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공식 남성단체 표방한 한국남성운동본부의 빛과 그림자
“나는 이 지면을 통해 아직 여성들에겐 한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남자들만의 비밀, 음모를 공개하고자 한다. 남자들에겐 남성중앙본부(이하 남본)라는 것이 있다. 이 단체는 전 지구의 모든 남성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 있을 만큼 거대하고 또한 그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누대에 걸쳐 존재해온 유구한 조직이다. 이 거대 비밀체의 목적은 여성에 대해 남성의 권익을 보호하고, 그러한 목적을 위해 남성들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데 있다. …(중략)… 자, 모두 이 글을 읽고 돌아가 남자친구, 아버지, 또는 남동생에게 물어보라. 그들은 틀림없이 하나같이 그런 게 어디 있느냐며 비웃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남본에 대한 결정적 증거이다….”
위 인용문은 예전에 한 여성주의 운동단체의 간행물에 익명으로 실렸던 글을 발췌한 것이다. 물론 황당무계한 내용이지만,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없는, 상당한 충격을 주는 면이 있다. 읽은 뒤로도 오랫동안 이 얘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이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과 얘기한 끝에 남본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사회의 한 성별이 다른 성별에 가하는, 거대하게 착착 맞아떨어지는 억압과 박해의 원인을 남본이라는 중앙통제기구 없이 설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완벽한 조직의 비밀은 완벽하게 지켜지기에, 절대 공개적으로 알려질 수가 없는 것이다.
군가산점 논란 뒤 웹상에 전선 형성
그런데 이즈음 남본이 그 실체를 인터넷상에 드러내 화제다. 정식 이름은 한국남성운동본부(men.or.kr). 군가산점 논란이 인터넷사회를 뒤덮던 올 초, 여성단체와 논쟁을 벌였던 PC통신의 남성모임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웹사이트이다. 자칭 ‘국내 유일의 공식 남성단체’로서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립식을 거행했으며 남녀공동징병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률, 복지 각 분야에서 남성의 현 위치와 역할 등에 대해 연구하는 등 활발한 남성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사이트가 재미있는 것은 여러 가지 모순된 논리가 어우러진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글들 때문이다. 남녀평등을 이념으로 한다면서 ‘출생이전부터 성차별을 받는 여성들이 불쌍하다’는 제목의 글을 클릭해보면, ‘성감별해서 낙태시키는 사람도 결국 여성이다. 그런데도 남자들만 탓하고 있으니… (여성들의 이 야만적 행위를) 당장 금지시켜야 한다’고 쓰여 있는 식이다. 홈페이지 개설자인 듯한 사람과 또 몇몇의 글이 비교적 조용히 올라오고 편인데, 얼마 전까지 여성가입을 금지한 탓인지 웬만한 사이트들에서 흔히 보이는 격렬한 논쟁이나 상호비방 등은 없다. 이 밖에도 남자간호사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라는 등 의외로 신선한 주장도 눈에 띄는데, 그러니까 이 흥미로운 사이트는 “제발 시대가 바뀐 걸 인정하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남성들에게… 인내의 한계를 느끼”도록 하는 여성운동단체들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 실제로는 “사회, 역사 뭐 이런 것 따지지 말자”는 바람을 가진 자들이 봉기한 것이다. 어쩌면 부동의 조직이었던 남본이 여권신장으로 말미암아 내분을 겪는 와중인지도 모르겠다. '남본'의 웹사이트 개설은 해프닝인가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정기모임이 실패할 만큼, 글 올리는 이가 몇 안 될 만큼 이들은 소수이다. 미국, 일본만 해도 남성학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있다는데, 정말 한국에도 남성학이 하나의 학문 영역으로 자리잡는 것이 ‘가능한’ 날이 올까. 그러나 남성학의 위치가 확고해지는 날이 바로 보편적이고 강고한 조직으로서의 남본이 무너지는 날일 것이다. 그러니까 벌써 이런 인터넷사이트가 만들어진 것은 실수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 한국에선 남본이 그렇게 호락호락 그 실체를 드러낼 정도로 약한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본의 실체를 처음 알려준 익명자의 설명에 따르면, 남본은 그 조직을 폭로하는 자에겐 무시무시한 피의 보복을 내린다고 하던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약간의 우려도 된다. 하지만 아마 사람들은 한국남성운동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절대 남본의 실체를 깨닫지는 못할 것이다. 남본도 이 사실을 인지할 수 있을 테고, 이 사이트는 그냥 몇몇 사회적 이슈들에 관계하는 작은 해프닝으로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이제 알게 된 것이다. 바로 지금 당신의 옆에도 남본은 정말로 존재하고 있음을. 이수영/ 인터넷 서퍼·자유기고가chien73@hanmail.net

그런데 이즈음 남본이 그 실체를 인터넷상에 드러내 화제다. 정식 이름은 한국남성운동본부(men.or.kr). 군가산점 논란이 인터넷사회를 뒤덮던 올 초, 여성단체와 논쟁을 벌였던 PC통신의 남성모임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웹사이트이다. 자칭 ‘국내 유일의 공식 남성단체’로서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립식을 거행했으며 남녀공동징병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률, 복지 각 분야에서 남성의 현 위치와 역할 등에 대해 연구하는 등 활발한 남성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사이트가 재미있는 것은 여러 가지 모순된 논리가 어우러진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글들 때문이다. 남녀평등을 이념으로 한다면서 ‘출생이전부터 성차별을 받는 여성들이 불쌍하다’는 제목의 글을 클릭해보면, ‘성감별해서 낙태시키는 사람도 결국 여성이다. 그런데도 남자들만 탓하고 있으니… (여성들의 이 야만적 행위를) 당장 금지시켜야 한다’고 쓰여 있는 식이다. 홈페이지 개설자인 듯한 사람과 또 몇몇의 글이 비교적 조용히 올라오고 편인데, 얼마 전까지 여성가입을 금지한 탓인지 웬만한 사이트들에서 흔히 보이는 격렬한 논쟁이나 상호비방 등은 없다. 이 밖에도 남자간호사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라는 등 의외로 신선한 주장도 눈에 띄는데, 그러니까 이 흥미로운 사이트는 “제발 시대가 바뀐 걸 인정하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남성들에게… 인내의 한계를 느끼”도록 하는 여성운동단체들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 실제로는 “사회, 역사 뭐 이런 것 따지지 말자”는 바람을 가진 자들이 봉기한 것이다. 어쩌면 부동의 조직이었던 남본이 여권신장으로 말미암아 내분을 겪는 와중인지도 모르겠다. '남본'의 웹사이트 개설은 해프닝인가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정기모임이 실패할 만큼, 글 올리는 이가 몇 안 될 만큼 이들은 소수이다. 미국, 일본만 해도 남성학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있다는데, 정말 한국에도 남성학이 하나의 학문 영역으로 자리잡는 것이 ‘가능한’ 날이 올까. 그러나 남성학의 위치가 확고해지는 날이 바로 보편적이고 강고한 조직으로서의 남본이 무너지는 날일 것이다. 그러니까 벌써 이런 인터넷사이트가 만들어진 것은 실수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 한국에선 남본이 그렇게 호락호락 그 실체를 드러낼 정도로 약한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본의 실체를 처음 알려준 익명자의 설명에 따르면, 남본은 그 조직을 폭로하는 자에겐 무시무시한 피의 보복을 내린다고 하던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약간의 우려도 된다. 하지만 아마 사람들은 한국남성운동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절대 남본의 실체를 깨닫지는 못할 것이다. 남본도 이 사실을 인지할 수 있을 테고, 이 사이트는 그냥 몇몇 사회적 이슈들에 관계하는 작은 해프닝으로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이제 알게 된 것이다. 바로 지금 당신의 옆에도 남본은 정말로 존재하고 있음을. 이수영/ 인터넷 서퍼·자유기고가chien7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