미디어 요소가 결합된 ‘홍콩 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제작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바비 챈은 이 보도로 ‘구글 디지털 저널리즘 어워드’를 수상했다.
독일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 기자는 가상현실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으로 온 중동 난민들이 어디서 머물고 있는지 가상현실로 보여줘 문제를 환기하려 했다. 어느 독자가 체육관을 찾아다니며 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기 쉽겠나. 우리는 독자가 그곳에 가지 않더라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또 언론인들이 100%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비판받는데 가상현실은 우리가 아무것도 숨김없이 보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왜,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 다만 가상현실의 가능성은 여기에서 그친다. 뉴스 현장을 360도 각도로 숨김없이 보여주고 현장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지만, ‘무엇을’ ‘왜’ 보여주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공감은 얻을 수 있어도 지식이나 사고를 확장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게다가 가상현실은 오래 들여다보면 어지러워 시각적으로 불편하다. 그래서 일본 유튜브의 다카시 스기쓰카 매니저는 다섯 가지를 먼저 생각해본 뒤 360도와 가상현실에 뛰어들라고 조언한다. 첫째, 독자를 현장의 한가운데 놓아야 할 이유가 있나. 둘째, 360도 사진이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가. 셋째, 시각적으로 볼 게 많은 곳인가. 아무것도 없는 방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넷째, 독자가 현장 주변을 둘러보고 싶어 하는가. 한곳에만 집중시키려 한다면 만들 필요가 없다. 다섯째, 신기한 것을 넘어설 수 있는가. 독자가 계속해서 가상현실 영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다카시 매니저는 “이 다섯 가지 질문에 ‘예’가 나온다면 만들고 ‘아니요’가 많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은 어둠 속 멀리서 반짝이는 빛과 같다. 그 빛을 따라가면 무엇이 나올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래서인지 가상현실을 재미있어하는 기자는 많았지만 당장 시작해야겠다는 반응은 많지 않았다. 구글 뉴스랩 도쿄 서밋은 이 밖에도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동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를 이용한 보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운 홍콩 언론인 바비 챈의 발표는 인상적이었다. 기사 생명력을 높여라 바비 챈은 동영상 제작자, 프로그램 개발자, 그래픽 디자이너 등 4명으로 팀을 구성해 홍콩 길거리에 방치된 아이들을 추적했다. “30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설정하고 최대한의 멀티미디어 요소를 수집했다. 그다음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는 게 효과적일지 스토리보드 전략을 짰다. 거리의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데이터를 만들어 지도에 표시하고 오디오 팟캐스트, 동영상을 만들었다.” ‘홍콩 거리의 아이들’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해 관계자와 협업해 독자의 관심을 계속 끌어올리는 전략을 세웠다. SNS를 통해 관심 있는 독자와 토론했고, 거리의 아이들을 위한 재단을 만들기 위해 펀드와 기부자들을 만났다. 챈은 “스토리를 독자 외에 다른 이해 당사자와 어떻게 교류하느냐에 따라 기사의 생명력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챈은 또 영어 기사를 작성해 해외 언론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전략을 구사했다. 해외 언론에도 민감해진 독자들이 SNS를 통해 번역 기사를 유통할 수 있게 공략한 것이다. “만약 국내용 중국어 콘텐츠만 만들었다면 이 이야기의 영향력은 오래가지 않았을 것이다. 독자들은 국내 사회 이슈에 대해서는 ‘빈곤은 어디에나 있다’며 냉소적으로 반응할 때가 많다. 그런데 국제적 이슈라면 관심을 갖는다. 사회 이슈에 민감한 중국 정부의 관심도 피할 수 있었다.” 홍콩 언론인 챈의 사례는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보여줬다. 도쿄(일본)=글·사진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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