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 일단 유행에 뒤처지면 창피해.
슬찬 쪽팔리고.
서희 왕따 되는 느낌이 싫어서 그러는가?
슬찬 심심해서 그럴 수도 있어. 아니면 그냥?
동천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하게 보이고 월등해지고 싶어서.
슬찬 남보다 우아하게! “우-아, 우-아하게 만들어줘!”
동천 노래를 하네, 노래를 해.
슬찬 근데 이유가 반대네. 무리 속에 들어가기 위해 유행을 따르거나, 다른 사람보다 튀어 보이려 유행을 따른다고?
동천 사람마다 이유가 다른 거지. 어떤 사람은 우월해지려고, 또 어떤 사람은 왕따를 안 당하려는 거지.
서희 맞아. 사람마다 어울림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니까.
슬찬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하하하. 범인은 바로 납니다. “나야 나~.”
동천 유튜버들. 급식체도 만들고. 신기하고 재미있으니까 애들이 막 따라 하잖아.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따라 하고.
슬찬 나라니까, 내가 만들 수 있어. 새로운 머리 모양을 유행시키고 싶다면, 지금 유행하는 거랑 완전히 다른 머리 모양을 직접 하고 다니면 돼.
동천 네가 그 머리를 하고 다닌다고 해도, 따라 하는 사람이 없으면 유행이 안 되거든. 나는 보겸 같은 유튜버들이 유행을 만든다고 생각해. 방송 보는 사람들 엄청 많아. 100만 명이 넘는다고. 우리 반 애들은 다 보겸 말투 따라 해.
슬찬 당연히 범인은 여기에 있어!
서희 유행을 계획하는 사람과 그것을 실제 행동하는 사람은 다르나봐. 재미있으라고 유행을 만드는 사람이 분명 있어.
동천 내가 유행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나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만들 거 같아.
서희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인기도 생길 테고.
동천 ‘관종’(관심받고 싶은 사람)?
슬찬 그게 아니라 인기를 얻는 거지. 돈도 벌 수 있어.
서희 결국 돈인가!
동천 관종이나 인기나, 같은 거지. 관종도 돈이 될 때가 있어. 관심을 끌면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슬찬 맞아. 굶고 있는 애들 모습 보여주고 관심 가져달라고 하잖아. 배고픈 척, 굶주린 척 연기하라 시키고.
동천 꼭 해야 하는 것처럼 몰아가.
서희 사람들이 그걸 따라 하려면 마음이 움직여야 하잖아.
동천 아니면 설득을 당하거나.
서희 감동을 받아야 따라 하잖아. 근데 억지로 감동시키려는 게 티나면 더 싫어져. 정이 뚝 떨어져.
동천 아니면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우리끼리만 쓰는 말이나 입는 옷, 이런 게 있으면 왠지 더 친한 거 같잖아.
서희 많은 사람이 봐야 유행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렇다면 방송국 사람들이 유행을 만든다고 해야 하나?
동천 글쎄,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다 유행하지는 않는 거 같은데.
슬찬 나, 나라니까! 내가 만든다고.
서희 그래, 유행은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 너도 언젠가 유행을 만들 수 있어!
동천 뭐야, 그게. 크크크. 슬찬이가 아무리 이상한 걸 해도, 따라 하는 사람이 없으면 유행이라고 할 수 없어.
슬찬 머리카락 반은 보라색으로 염색하고 반은 빨간색으로 염색하고 그 위에 만두를 올려도?
동천 차라리 브리지를 해, 크크크.
서희 슬찬아, 그걸 어떻게 사람들이 따라 하게 만들 건데?
슬찬 “야, 너 이거 해! 너도 이거 해!” 이렇게 막 시킬 거야.
서희 그러다 한 대 때리겠다.
동천 유행을 만드는 게 아니라 협박하는 거잖아, 크크크.
슬찬 그런가, 하하하.
서희 일반인이 유행을 만들려면 사람들한테 일단 많이 알려야 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가입시켜야겠어.
동천 방송을 해, 유튜버나 아프리카 비제이처럼.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는 것도 좋겠다.
서희 사람들이 과연 따라 할까?
동천 따라 하고 싶을 만큼 재미있고 매력적이어야지.
슬찬 보면 막 웃기거나, 엄청 멋지거나 신기하거나. 한번 보면 계속 보고 싶어야지.
서희 5 대 5 가르마는 정말 안 되겠지?
슬찬 누나, 포기해.
서희 아, 방송에 나가면 금방 퍼질 텐데…. 문제는 거기 나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거.
동천 방송에 나오는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지.
나라니까! 유행은 내가 만든다고
서희 유행은 연예인이 만드는 게 제일 쉽겠다. 연예인은 방송에 나갈 수 있고, 사람들이 많이 볼 테고, 보면 따라 하게 되니까.
동천 옛날에 유행하던 장난감을 아직도 가지고 노는 애들이 있어. 완전 한물간 장난감인데.
슬찬 아오~ 쪽팔려.
서희 복고, 옛날 게 다시 돌아오는 복고!
슬찬 이미 지나간 옛날 건데 왜 다시 유행해?
서희 옛날 걸 기억하려고? 추억이니까.
슬찬 그걸 경험한 사람들한테 유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어린 사람들이 좋아하잖아.
서희 어, 맞네. 엄마 어릴 때 유행하던 게, 자식에게 다시 유행해.
동천 왜냐하면 아이템이 없어서야. 새로운 게 없으니까, 유행이 돌고 도는 거지.
서희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 똑같다는 거야?
동천 비슷하다는 거지. 더우면 얇게 입고, 추우면 두껍게 입고. 재료도 비슷비슷.
슬찬 대 이을 자손이 엄마·아빠가 했던 게 재미있어 보이니까 따라 하는 거야.
동천 돌고 돌아 다시 돌아왔네.
슬찬 예의 바른 자손들! 휴대전화 게임도 미래에 가면 전래놀이처럼 여겨질 수 있어. 다시 유행할 수 있어. 어른들은 우리한테 공부할 시간 없다고, 딴짓하면 안 된다고, 유행 같은 거 따라 하지 말라고 하지.
서희 하아~ 공부, 다 필요 없는데.
슬찬 이건 어때? 공부를 유행으로 만드는 거야! 공부가 유행이 되면 그런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어!
동천 됐고. 나, 오늘 시험 망쳤어.
서희 나 1학년 때인가, 받아쓰기 빵점 맞은 적 있어.
슬찬 괜찮아. 어떤 사람은 글을 잘 알고 어떤 사람은 숫자를 잘 알고, 사람마다 다 달라.
동천 이건 어때? 시험 못 보는 걸 유행으로 만들자!
서희 유행 따라 하면 어른들이 “너 왜 그러고 사냐?” 막 이래.
동천 심하면 “넌 왜 사냐?” 이러기도 해.
슬찬 쯧쯧쯧.
서희 어른들도 옛날에 다 따라 했으면서!
동천 나한테 그러는 어른이 있다면, ‘애드립’과 ‘패드립’을 섞어서 아주 재밌는 말을 들려주겠어.
서희 유행을 따라 하면서 친구들이랑 어울리면 재미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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