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기 위해 새겨야 할 문신제1013호세월호 트라우마에 관해 두 차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치유자 정혜신은 남겨진 이들이 겪게 될 가장 큰 고통은 잊혀지는 것에 대한 공포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고 그녀는 강조했다. 다짐하고 호소한다고 안 잊혀지는 건 아닐 것이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메멘토>...
깨져버린 일상 더 이상 깨지지 않도록제1011호치유자 정혜신과 세월호 트라우마에 관한 인터뷰를 한 뒤 2주가 지났다. 상황은 끝나지 않았고 더 나빠졌다. 배가 침몰한 1차 트라우마보다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 전개된 그 뒤의 모든 일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결정적인 2차 트라우마였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악몽에 떨고… 정상...
“슬픔 속으로 뛰어드세요”제1009호지난번 인터뷰에서 ‘세 아이의 아빠. 훌륭한 옆지기를 둔 쌍차 해고자’라는 고동민의 담백하고 꽉 찬 프로필에 감탄했더니 인터뷰를 읽은 그가 꼭 ‘쌍차 복직’까지 첨가해서 완벽한 스펙이 되고 싶다는 메아리 같은 소망을 전해주었다.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해고의 후유증으로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 25명이 목숨을 잃는…
파업과 소송 고통의 시간, 지금의 날 있게 한 날들제1007호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큰 글씨로 프린트해서 봤다며 살림예술가 이효재가, 아마도 익숙지 않았을 손놀림으로, ‘좋은 사람으로 잘 살겠습니다’란 문자를 보내왔다. 충분히 잘 사는데 무슨 그런 말씀을. 속으로 혼자 웃었다. 어떤 이가 부자를 ‘잘 사는 사람’으로, 가난한 사람을 ‘못 사는 사람’으로 표현하는 게 불편…
자연처럼 극진한 밥처럼 예술적인제1005호자신의 인터뷰를 읽은 노동자 건강권 운동가 공유정옥은 자기가 ‘처음 가는 길’도 아닌데 앞서 길을 내준 분들이 보면 헛헛할까봐 염려가 된다고 했다. 나는 그가 지금 ‘좋은 길’에 서 있는 게 맞다고 답했다. 꼭 처음 가는 길이 아니어도, 늦어도 빨라도 상관없는 길들이 있다. 그래서 더 소중한 길들. 날마다 반복되…
하얀 분노, 나를 울리고 움직이는 힘제1003호지난번 인터뷰의 제목을 편집자는 ‘이 길을 내준 사람이 고맙다 고맙다’라고 달았다. 읽으며 나도 그랬다. 인터뷰 당사자인 안은주 국장도 함께 일하는 스태프가 ‘인터뷰 읽고 뽕 맞았다’고 했다며 고맙다고 했다. 선한 에너지의 파장이 따끈한 목욕물처럼 피부에 와닿는 느낌. 누군가를 다독이고, 일으키고, 지켜주는 ...
이 길 내준 사람이 고맙다 고맙다제1001호지난번 인터뷰 뒤 자신의 인터뷰를 읽은 황상기씨는 조목조목 정리가 잘됐다며 ‘삼성 사람들도 이거 보면 좀 쫄았을 거 같애요’라고 예의 그 순박한 말투로 고맙다고 했다. 나는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며 정색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어설픈 충고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한 현재 대한민국에서 삼…
“영화보다 실제는 더 심했어요”제999호지난번 인터뷰 뒤 나는 ‘여성성’을 화두로 받아든 수도자처럼 오래 생각했다. 자신의 인터뷰를 읽은 고은광순은 내게 여성성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것이 이미 진화된 사람이라는 증거라고 나를 북돋아주었다. 그러던 차에 황상기씨를 만났다. 그는 고은광순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진화된 인간의 한 모델이었다. 그에 ...
“살아서 가는 천당 만들자”제997호지난번 인터뷰 뒤 작곡가 윤민석으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다. 그가 작곡하고 아내 양윤경이 부른 <우리 아가는>이란 노래 한 곡. 봄에 발매 예정인 양윤경 음반에 실릴 곡이란다. 노래는 병색(病色) 하나 없이 맑고 고왔다. 노래 뒤에 붙은 ‘맨 먼저 들려주고 싶어서’란 간단한 꼬리말이...
“당신 덕분에 내가 살았습니다”제995호지난번 인터뷰 뒤 배미향 PD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가 자신의 인터뷰를 읽고 전해온 짧은 소감이 생각난다. “‘배미향의 음악세계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아 안도했다’는 대목은 참으로 묘한 기분이었어요. 저에게 특별한 위로였어요.” 그렇겠구나. 내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