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 한겨레신문사 앞에 선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불법 명의대여 사업의 피해자 김원일씨. 그의 뒤로 상이군경회원들이 <한겨레21> 보도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박승화 기자
사업자등록증 김덕남 회장 이름 확인했는데 2015년 4월, 박씨는 김씨를 광주광역시의 한전 폐기물류센터로 데려가 폐전선을 보여주고 상이군경회 폐기물사업소의 황아무개 본부장을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아산공장에도 한전 폐전선이 있는데 2억원어치를 사면 1억원을 남길 수 있는 좋은 물건”이라고 유혹했다. 김씨는 아산공장을 방문해 물건을 확인하고, 어머니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2억원을 ㅅ사 계좌로 보냈다. 하지만 약속했던 한전 폐전선은 이때 이후 “단 1g도 들어오지 않았고” 보낸 돈은 “단 1원도 돌려받지 못했다”. 박씨는 5월에 미군부대 고철을 단독으로 납품받을 수 있다고 속여, 김씨로부터 4억원을 더 받아갔다. 이 중 1억원은 김씨가 현금으로 직접 전달했다. 앞서 약속한 아산공장의 2억원어치 물량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항의하자, 박씨는 “아산공장에서 작업 중”이라고 했다가 “도난당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박씨는 이후 “미군부대 물건만 나오면 한 방에 복구할 수 있으니 4억원을 빨리 마련해줄 것”을 김씨에게 재촉했다. 긴가민가하면서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김씨는 또 속아 넘어갔다. 6월에는 상이군경회 폐기물사업소의 황아무개 본부장이 “홍아무개 폐기물사업소장 명의로 된 전북 남원의 공장 부지를 인수해 폐기물 처리 공장을 세워 운영해보라”고 제안했다. 이 땅에 토지대금 2억원과 공장·야적장 공사비 4억5800만원 등 모두 6억5800만원을 투입했다. 이 땅과 공장은 지금 제3자 명의로 넘어가 있다. 김씨는 공장을 한 번도 돌려보지 못했다. “두 눈 멀쩡히 뜬 채 토지 매입 대금과 공장 건축비를 몽땅 날린 셈이다.” 김씨는 “2017년 홍아무개 폐기물사업소장이 ‘상이군경회 정관이 바뀌어 토지와 공장을 모두 상이군경회 명의로 해두어야 한전 폐기 물품 계약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명의변경을 종용해, 홍 소장이 일러준 다른 사람 명의로 넘겼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홍 소장이 대신 부담하겠다던 양도소득세도 내지 않았고, 그 때문에 내가 세금 체납자가 돼 주식까지 압류당했다.” 회계 업무를 도와주던 김씨 여동생도 이 과정에서 1억7천만원을 날렸다. 김씨 남매가 상이군경회 폐기물사업소를 통해 ‘사기’당한 돈만 모두 16억원에 이른다. 김씨는 지난해 박씨와 인천폐기물사업소의 홍 소장과 황아무개 본부장 등 5명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본인과 여동생이 직접 고소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검찰에서 돌아온 답은 “혐의가 불충분하다”는 불기소 처분이었다. 김씨는 “너무 억울해서 올해 초 서울고검에 다시 항고이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원일씨 회사와 상이군경회 폐기물사업소의 폐기물재활용업 허가증에 적힌 사업장 주소가 똑같다. 한국전력 폐기물을 공급받을 때는 상이군경회 명의를, 가공한 폐기물을 재판매할 때는 김씨 회사 명의를 이용했다. 김진수 기자
국가가 방조한 피해자들 구제하려면
보훈처에 피해접수 창구 만들어야
<한겨레21>은 보훈단체들의 불법 명의대여 사업 피해를 탐사보도하면서, 국가보훈처에 그 피해접수 창구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훈처에 시급히 피해접수 창구를 만들어,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효과적인 법률 지원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피해자들은 국가가 방조한 구조적 부조리의 희생자다. 애초 국가에서 보훈단체들의 수익사업을 허용했던 것은 국가유공자인 회원 복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선의로 시작했던 사업은 불법 명의대여 사업으로 변질됐고, 회원 복지는 뒷전인 채 회장과 간부들과 눈치 빠른 일부 사업자가 막대한 수혜를 독식하는 사업으로 타락했다. 그 과정에서 뒷돈과 불법이 판치고 피해자들이 양산된 것이다. 독버섯이 자라나는 명의대여 사업의 실상을 보훈처가 훤히 알면서도 이를 무책임하게 방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둘째, 피해자기 스스로 구제받기가 매우 난감한 사안이다. 보훈단체들은 오랫동안 불법 명의대여 사업을 해왔다. 여러 피해 사례를 다루면서 효과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는 능력을 갖췄다. 큰돈을 들여 가장 역량 있는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들을 앞세운다. 그에 비해 피해자는 개인이다. 더욱이 피해자들은 서로 만나기도 어려워 정보를 공유할 수조차 없다. 실제 많은 민형사 소송에서 피해자들은 보훈단체의 방어벽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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