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은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을 통해 ‘기본소득 월 135만원 받으실래요?’ 프로젝트(storyfunding.daum.net/project/9578)를 진행 중이다. 시민들이 힘을 모아 한국 사회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기본소득을 실험해보자는 제안이다. 펀딩 금액 1천만원이 모이면 펀딩 후원자 가운데 무작위 추첨한 1명에게 월 135만원씩 6개월간 기본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펀딩 시작 열흘 만인 9월29일 현재 660여만원이 모였다.
기본소득을 지급할 첫 대상자는 만 18~34살 청년 가운데 무작위로 추첨할 예정이다. 청년은 2016년 한국 사회의 모든 모순을 응축하고 있는 존재다. “힘내라”는 응원이 가장 필요한 세대다. 청년들이 ‘내가 기본소득을 받는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아들고, 다른 세상을 상상하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되길 바란다. 스토리펀딩 페이지에서 펀딩에 동참한 뒤 ‘파티’란에 들어가 간단한 지원서만 적으면 누구나 기본소득 지원 대상자가 될 수 있다. _편집자
기본소득 스토리펀딩 프로젝트 지원서
1) 이름: 이진영(가명)
2) 자기소개
나는 아빠다. 7살과 4살 아들, 6살 딸이 있다.
나는 스물다섯이다. 열여덟,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됐다.
나는 남편이다. 중학교 동창인 아내는 나보다 생일이 몇 달 빠르다. 나는 청년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있는 청년이라 다행이다. 아내와 나란히 청년배당을 받았다. 생활비에 보탤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나는 지금 누구보다 절박하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진영(가명)씨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청년’을 생각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과 거리가 멀다. 그는 연애, 출산, 결혼 중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일찍 결혼해 부양가족이 많다. 지금 다소 불안한 상황이지만 취업이 안 돼 괴로워하는 처지도 아니다. 청년 중에서도 아주 드문, 특별한 경우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그에게 듣고 싶었다. 아빠이자 남편인 20대 청년이 말하는 일(노동)과 돈(소득), 그리고 현실과 꿈에 대해서.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해야 하나
그는 또래의 어떤 청년보다 열심히 일했다. 혼자가 아니라서다. 일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가족 6명이 먹고산다. 그는 기꺼이 일‘만’ 했다. 투잡, 스리잡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 외에 취미생활을 즐길 현실적 여유도, 미래를 꿈꿀 마음의 여유도 없다. 장래희망 같은 건, 없다. 너무 일찍 어른, 아니 아빠가 된 탓일까. 그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해야 하는 걸까. 그런데도 왜 삶을 즐기고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걸까.
기본소득은 국가가 단순히 ‘공짜돈’을 준다는 것만 의미하진 않는다. 기존 사회보장제도와는 생각의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다른 노동사회’, 꿈을 물었을 때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모델’을 설계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대안이다. 이진영씨의 이야기는 왜 지금, 그러한 사회적 기획이 필요한지 잘 보여준다.
나는 남편이다. 중학교 동창인 아내는 나보다 생일이 몇 달 빠르다. 나는 청년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있는 청년이라 다행이다. 아내와 나란히 청년배당을 받았다. 생활비에 보탤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나는 지금 누구보다 절박하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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