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한겨레21>과 <고래가 그랬어>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싣습니다.
글 장석준·강수돌
그림 김근예·최연주
지금부터 62년 전에 쓰인 한 문장이에요. 이 글을 쓴 사람은 유명한 학자 둘인데 한명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에요. 상대성이론을 발표해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독일 출신의 물리학자랍니다. 다른 한 명은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이에요. 이분은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어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많이 써서 그랬나봐요. 평화운동에 앞장선 것으로도 유명해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전쟁에 반대하다가 감옥에 갇히기도 했어요.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두 사람이 1955년 함께 핵무기에 반대하는 글을 썼어요. 흔히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이라고 해요. 사실 아인슈타인은 원자폭탄이라는 최초의 핵무기를 만드는 일에 함께했어요. 그때는 세계 전쟁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을 무찌르려면 이런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다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부터 생각이 바뀌었어요. 핵무기는 지구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거예요.러셀도 같은 생각이었죠. 두 사람은 뜻을 모아 전세계의 핵무기를 하루빨리 모두 없애야 한다는 글을 써서 발표했어요. 두 사람은 말했어요. “핵무기 앞에서는 이제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나 공산주의 가운데 어떤 정치 이념을 지지하는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인류의 한 사람이라는 점만 중요합니다.” 왜 이렇게 이야기했을까요? 핵무기는 인간이 만든 어떤 무기와도 다르기 때문이에요. 예전의 무기는 싸움터에서 직접 싸우는 군인의 목숨만 빼앗았어요. 이것도 슬픈 일이지요. 하지만 핵무기는 넓은 지역의 모든 생명을 다 죽여요. 군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아요. 동무들 같은 어린이도 마찬가지예요. 더구나 원자폭탄, 수소폭탄 같은 핵무기는 폭발한 뒤에도 방사성물질을 남겨요. 그러면 생명이 더는 제대로 자라날 수 없어요. 영영 죽은 땅이 되어버리죠. 핵무기로 전쟁을 하면 세상은 끝장나버릴 수밖에 없어요. 지구는 죽음의 행성이 되는 거지요. 그래서 두 사람은 절박한 마음으로 온 인류에게 핵무기를 다 없애야 한다고 외쳤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핵무기는 없어지지 않았어요.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들이 핵무기를 없애려 하지 않으니까요. 요즘 한국을 둘러싸고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어요. 미국, 중국뿐 아니라 북한까지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어요. 한국 안에서도 몇몇이 “우리도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그러고 있어요. 이렇게 가다가는 동아시아가 지구에서 핵무기가 제일 많은 곳이 될지도 몰라요. 안 됩니다! 절대 안 돼요. 어떤 것도 핵무기를 가질 이유가 될 순 없어요.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는 지구에서 핵무기가 제일 많은 곳이 아니라, 오히려 제일 먼저 핵무기를 없앤 곳이 되어야 해요. 러셀과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핵무기 앞에서는 나라도 이념도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모두 쉽게 상처 입고 죽을 수 있는 연약한 생명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해요. 러셀과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외쳤어요. “이제 선택해야 한다. 핵무기로 인류를 끝장낼 것인가, 아니면 인류를 위해 핵무기를 끝장낼 것인가?” 우리도 미국 정부, 북한 정부 그리고 한국도 핵무기를 만들자는 사람들에게 같은 물음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요?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편에 선 사람 모두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할 때예요. 일 적게 한다고 나라 망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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