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루치 난민 아미르의 기도제1235호 발루치(발루치스탄) 난민 아미르(50)가 하던 일을 멈춘다. 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 흐르는 물에 손발을 씻은 뒤 작은 창문이 있는 공장 탈의실에서 모국어로 기도를 올린다. “파키스탄에서 발루치 사람들을 그만 죽였으면, 하루빨리 발루치가 독립돼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아미르가 나지막이 ...
‘출국유예’ 난민 불인정자 일도 치료도 뭣도 못한다제1234호 “출국기한유예.” 지난 10월12일 <한겨레21>과 만난 예멘인 이삼(34)의 여권에는 출국기한유예 딱지가 빼곡하게 붙었다. 이삼이 출국기한유예 딱지를 처음 받은 건 지난 2월이었다. 외국인등록증을 갱신하기 위해 인천출입국·외국인청(출입국청)을 찾았을 때다. 그는 ...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어요”제1233호 2013년 8월14일 아침 6시30분,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라바 광장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총기로 중무장한 군인과 경찰은 동틀 무렵부터 광장에 모였다. 불도저와 장갑차도 보였다. 인근 건물 옥상에는 저격수도 배치됐다. 군경 2만2천 명은 광장과 연결된 ...
인도적이지 않은 인도적 체류 지위제1231호 “너무 감사하다. 평화로운 나라에서 인간으로 머물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았다. 나와 아내, 그리고 아기가 최소 1년은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한국과 제주도민 모두에게 감사하다.” 인도적 체류를 허락받은 모하메드(가명)는 9월20일 <한겨레21&g...
누가 독립운동가를 보호할 것인가제1229호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야 사람이다. 자기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는 건 동물이다.” 카슈미르 독립운동가 사르다르(가명)가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가에 팬 주름이 깊고 낯빛이 어두웠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로웠다. 사르다르는 2016년 10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을 수시...
우리 곁의 ‘그림자 아이들’제1228호 “어린이들을 두고 가니 잘 부탁하오.”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소파 방정환 선생이 마지막 순간에 남긴 말이다. 1923년 5월1일 서울에서 첫 어린이날 기념식을 열며 방정환 선생은 ‘아동권리 공약 3장’을 선포했다. 이 공약에는 ‘완벽한 인격적 대우를 허하라’ ‘만 14살 이하 ...
여전히 ‘로힝야 비극’ 속에 산다제1227호 “마을이 불타고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눈물이 흐르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로힝야 출신 난민 모하메드 이삭(52)은 1년 전을 떠올리면서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2017년 8월25일, 미얀마(버마) 군대가 미얀마 라카인주 북부 지방에 사는 로힝야 사람들을 총칼로 무자비하게 ...
무자비한 한국 떠나는 예멘인제1226호 “나는 직업을 찾고 있다.” 예멘 난민 히샴이 8월8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건설 현장에 들어가 한창 작업 중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휴대전화에 적힌 한글 문장을 보여줬다. 문 공사를 하던 원아무개씨는 불쑥 공사 현장에 들어온 낯선 청년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히샴이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
나는 ‘보통 사람’이다제1226호제1218호부터 ‘#난민과함께’ 기획연재를 싣고 있는 <한겨레21>이 난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갑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난민을 매주 한 명씩 만나 여러분께 소개해드립니다.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을 보려면 가장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들을 봐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
다름을 그리고 서로를 알아갑니다제1225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가 즐겨 인용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명제가 참이라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자세히 오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와 있는 예멘 난민이 그랬다. 8월7일 저녁, 제주도민과 예멘 난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