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본소득 프로그램 개발 대회인 ‘크리에이톤’을 진행하는 ‘유니버설 인컴 프로젝트’(왼쪽) 운영자인 짐 푸(오른쪽)를 <한겨레21>이 인터뷰했다. siliconbayounews.com 갈무리, 박상현 한겨레21 교육연수생
아이디어 원천 ‘크리에이톤’ 대회 짐은 자신들의 활동을 이렇게 소개했다. “우리의 주안점은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거예요. 미국에서 더 많은 사람이 흥미를 가지고 기본소득을 말하고, 다양한 견해로 접근해 궁극적으론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기 바라죠. 인종차별, 주택 문제 등 어떤 측면에서 접근하더라도 기본소득이 적절한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해요. 우리는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이에요. 전세계 다양한 조직과 접촉하고, 더 많은 사람이 쉽게 기본소득 개념을 접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파하는 거죠.” 이들은 기본소득을 주제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집중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대회인 ‘크리에이톤’을 진행해왔다. 이 대회는 ‘해커톤’처럼 프로그래머·기업가·창작자가 모여 기본소득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15년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 뉴올리언스 등 여러 지역의 전문가들을 만났다. 유니버설 인컴 프로젝트는 크리에이톤에서 꾸려진 각 팀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알리고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짐에게 크리에이톤에서 가장 눈에 띈 결과물을 묻자 다음 세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무노동 기본소득이 아닌 최소한의 효율적인 노동으로 기본소득을 얻는 실험을 하는 팀이다. “몇 명의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가서 각자 가진 것을 가지고 서로 후원하고 지원하면서 그들 고유의 기본소득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였어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고, 지속적으로 살펴볼 계획이에요.” 또 다른 하나는 <한겨레21>의 ‘월 135만원 기본소득 받으실래요?’ 실험과 비슷한 내용이다. “나의 기본소득(My basic income)이라는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예요. 이 프로젝트를 먼저 시작한 독일의 마인 그룬트아인콤멘(mein-grundeinkommen.de) 팀의 도움을 받았어요. 1년간 기금을 모아 실험을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필름으로 기록하는 팀이 있다. “2015년 크리에이톤을 시작할 때부터 다큐멘터리영화를 찍고 있어요. 언젠가는 개봉할 수 있겠죠. 내년이 됐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과 기본소득의 개념과 필요성을 공유하고 싶어요.” 이외에 기본소득에 관심 깊은 사람들이 도시락을 가지고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포트럭 파티’를 부정기적으로 열고, 짐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와 함께 팟캐스트 방송도 한다. 자본주의 꽃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최근 이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하와이주 크리스 리 하원의원이 출연했다. 지난 6월 하와이에선 크리스 리 의원의 주도로 기본소득을 연구하는 실무 그룹을 만드는 법안이 통과됐다. 하와이는 미국 최초로 모든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관광·서비스업 등 인력 투입이 많은 산업을 일군 하와이에선 컴퓨터나 기계가 대체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실업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 예측된다. 실업자가 늘어날수록 사회시스템은 흔들리고 실업 구제와 주택 지원 등에 복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하와이주 의원들은 기본소득제가 잘 정착되면, 빈곤으로 인한 무수한 상처를 잠재적으로 막을 뿐 아니라 복지 예산을 오히려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 연구자들은 각 국가의 경제 상태와 수준에 따라 기본소득이 사회에 작용하는 방식이 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기본소득이 시행된다면 앞서 기본소득을 실험해온 아프리카의 빈곤 국가들, 유럽의 복지 선진국들과 또 다른 결과물을 낳을 것이다. 가장 화려하게 자본주의를 꽃피운 나라에서 이 실험이 진행된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샌프란시스코(미국)=신소윤 <한겨레> 편집부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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