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한겨레21>과 <고래가 그랬어>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글 장석준·강수돌
그림 허지영
불평등에 맞선 아이슬란드 여성들
사회 장석준_ 진보정당에서 정책을 만들고 교육을 하는 정당 활동가야. 진보적인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해석하고 대안을 만드는 연구 활동도 함께 벌이고 있어. 지은 책으로 <장석준의 적록서재> <사회주의> <신자유주의의 탄생> 등이 있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 대통령이 뽑히기 5년 전인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는 여성 총파업이 있었어. 파업은 힘없는 노동자들이 힘센 권력자, 부자들한테 뭔가를 요구하려고 일손을 놓고 집회를 열거나 시위를 하는 거잖아. 그런데 아이슬란드에서는 모든 여성이 파업을 벌인 거야. 집에서 아이를 돌보던 엄마도, 회사에 나가 일하던 이모도, 학교에서 공부하던 언니도 말이야. 이유도 충분했어. 이 무렵 아이슬란드에서는 여성이 일자리를 얻고 싶어도 괜찮은 일자리가 없었거든. 일하는 환경이 좋지 않고, 적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만 있었지. 그리고 똑같은 일을 해도 남성이 받는 월급의 60% 정도만 받을 수 있었어. 마침 유엔(UN)이 1975년을 ‘국제 여성의 해’로 정했지 뭐야.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국제 여성의 해가 됐으니 여성의 권리를 얻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10월24일을 ‘여성이 쉬는 날’로 정했어. 이날 모든 여성이 일손을 놓고 거리에 나와 불평등을 해결하라고 외쳤지. 드디어 10월24일이 됐어. 아이슬란드 여성 중 90%가 쉬는 데 동참했어. 엄마들은 유모차를 끌고 거리로 나왔어. 여성 노동자가 출근하지 않은 공장은 일손이 모자라 기계를 멈춰야 했고, 선생님이 없는 학교는 수업을 하지 못했어. 물건값을 계산할 사람이 없어서 커다란 상점도 다 문을 닫았지. 파업에 참여한 여성들은 거리로 나와서 여성의 권리를 외쳤어. 그제야 아이슬란드 남성들도 새삼 절실히 느꼈지. 여성이 없으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야. 물론 한 번의 파업으로 모든 게 바뀌지는 않았어.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여성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시작했어. 바로 다음 해인 1976년, 여성과 남성의 권리는 동등하다는 법을 통과시켰어. 그리고 4년 뒤에는 세계에서 제일 먼저 여성 대통령을 뽑았지.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총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이룰 수 없었을 거야.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그 뒤에도 10월24일이 되면 ‘여성이 쉬는 날’을 계속하고 있어. 아직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재미있는 것은 일을 멈추는 시간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거야. 1975년에는 오후 2시5분에 모든 여성이 일을 중단했는데, 2005년에는 오후 2시8분에 파업을 시작했어. 이렇게 해마다 정해진 시간보다 몇 분 뒤에 파업을 시작해서 2016년에는 2시38분에 다들 일손을 놓았지. 이건 여성의 권리가, 미뤄진 몇 분처럼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해. 여성 차별과 억압이 사라지는 날이 오면, 여성이 쉬는 날 운동도 사라지겠지? 아이슬란드 언니들, 정말 굉장하지 않니? 모두 나서서 불평등을 없앨 수 있었잖아. 한국에도 여성이 쉬는 날이 절실히 필요해. 더구나 한국은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수백만 명씩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나라잖아. 그럼 여성 총파업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왜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하지 않을까? 경제 강수돌_ 대학에서 경제를 가르치면서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삼촌이야.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 돈벌이 경제가 아니라, 이웃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살림살이 경제’를 되살리려고 노력해. 쓴 책으로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 <팔꿈치 사회> <잘 산다는 것> <살림의 경제학> 등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