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한겨레21>과 <고래가 그랬어>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싣습니다
글 강수돌·장석준
그림 최연주·김근예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6명이 죽었어. 너무 많이 일해서 쓰러져 죽거나 일이 힘들어 견디기 어렵다며 자살을 하고 말았지. 현재 법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은 일주일에 52시간이야. 기본 40시간(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씩)에 연장 근무 12시간을 더한 거야. 하지만 디지털단지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60~70시간씩 일하는 게 예사라고 해. 이렇게 쉬지 않고 오랫동안 일하다보면, 당연히 건강이 좋지 않겠지? 뇌·심장·혈관·어깨·허리 등 몸이 상하거나 불면증·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도 생기게 되고 말이야.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일하는 건데 왜 죽도록 일하는 거지?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왜 이런 의문을 갖게 되었는지 하나씩 따져보자. 먼저, 게임 산업의 경쟁 상황은 게임 산업 노동자들을 힘들게 해. 예전에는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 데 3~5년 정도가 걸렸어. 어떤 게임이 나오려면 최소한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고, 다음 게임을 하려면 다시 긴 시간을 기다렸지. 그런데 휴대전화로 하는 모바일 게임이 많이 나오면서 갈수록 그 간격이 짧아지기 시작했어. 3년에서 2년으로, 심할 경우 몇 달 만에 새 게임이 나오고 있어. 처음엔 한두 곳만 게임을 빨리 만들었지만 이제는 수많은 회사가 그래. 게다가 한국에만 게임 회사가 있는 게 아니잖아. 전세계 모든 게임 회사랑 다퉈야 하는 셈이니 경쟁이 더 치열하겠지? 새로운 게임이 빨리 나와야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으니까. 다음으로는 법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거야. 일하는 시간이 일주일에 5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는데, 새로운 게임을 내놓을 때가 되면 경영자는 일을 더 많이 시키려고 한단다. 이런 시기를 ‘크런치 모드’라고 해. 이때가 되면 일주일에 70시간 넘게 일한다고 해. 몇 주 동안 밤과 낮,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거나 아예 집에 갈 엄두를 못 내기도 해. 모두 살려고 일하는 건데 일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지. 법으로 정해진 노동시간이 있는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회사에서 사실과 다르게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52시간이 넘지 않는다고 기록해서야. 법을 피해 흔적 없이 일을 더 시키는 거지. 그나마 염치가 있는 사장은 더 일한 만큼 수당(돈)을 주지만, 어떤 곳은 5천원짜리 저녁식사 쿠폰만 달랑 준다고 해. ‘공짜 야근’인 거야. 게다가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계산해주지 않는 곳이 많아. 법대로 실제 일한 시간만큼 계산해서 돈을 주는 게 아니라 한 달 월급에 야근이나 주말에 일한 수당까지 포함해서 계약하는 거야. 이걸 ‘포괄임금제’라고 하는데, 사실은 불법이야. 그런데 왜 사람들은 회사를 뛰쳐나오지 않고 비인간적인 조건 속에서 계속 일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이 필요해. 하지만 대답하기 쉽지 않아. 왜냐면 회사를 나가도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렵잖아. 요즘은 대학 ‘졸업식이 곧 실업식’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해. 그만큼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야. 그래서 많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직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어. 지금 당장 죽을 지경인데 억지로 버티다가는 진짜 죽지 않을까? 한 게임 개발자가 이렇게 말했어. “맨날 야근에 야근을 반복하다 보면, 내 자존감은 회사에 있고, 내가 만드는 목표가 내 자존감이 된다. 회사를 제외하면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없어지는 때가 온다. 일 말고 하는 게 없으면 나는 무엇으로 평가를 받나?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말고 없다. 그래서 무리하면 그런 사달(쓰러지거나 죽음)이 난다.” 삼촌은 해결의 실마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 자존감,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말이야.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을 잘 찾아나간다면, 잘못된 일을 말할 수 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없겠지. 삼촌은 법이나 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낸다면 노동조합도 만들고 죽음을 부르는 노동조건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사회라면 민주주의가 잘 실현되고, 사람들은 자존감을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지식은 우리 모두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