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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세상을 비틀어 웃음을 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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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8-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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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점에서 사건을 해석·풍자하는 보여주는 인터넷 패러디 사이트

요즘 패러디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인터넷상에도 나타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피러디 표방 사이트들이 로고(디자인) 사용 등의 문제로 법정에 서기도 한다. 그 의미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패러디인가, 흉내(모방)인가, 표절인가.

패러디란 원래의 대상을 흉내내면서 이를 풍자로 연결하는 것이다. 권위를 지니는 대상을 낮춰보고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의도가 개입된다. 특히 이러한 의도를 지닌 패러디 사이트는 주로 서민 계층의 정서를 담고 있으며, 수준도 그리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용도 뒤죽박죽에 이런저런 반응들이 뒤섞여서 원래 패러디하려는 대상이 무엇이었는지조차도 모호한 지경에 이른다.

사진/ kimyoungsam.com
우리나라 정치풍자 사이트들이 대표적인데,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김영삼닷컴(kimyoungsam.com)이라는 상당히 거친 사이트가 대표적인데 막 나가는 걸로 유명하다. 반면 청와대 패러디 사이트 청기와(members.tripod.com/~vitaminC/index1.html)는 정치를 음식문화에 빗대어,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꽤 고난도의 패러디를 선사한다.

정치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삐뚤어진 시선을 무기로 종횡무진 패러디를 일삼고 있는 패러디와닷컴(parodywa.com)도 돋보인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기괴하게 변형시키고 패러디 사이트들을 모아놓기도 한다. 목적성과 정치적 정당성 결여가 약간 아쉽긴 하지만, 가끔은 촌철살인의 풍자가 돋보인다.

사진/ parodywa.com
수많은 뉴스 패러디 사이트들도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특히 국내 텔레비전 뉴스를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코믹하게 패러디하여 풍자하는 엑스뉴스(xnews.co.kr)가 유명하다. 한국산 호랑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일부 몰지각한 밀렵꾼들에 대한 풍자로 바꾼 애니메이션이 최근 올라왔는데, 어이없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느꼈던 짜증이 좀 풀어지는 듯하다.


이 밖에도 청소년들이 만든 <동아일보> 패러디 보일아동(www.ch10.com/webzine-v3/boiladong), <중앙일보> 패러디(www.parody.joongang.com), <한겨레>의 패러디를 표방하고 나온 한걸레(myhome.netsgo.com/youngklee)에, 심지어 <한겨레21> <씨네21> 패러디 사이트(my.netian.com/~antiys, siba21.com.ne.kr)도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없어지거나 다른 사이트로 변했다.

사진/ xnews.co.kr
반면 광고에서 유명 드라마를 흉내내는 것과 같이, 원작을 빌려오고 그 유명세를 이용하기는 하는데 풍자정신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패러디라기보다 모방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풍자가 아니라 오히려 원작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담긴 했지만, 심각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흉내내고 변형시킨 패러디 작품들이 있다. 배철수가 아닌 ‘배칠수의 음악텐트’(http://www.letscast.com/letsmusic/MusicListen/BaeTent/BaeTent.asp), 그리고 팬들의 지성과 유머가 빛나는 ‘엑스파일 팬픽션 사이트’(nine2six.pe.kr/fanfics)가 그것이다. 이들은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기는 하지만 결코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좋아하는 대상을 좀더 다양하게 즐기기 위해서, 그리고 그 정도는 용인해줄 만한 원작의 품격과 지성을 더욱 빛내기 위해서 패러디를 한다. 이런 호의적 패러디 사이트가 최고의 권위를 지닌 문화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 덜 유명하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꽤 시사적이다.

한편 표절은 사람들로 하여금 원래 대상을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 표절 사이트(redjin.onair.co.kr, krmusic.tripod.com)들은 표절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표절을 밝혀내려는 사람들이 모인 사이트이다.

이수영/ 인터넷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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