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한겨레21>과 <고래가 그랬어>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글 장석준·강수돌
그림 김근예·최연주
오늘은 발전소 이야기를 할 거야. 요즘처럼 더운 날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 없이는 견디기 힘들어. 그런데 이것들을 움직이는 전기는 어디서 올까? 당연히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에서 와. 발전소는 강에 댐을 만들어 전기를 만드는 수력발전소, 석탄을 때는 열로 전기를 만드는 화력발전소, 핵분열 때 나오는 강한 열을 이용하는 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 등이 있지. 지금 한국에선 25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소비하는 전력량의 약 3분의 1을 공급해. 한국 사람들은 전기를 얼마나 쓸까? 약 250만 토우(TOE)★, 세계 10위권이야. 요즘은 인구가 줄어 2030년이 되면 원자력발전소를 10기 정도 줄여도 된대.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져서 기업과 정부는 물론 모든 시민이 에너지 절약에 최선을 다해야 하거든. 게다가 원자력발전소가 터지면 나라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태양광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많이 만드는 게 좋겠지. 요즘은 건물 옥상이나 농촌 지역, 바다나 호수 등에도 태양광발전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기 쉬워졌어. 실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난 뒤 일본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어. 이미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섬 원전 폭발,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붕괴 등이 그 위험성을 온 세상에 알려준 바 있지. 한국은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더욱 위험하다고 해. 더 큰 문제는 다 쓴 핵연료 처리야. 여기서 새나오는 건강에 치명적인 방사선 때문이지. 대개 핵연료봉(에너지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농축 우라늄을 가느다란 튜브 속에 수백 개씩 집어넣어 만든 봉을 말해)을 몇 년 쓰고 나면 폐기해야 하는데, 엄청 뜨거운 열이 나기 때문에 일단 몇 년 동안 차가운 물에 잘 식혀야 해. 그다음엔 지하 500m 이상 깊은 곳에서 10만 년 동안 보관해야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 덜 해로워져. 100살까지를 한 세대로 봐도(보통 한 세대는 30년이야) 무려 1천 세대가 지날 동안의 긴 시간이니 상상조차 어렵지. 아무리 핵발전의 장점이 있다고 해도 아예 하지 않는 게 더 낫다고 할 수 있어. 핵 탈피하기, ‘탈핵’이 정답이지. 일본 후쿠시마 사고 뒤 독일에선 탈핵 운동이 거세지면서 ‘2022년까지 원전 제로’를 선언하고 즉각 8기의 핵발전소를 중단했어. 2015년 6월에는 그라펜라인펠트 원전도 폐쇄했어. 대신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생산을 장려하고 있지. 독일은 2050년까지 전체 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대.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은 결정이야. 오스트리아, 덴마크 같은 나라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6월19일, 한국도 대통령이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 기념식에 참석해 탈핵·탈석탄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했어.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도 7월14일,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 중단 계획’을 결정했어. 위험한 핵발전소를 그만 짓자는 뜻이야. 그러자 신고리 원전 시행사와 시공사, 한수원 노동조합, 울산 울주군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발전소를 지어 돈을 버는 회사가 반발하는 건 이해되지만, 안전이나 건강 문제를 생각해서라도 찬성해야 할 주민과 노동자는 왜 반대할까? 지역주민들은 발전소 같은 공장·산업 시설이 잘 돌아가야 지역경제에 이롭다고 생각해. 영화 <판도라>에 나오는 식당 주인 ‘석 여사’를 비롯한 많은 지역주민들의 생각도 바로 그러했지. 그러나 발전소가 폭발하고 살아남기 위해 끝 모를 피난 행렬에 나서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어. 이미 늦었지. 발전소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야. 일자리와 돈 문제가 핵심이거든. 발전소가 잘 움직이고 유지돼야 일자리도 생기고 돈벌이도 잘된다는 논리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노동자가 방사능 피해를 보지 않고 발전소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서만 맞는 말이야. 영화에서처럼, 만일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방사능 피해로 소중한 목숨을 잃거나 발전소 폭발로 인근 주민이 모두 피난을 가야 한다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온 나라가 금세 혼란에 빠질 거야. 많은 돈과 일자리가 무슨 소용 있을까? 게다가 핵발전소가 계속 움직인다면 위험한 핵연료봉이 무수히 많이 쌓일 텐데! 지금 세대만 지구에서 살 권리가 있을까? 이 모든 걸 생각하면, 우리는 당장의 이익이나 편리를 위해 미래 세대와 자연을 희생시키는 어리석은 짓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다다라. 전기 같은 에너지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생활에서 꼼꼼히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나아가 기업에 싸게 공급하는 전기료를 조정하며 재생에너지를 마을마다 널리 퍼뜨려야 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야. 처음엔 힘들지만 실천하다보면 보람도 느끼고 어느새 온 세상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자, 우리부터 주변에 고칠 것은 없는지 살피고 하나씩 실천해보는 건 어때? ★토우(TOE·Ton of Oil Equivalent·석유환산톤)_ 각종 에너지 단위를 비교하기 위해 가상으로 만든 단위를 말해요. 지구에 있는 모든 에너지원이 타서 생기는 열량에 기초해서 이를 석유 발열량으로 고쳐 헤아린 거예요. 1TOE=1천만kcal
평화헌법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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