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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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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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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침체기를 지날 때 되새길 원칙들… 잘 아는 것에 투자하고 분할매도·매수로 고통을 줄여가길

▣ 박미경 한국투자증권 PB본부장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최근 대출받아 펀드 투자를 하거나 펀드를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들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와 원금 손실의 이중고를 당한다는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한다는 기본 원칙이 새삼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아무리 높은 수익이 예상돼도 그 결과는 지나봐야 아는 것이고 높은 수익에는 반드시 높은 위험이 뒤따르니, 수익만 보고 감당하기 힘든 비용을 지출하는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지난해 10월까지 최근 3~4년간 투자자들은 행복했다. 아파트만 잘 잡아도 2배, 3배 올랐고 펀드도 이머징마켓의 대표인 브릭스 지역에 투자한 사람들은 높은 수익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처럼 이제는 모든 것이 고통으로 변했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세금은 늘고, 집 사느라 얻은 대출이자는 물가 상승으로 어려워진 가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펀드 손실까지 더해져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침체기에 이런 고통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분산투자, 장기투자, 성과관리 원칙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며, 특히 과도한 ‘레버리지’(지렛대·외부에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 자신이 현재 가진 경제적인 능력보다 더 큰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 투자는 피해야 한다. 빚 내서 투자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자제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과도한 부채로 확장 경영을 했던 기업들이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무너졌던 것처럼 개인도 월수입의 30%를 넘는 이자 부담의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회수에 많은 기간이 들어가는 투자는 이자 부담액을 더 낮춰 잡아야 하며, 투자수익과 대출이자를 비교할 때는 세후 수익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둘째, 제대로 알고 투자해야 한다. 초행길을 찾아갈 때보다 돌아올 때 훨씬 빠르게 왔다고 느끼게 된다. 낯선 곳에서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얼마나 더 가야 할지 모르니 힘도 더 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좋다는 말을 듣고 덜컥 따라 하고는 손실이 나니 걱정만 하는데, 정확히 알고 투자했다면 적어도 고민은 덜 수 있다. 1999년 즈음, Y2K 열풍으로 이른바 벤처·정보기술(IT) 소기업 주가가 활황을 보였다. 미국 나스닥 펀드가 수익이 좋자 일본·유럽의 중소형주 펀드에까지 묻지마식으로 돈이 몰렸으나, 닷컴 버블이 꺼지고 손실이 나기 시작하자 펀드에서 투자한 기업이 어딘지, 전망은 어떤지 전혀 몰라 걱정도 더 크고 대응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극단적인 비교지만, 그즈음 조선주에 투자했다 증시 침체로 큰 폭의 손실을 입었으나 해당 기업에 대해 잘 알고 있던 투자자는 그 기업이 망하지는 않을 것이며 어차피 선박은 계속 필요하니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결국 그는 장기투자로 지난해 큰 수익을 실현했다.

또 투자로 기대보다 높은 수익이 나왔을 때 수익금의 일부는 안정자산으로 돌리는 것도 좋다. 보통 선진국에서도 매년 10%로 7년에 2배, 14년에 4배 정도로 자산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니, 연 10%를 기준으로 수익이 높은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겠다. 큰 수익이 나오자 주변 돈까지 끌어 크게 투자했다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신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자 일부는 덜어 펀드로 분산을 하고, 우리사주가 급등하자 일부를 팔아 집을 넓혀간 사람이 나중에 보면 안정적인 자산증식 결과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분할매도·분할매수로 한 걸음씩 고통을 줄여야 한다. 정말 못 견딜 만큼 손실이 났을 때 한꺼번에 정리하기보다는 여러 번으로 나눠서 줄여나가야 한다. 많은 경우 참다 참다 한꺼번에 팔아버린 뒤 다시 오르는 것에 또 한 번 화를 내곤 한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분산투자를 하는 것은 투자 대상만이 아니라 투자 시기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조금씩 기회를 찾는 투자는 늘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투자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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