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14회 손바닥문학상 공모…심사위원들의 ‘이런 글이 보고 싶다’
등록 : 2022-10-25 15:35 수정 : 2022-12-08 15:55
과학계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불러올 지구의 변화는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합니다. 필연적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니 이 거대한 파멸의 과정을 되돌릴 방법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저는 ‘연전연패’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그건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자신은 계속 지기만 했던 사람이라고 말하려 붙인 제목으로 압니다. 그런데 저 제목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한 번만 지는 사람은 패자가 분명하지만 연전연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계속 지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어쩔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계속 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계속 더 나은 쪽으로 상상하고 대화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겠지요. 저는 늘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연수 소설가
식물을 키우기만 하면 죽이는 사람에게 언제부턴가 냉담해졌다. “개는 키울 게 못 돼”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에겐 호감이 식는다. 개돼지라는 말이 가능한 시대가 아니다. 누가 이 땅의 ‘주인’인지 의문인 세상에서 인간 중심 사고들의 호언장담은 듣는 귀를 짓무르게 한다. “강아지가 주인공이에요. 우리 아빠는 키우던 개를 벽에 던지곤 했거든요.” 에세이 작가 강그루는 동물학대를 서슴지 않던 아빠 때문에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생명을 느끼는 감각에는 너무나 큰 벽이 있다. 고래, 개, 새, 나무를 주인공으로 삼는 게 ‘지구’를 다루는 가장 포괄적이고 비범한 방법임을 최근 몇몇 작품은 보여줬다. 그 작은 물방울 속에 맺힌 지구는 더욱 영롱하게 다가온다. 인간의 시간이 축적되면서 지구 구출 이야기의 소재는 주변에 널리게 됐다. 작가들의 눈에 걸려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논픽션이라면 짧더라도 깊이를, 픽션이라면 주장보단 선명한 상상력과 이미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한배를 타고 있습니다. 저는 삼등실에 탑승했어요. 화물칸에 탄 동물들도 있죠. 조만간 배가 빙하에 충돌할 거라고 경고하는 이야기, 일등실에 탄 귀족들만큼 우리에게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이야기, 선원과 원주민과 말 없는 자의 근육과 경험을 되살린 이야기,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 괴상하고 개연성 없는 내용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이야기. 가장 단순한 방식과 문체로 진리를 드러내는 이야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 실상은 연결됐다는 이야기를 환영합니다. 아침에 쓰고 밤에 퇴고한 이야기도 환영합니다. 논픽션은 더욱 환영입니다.
남종영 <한겨레> 기후변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