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영 <제주인> 대표(앞에서 두 번째)와 임직원들이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재주상회 사무실에 모였다.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롭고 밖에서 일하는 경우도 잦아 사무실에 다 같이 모일 기회는 많지 않다고 한다. 재주상회 제공
‘사람 쪼는 일’ 없는 언론사 잡지에는 제주 이야기를 담았다. 2016년 여름 <제주인>의 커버스토리는 ‘물’이다. 폭포와 계곡부터 오랫동안 제주에서 먹는물로 사용되어온 용천수 이야기까지. 제주의 물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모두 담겼다. 제주의 봄을 알리는 고사리, 섬을 이루는 현무암, 좀처럼 발길 닿기 어려운 마을까지 모두 <제주인>의 기삿거리다. 광고도 아무 데서나 받지 않는다. <제주인>은 제주와 인연 있는 기업이나 제주와 어울리는 가게의 광고만 실으려고 한다. 제주에서 나는 원료로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이나 제주 특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 등이 대표적이다. 광고는 <제주인>과 함께하는 작가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 만든다. <제주인>에서만 볼 수 있는 광고가 탄생하는 것이다. 기자 세 명과 작가 네 명이 기사부터 광고까지 <제주인> 안팎을 꼼꼼히 채운다. 재주상회가 잡지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제주 먹거리 관련 이야기를 담은 레스토랑 메뉴 컨설팅이나 여행 책자와 지도를 만드는 일도 한다. 제주에 모여든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을 기업과 연결해주는 에이전시 역할도 한다. 제주의 사람·음식·공간 등 여러 이야기를 담은 웹사이트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여러 재주를 가지고 제주에 모인 사람들이 각자의 재능을 나누고 또 함께한다는 의미로 이름 지은 재주상회는 그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며 이 섬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보이지만 고 대표는 손을 내젓는다. “우리가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지금 다시 창간호를 보면 얼굴이 화끈거려요. 부족한 부분도 많이 보이고요. 다만 디자인에 신경 쓴다거나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실으려고 노력한 걸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광고 없이 판매만으로 운영 큰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잡지 발행은 1만 부로 유지하려 한다. 이 정도로도 광고 없이 판매만으로 잡지를 운영하겠다는 꿈은 거의 이뤄냈다. 마지막으로 고 대표에게 <제주인>은 어떤 잡지냐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그는 “제주를 알아가는 이가 제주를 알고 싶은 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아직 많이 남았다. “사람들이 그렇게 제주에 대해 말할 게 많냐고 물어요. 하지만 제주는 정말 이야기할 것이 많은 곳이에요. 한참 남았어요.” 고 대표는 이야깃거리가 떨어질 걱정은 전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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