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를 권하는 사회제1104호 사회는 종종 불온한 것을 은밀하게 권한다. 사회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는 구글에 물어본다. 사회가 무엇을 권하는지 검색한다. ‘술 권하는 사회’가 일등으로 나온다. 현진건의 소설 덕분이다. 곧이어 나오는 항목에서 사회는 빚, 대출, 야근, 카페인, 심지어 설사약을 권한다. 시민 개개인이 그다지 ...
경제예측이라는 점쟁이제1099호이솝우화에 나오는 얘기다. 제 딴에는 세상일을 내다보는 재주가 있다는 점쟁이는 장터에 자리잡고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운세를 보아주었다. 오늘 장사는 어떨지 시시콜콜하게 얘기해주며 마치 그들의 운명이 자신의 손바닥에 달려 있는 양했다. 더러 솔깃한 사람도 있었지만, 점쟁이의 설레발을 못마땅해하는 이들도…
희망, 그놈을 만나러 간다제1094호 “그녀를 만나러 가겠네, 서른 살이 되면.” 성석제의 소설 ‘황금의 나날’을 여는 첫 문장이다. 해가 능청스럽게 바뀔 때마다 나는 이 구절을 애써 떠올린다. 새해 첫 해와 함께 솟아오르는 습관적 냉소 때문이다. ‘지난해’라는 시간은 늘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가득 적힌, 그래서 구겨져 바닥...
붉은 심장을 가진 여인에게제1090호영화제의 계절이다. 영화에는 여전히 까막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간 영화 만드느라고 고생한 이들을 모아서 상도 주고 격려하는 잔칫날에는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 말하자면 잿밥에만 관심 있는 셈인데, 그래도 섭섭한 게 있다. 세간의 관심은 늘 누가 상을 받는지, 또 누가 예쁘거나 파격적인 드레스를...
가장 낮은 일터에 사람이 있다제1085호일터의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늦가을의 쓸쓸함 때문에 만사가 그리 보이는 탓도 있겠지만, 이런 계절적 소회를 애써 제쳐두더라도 막막한 느낌은 넓고도 깊다. 한쪽에서는 정년 보장과 청년고용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임금피크제라는 ‘신의 한 수’가 필요하다고 하고, 이를 마치 나의 일처럼 성심껏 지지…
교황이 불러낸 11월의 여인제1081호 미국 워싱턴의 가을은 아름답다. 하늘이 높아지고 단풍 깊어가는 날에는, 빈틈없이 움직이는 득표 계산기를 들고 진흙탕 싸움도 불사하는 살벌한 워싱턴을 잠시 잊어도 좋다. 그런 날에 ‘가장 비정치적이어서 가장 정치적인’ 인물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초대받았다. 아마도 역사상 가장 연륜이 깊은 ‘아이돌 스타’인...
말의 꽃, 행동의 열매로 맺길제1078호 바야흐로 불평등에 대한 말이 넘치는 시대다. 지난해 토마 피케티의 이 마치 태풍처럼 지나가고 난 뒤, 소득불평등에 대한 연구가 경쟁적으로 쏟아져나왔다. 올봄에는 마치 불모지에서 봄꽃이 만발하는 것처럼 예기치 않은 곳에서조차 연구 결과가 경쟁적으로 발표됐다. 그야말로 백화쟁명의 시대다. 올해 첫 씨앗...
국민이 너~무 궁금해서 대통령께 드리는 말씀제1075호 얼마 전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가 나왔다. 비루하게 쇠약해가는 몸은 낯선 땅에 있으나, 나는 엄연히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다. 물론 표가 필요할 때만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처지가 섭섭하긴 하다. 그래서인지 대국민 담화는 반갑다. 정부의 최종 책임자가 ...
축구공은 굴러 어디로 가는가제1072호초록빛 그라운드에 굴러가는 것이 축구공인지 돈인지 모르게 되어버린 2011년 겨울, 브라질 축구 영웅 소크라테스는 세상을 떠났다. 이름에 걸맞게 그는 죽으면서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면, 그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던 축구선수 소크라테스는 “나는 마신다. 나는 피운다....
왜 경제학자를 믿지 못하냐고?제1068호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을 영국 식민지에서 해방시킨 건국의 아버지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토머스 제퍼슨과 함께 작성했으니, 그의 펜촉에서 흘러나온 잉크처럼 자유와 독립의 정신은 대륙의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가 미국에 정치적 해방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어쩌면 식민지라는 어두운 일상보다 더 무서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