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는 올해부터 ‘청년배당’ 정책을 시작했다. 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살 청년들에게 연 4회에 걸쳐 5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한다. 성남시 제공
불필요한 증명·증빙 절차 없애야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봤을 때 서울시 청년수당은 선별적 복지정책으로서 여러 비판 지점이 있다. 우선 선정 대상에 대한 조건이다.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선정 조건 자체가 낙인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지급 대상자들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급 대상자들은 국가에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역설해야 한다. 또한 수당 신청을 위해 각종 서류를 제출하는 것, 수당 지급 뒤 매월 제출하는 활동 보고서와 지출 증빙은 현금 지급의 장점을 반감한다. 기본소득은 각종 증빙으로 대상자들을 더 바쁘게 만들지 않고, 현금 지급을 통해 시간 자원을 아끼고 그만큼 유의미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목적이다. 이 때문에 청년수당의 목표가 현금 지급을 통해 청년들이 시간과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라면 불필요한 증명과 증빙들은 없애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서울시는 청년수당의 지급 대상자를 가시화하기 위해 ‘사회 밖 청년’을 호명했다. 이 명칭은 임금노동 청년을 정상 범주(사회 안)에, 장기 미취업자인 청년을 비정상 범주(사회 밖)에 놓고 그들을 ‘사회로 진입(복귀)’시켜야 한다고 종용한다. 이러한 내용이 정책 대상자들이 원하는 것이라 해도 임금노동자 외의 시민들을 ‘사회 밖’으로 배제한다는 윤리적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현 상황에서 ‘사회 밖 청년’이라는 선별 범주에 대한 비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 밖 청년’이라는 불가능한 용어의 등장은 보편화된 기존 정책 설계 틀에서는 청년빈곤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을 드러낸다. 청년수당이 그 대상으로 ‘실업 청년’이 아닌 ‘사회 밖 청년’을 호명했던 이유는, 서울시 또한 ‘구직 중인/실업 청년’의 범주화가 터무니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들의 상황은 정부가 그 대상자를 명확하게 포착하기에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다. 단순 실업자뿐 아니라 졸업을 유예한 학생, 임시방편으로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노동자, 자산은 있지만 그만큼 가계부채를 부담하는 가구의 청년 등 단순한 기준으로 포착할 수 없는 빈곤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들에게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유연하고 포괄적인 대상 설정이 필요했기에 ‘사회 밖 청년’이라는 규정이 등장했으리라 짐작한다. 현 상황을 솔직히 바라보면 향후 청년정책이 지향할 바는 뚜렷하다. 청년들을 이미 만석인 ‘사회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보다 ‘사회 밖’의 사회를 조직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바람직하다. ‘불쌍해서’가 아닌 청년 시민의 권리 기본소득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기본소득이 ‘보편 복지’를 실행하기 위해 기존 복지정책들을 기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존 복지정책과 기본소득이 상황에 따라 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성남시 청년배당과 서울시 청년수당은 모두 기본소득으로의 이행 전략이 될 수 있다. 두 정책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낮은 문턱을 제공하는 것이 더 많은 효용을 낸다’는 명제를 입증할 것이다. 시작은 도움과 지원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 개개인에게 권력(자원)의 이전이 일어나야 한다. 청년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져야 하는 이유는 미취업 상태의 청년이 딱하고 불쌍해서가 아니다. 시민배당 혹은 기본소득은 정치인이 베푸는 선심의 결과가 아니라 시민이 가져야 할 합당한 권리의 결과물이다. 이것은 청년에게도 마찬가지다. 기존 청년정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서울시 청년수당과 성남시 청년배당의 실험은 청년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효과를 보여주었다. 청년 실질실업률이 30%에 육박한 상황에서 청년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정말로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웹진 <글로컬포인트>에 게재했던 글을 필자가 수정·보완했습니다. 박유형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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