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5학년 때 반에서 뉴스를 찍은 적이 있었는데 그 영상이 웃긴 콘셉트라 나도 좀 웃기게 나왔어. 5학년 마칠 때 선생님이 USB 메모리에 이것저것 담아서 애들한테 줬는데, 거기에 그 뉴스 영상이 있었던 거야. 창피하더라고. 그런데 지워달라고 선생님께 말할 수 없었어. 나 말고 나왔던 다른 애들은 상관없다고 했거든. 솔직히 나는 진짜 신경 쓰였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원하지 않는 옛날 내 기록 같은 건 꼭 지울 수 있어야 한다고 봐. 그래서 잊힐 권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추억에 빠지기보다는 ‘어머 얘를 어떻게 하지?’ 이럴 거 같아.
연예인들이 옛날 자기 졸업사진 이런 거 나오면 막 구겨버리잖아. 크크.
나도 지울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 사진이나 영상의 주인공이 원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그게 뿌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 사람한테는 잊힐 권리가 있어야 해.
맞아. 내가 이상하게 나온 동영상을 나중에 많은 사람이 보게 된다면, 살기 진짜 어려울 거 같거든. 그러니까 지워져야 한다고 생각해.
“나도 지울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 사진이나 영상의 주인공이 원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그게 뿌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 사람한테는 잊힐 권리가 있어야 해.” -장다현
다현 만약 내가 완전 이상하게 나오긴 했는데 내용은 매우 유익한 교육 동영상이 있다고 해보자. 그래서 그게 인터넷에 막 돌아다닌다면, 그거 지워달라고 할 거 같아?
도현 처음에 동영상 찍는 걸 동의했다면 어쩔 수 없다고 봐. 게다가 내용이 매우 유익하다면서.
채연 맞아. 내용이 유익하고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인데, 자기가 좀 이상하게 나왔다고 지워달라고 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은서 그런데 그 동영상에 나오는 건 나니까 영상을 올리거나 삭제할 권리도 나한테 있어. 내가 다른 사람이 그 영상을 보는 걸 원하지 않으면, 당연히 삭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
도현 헌법에 법률로 사람들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적혀 있잖아. 그거처럼 잊힐 권리도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거, 아니면 사람들이 알아야 더 좋은 내용이라면 제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 판단은, 경찰이나 법원이나 뭐 이런 공공기관이 하면 되지 않을까?
정근 그 동영상이 좋다 나쁘다는 판단은 누가 해?
채연 도현이가 그랬잖아. 그런 걸 판단하는 기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나도 괜찮은 의견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런 판단이 늘 공평하게 되는 건 아니라서 좀 걱정되기도 해.
정근 동영상이나 사진이나 정보는 하루에 몇억, 몇십억 개씩 올라올 텐데, 그걸 어떻게 다 살펴보고 판단할 수 있겠어? 좋은 생각이긴 한데, 실제로 하긴 어려울 거 같아.
은서 그 정보가 공공의 이익이 된다고 해도 당사자에게는 평생 상처일 거라고. 나는 당사자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해. 당사자가 없었다면 그 정보는 있지도 않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당사자가 삭제하기 원한다면, 당연히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해.
정근 잊힐 권리는 누구에게나 필요해. 지금 봐도 짜증 나는데 몇십 년 뒤가 되면 더 짜증 날 거야. 놀림의 대상이 되겠지. 그 사람에게는 평생 트라우마, 흑역사가 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당연히 삭제해야 해.
도현 인터넷에 뭘 올린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보라는 뜻 아닐까? 누구나 와서 보고 또 저장하고 그럴 수 있잖아.
은서 맞네. 아무리 올린 기관이 삭제했다고 해도 이미 캡처해서 퍼트릴 텐데, 그러면 진짜 삭제가 된 게 아니네.
다현 정말 그러네.
정근 그러면 진짜 완전히 삭제하는 건 불가능하겠다.
은서 처음부터 캡처 안 되게 해야 하나?
도현 인터넷에서 잊힐 권리는 보장되지 못한다는 건가? 인터넷에 올라온 이상, 사라질 수 없는 거니까.
은서 일이 터진 다음에 잊힐 권리를 주장하는 것보다, 아예 올릴 때 더 신중하게 올릴 수 있도록 뭔가를 만들어야 할까?
알 권리, 표현할 권리
은서 인터넷에는 세상의 모든 기록이 있어.
도현 모든 기록? 그러면 모든 게 저장되어 있다는 거니까, 삭제하면 안 되겠네.
채연 그중에서는 사람들에게 별 필요 없는 기록이 있을 수 있으니까 삭제해도 되지 않나?
“잊힐 권리가 필요하긴 한데 상황에 따라 적용할지 말지를 판단해봐야 할 거 같아.” -박정근
정근 그거 누가 판단해?
다현 아까 도현이가 말한 기관에서.
은서 기록하는 이유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후손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니까, 개인의 사소한 정보 같은 건, 거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정근 체형을 연구하는 어떤 사람한테는 많은 어린이의 엉덩이 사진이 엄청 중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긴 할 거 같아.
은서 아무리 연구를 위해서라고 해도, 내 사진을 쓰려면 내 동의를 받아야지.
다현 그런데 인터넷에 올렸다는 건, 누군가 그걸 봐도 된다는 뜻도 포함된 거 아닌가? 그러니까 그 사진을 연구 자료로 써도 될 거 같아. 사람들은 그걸 알고 싶어 할 수도 있어.
도현 인류의 발전을 위한 대단한 연구 자료라고 해도, 개개인의 권리가 난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건 다수에 의해서 소수가 희생되는 거야. 아무리 인류의 발전을 위한 대단한 것이라고 해도 개개인의 권리를 해치면서까지 하면 안 된다고 봐.
정근 너 생각 바뀐 거야? 크크.
은서 나는 지워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 범죄는 성형이나 다이어트랑은 완전히 다른 거야. 범죄는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 거잖아. 그 사람은 자기 범죄가 적힌 기사를 보면서, 다시는 그런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노력할 거야.
다현 나도 지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래야 사람들이 그 사람이랑 뭔가를 하게 될 때, 그 사람의 전과를 보고 미리 피하거나 조심할 수 있을 거 아니야. 범죄자가 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조심할 수 있게 범죄 사실이 적힌 기사가 계속 인터넷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정근 출소한 사람 중에서는 소수만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대부분은 반성하고 살 거라고. 죗값을 치르고 나와서도, 취직도 못하고 차별받고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건 너무해. 기사를 지워야 한다고 생각해.
도현 사진과 기사 때문에 받게 되는 불이익은, 자기가 저지른 죄 때문이니까 감수해야 해.
은서 맞아. 정근이가 감옥에 다녀온 사람 대다수는 바뀐다고 했는데, 범죄를 당한 피해자나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은 그 상처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기사라도 계속 떠 있어서 그 범죄자가 사람들 눈치 보며 살아가게 하는 게, 피해자한테 하는 최소의 도리 같아.
채연 벌은 감옥에서 형을 살면서 다 치렀다고 생각해. 벌을 다 받고 나왔는데도 계속 비난받으면서 살아간다면, 잘못된 거 아닐까?
<범죄 기록이라도 잊힐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인터넷에 뭘 올린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보라는 뜻 아닐까? 누구나 와서 보고 또 저장하고 그럴 수 있잖아.” -권도현
도현 성실하게 형벌만 받으면 모든 게 끝나고, 범죄 사실도 사라지는 거야? 그러면 그걸 악용하는 사람이 생길 거 같아.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 사실이 적힌 기사가 나중에 다 사라지면, 사람들은 그걸 까먹을 거야.
은서 음, 자기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까,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더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정근 이미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고 나온 사람이, 나와서도 어딜 가든 뭘 하든 범죄 사실이 따라다녀서 차별을 받는다면 너무하잖아.
도현 음, 생각해보니 정근이랑 채연이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은서 그러네.
다현 난 아니야. 피해자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자기만 편하게 사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도현 사실 기사를 지운다고 해서, 사람들 기억에서 다 잊히는 건 아닐 거야. 흉악한 범죄 같은 건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고.
정근 범죄자들은 전과라는 기록이 평생 남아. 그들의 자녀나 가족도 그걸 알고 평생 신경 쓰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 인터넷 기사가 아니더라도, 그들은 평생 힘들 거야.
채연 범죄자가 자기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계속 붙잡혀 있다면,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도 그렇게 못 살 거 같아.
은서 범죄자에게도 잊힐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거야?
채연 음, 어떤 상황이냐,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 같아.
정근 잊힐 권리가 필요하긴 한데 상황에 따라 적용할지 말지를 판단해야 할 거 같아.
도현 맞아. 권리이지만 상황에 따라 제한받을 수 있어야 해.
채연 요즘은 인터넷에 정말 많은 정보가 올라와서, 어떤 사람은 억울할 수도 있고 피해를 받을 수도 있어.
다현 잊힐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판단 기준을 누가 정하느냐가 문제인데, 그건 좀 공적인 기관 같은 곳에서 판단했으면 좋겠어.
은서 그건 충분히 개인이 판단할 수 있어. 자신이 올린 동영상이고 개개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내 사생활이 침해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봐.
*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