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싣고 엉덩이로 여행제1113호작은 소녀상이 아픕니다. 이역만리 러시아 벌판 어느 곳입니다. 목이 부서지고, 다리도 망가졌습니다.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입니다. 한 남자가 곁에서 소녀상을 보살핍니다. 이 둘은 오토바이 한 대에 의지해 러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유럽 등 52개국을 도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제1104호 사람과 ...
혼자라도 혼자가 아니야 ‘공유 월세’도 있다제1107호 ‘혼족(族) 시대’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노래 부른다. 이런 모습을 일컫는 혼밥, 혼영, 혼술, 혼곡 같은 말은 유행어가 됐다. 1인 경제주체라는 뜻으로 ‘솔로 이코노미’ ‘싱글슈머’(single-consumer)라는 신조어가...
‘작은 소녀상’ 52개국 일본대사관으로제1104호투박해 보이는 이호철(36·가명)씨의 손에 ‘작은 소녀상’이 들려 있었다. 일본대사관 맞은편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부부 조각가가 원래 크기를 20cm로 줄여 만든 ‘소녀상 미니어처’다. 거칠게 잘린 머리카락, 어깨 위의 파랑새, 하얀 나비를 품은 그림자와 문구까지 ‘평화의 소녀상’ ...
노동을 관리하라 민주로 비자본주의로제1103호 ‘책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노교수의 서재에 다다르는 길목마다 책이 밟혔다. 강내희(65) 전 중앙대 교수(영어영문학)의 서울 연희동 자택은 차라리 하나의 헌책방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강 교수는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이었다. 그는 강단 생활 30년을 마치고 얼마 전 정년퇴임했다. 문화, ...
움직이라, 희망 쪽으로제1102호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 실업이 40만 명에 육박하는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2003년 MBC 시트콤 <논스톱>에서 고시생 앤디는 철없이 노는 대학생들을 향해 말한다. 13년 후 지금은 청년 실업이 40...
투표소에 오빠가 돌아왔다제1101호 연루(緣累). 인연으로 묶는 것. 지금 정치에 연루된, 아니 스스로 연루한 작가가 있다. 김영하(48) 이야기다. 그는 20년 가까이 투표소에 가지 않았다. 1997년 대통령선거가 아마도 마지막 투표였을 거라고 했다. 그는 말했다. “올해 총선에는 꼭 투표할 거다.” 정치와 문학이 ‘한...
여기, 이름 없는 사람을 보라제1100호 사람은 어디 있는가. ‘불경어수 경어인’(不鏡於水 鏡於人·<묵자>). 물이 아니라 사람을 거울로 삼으라 했거니와,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제 할 일 하지 않아 사람 수백을 물속에 수장시키고도 “일단 모두 물에 빠트려놓고 꼭 살려내야만 할 규제만 살려두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말을 태연자약...
난민을 돕는 120km제1100호 ‘인기 있는 것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니다.’ ‘아니, 인기 있는 것들은 옳지 않을 때가 많다.’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탈출한 난민들에 관한 현지 르포를 연재하면서 종종 든 생각이다. <한겨레21>은 지난해 11월29일부터 난민 르포 연재를 시작하면서 66일간 인터넷에서 포털...
“교회는 행복한 세상 만들어야”제1099호‘개성공단 중단? 박근혜 정부 무지가 부른 자살행위’. 2월10일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는 발표를 한 뒤 나온 언론 기사의 제목이다. 자살, 자살골, 자살행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의 선택을 가리키는 말이 정치적 행위를 평가하거나 스포츠 경기를 설명하는 데까지 뻗어 있다. 이른바 ‘은유’...
“농사보다 쉬운 거, 그걸 시라카대”제1098호 시 한 편 보내주세요 제목은 ‘다 예쁘다’ <한겨레21>이 시를 공모합니다. 시집 <시가 뭐고?>의 시 선정위원 가운데 한 명인 고영직 문학평론가는 할머니들의 시를 읽고 “이 땅에는 시 안 쓰는 시인이 참 많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