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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접근금지, 오면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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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0-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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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접근 차단하고 자신들만의 철웅성 구축하는 권위주의 사이트들

자유게시판?

“우린 그런 거 몰라!”

인터넷은 정보의 공유가 생명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컴퓨터를 다룰 줄만 알면 누구나 접근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인터넷을 일방적 정보 전달의 도구로만 여길 뿐 ‘정보 공유의 장’이기를 거부하는 사이트들도 많다. 일부 홈페이지들은 네티즌들의 왕성한 참여욕구를 막으려고 자신들만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대부분의 홈페이지들은 ‘열린마당’이나 ‘토론광장’,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 그런데 외부의 접근을 아예 원천봉쇄하거나 거부하는 홈페이지들도 적지 않다. 입만 열어놓고 귀는 닫아버리는 꼴이다. 네티즌들에게 이런 홈페이지 주인들은 권위주의자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네티즌들의 왕성한 참여의지’로부터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보호하고 외부로부터의 소리에 인색한 홈페이지를 찾아보자.

의약분업 파동의 중심에 서 있으며 수많은 네티즌의 방문을 받았을 법한 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www.kma.org)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일반인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철옹성이다. 심지어는 웹마스터에게 이메일을 보낼 방법조차도 없다. 이번 파동의 또다른 당사자인 보건복지부(www.mohw.go.kr)에서는 ‘장관과의 대화’,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자유게시판이나 토론마당, 약사협회(www.kpanet.or.kr)에서도 회원뿐만이 아닌 일반인을 위한 공간과 방명록이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의사협회 사이트가 회원인 의사들의 정보공유만을 위해 존재하고 열린 공간이 없다는 점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의사협회 사이트의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려는 네티즌들은 어떻게 할까? 어렵게 관련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운영하는 두개 사이트(www.kiranet.or.kr , www.mbub.net)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두 사이트 모두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100건에도 못 미치고, 이것마저도 대부분 의사들의 태도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을 비판하는 의사들의 글이다.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사이트 중에서도 네티즌들의 참여와 토론을 싫어하는 곳이 있다. 경찰청 홈페이지(www.npa.o.kr)의 경우 최근에 일어난 전교조 교사 알몸 수색에 대한 항의성 글에 대한 삭제가 감행되고 있어 또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 홈페이지(www.ktu.or.kr)의 게시판에는 “운영자 명의로 경찰청 홈페이지가 어떠한 공식입장도 없이 관련 항의글을 무조건 삭제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언론통제”라고 성토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욕설이나 근거없는 비난이 아닌 항의의 글까지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아직도 구태의연한 권위주의적 자세로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홈페이지 주인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들은 모두 삭제한다는 의혹을 사는 곳은 또 있다. 최근 아들의 재산문제와 관련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 조용기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순복음교회(www.fgtv.org/yoido)에 들어가보면, ‘젊은이의 게시판’에서 ‘꽃피는 고목’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 “조용기 목사에게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글은 모두 삭제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한불교 조계종의 조계사홈페이지(temple.buddhism.or.kr/)는 열린 공간이었거나 그럴 목적으로 만들었을 법한 ‘방명록’이 있지만 전혀 가동이 안 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홈페이지(www.catholic.or.kr)도 토론실이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검색을 하기 위해선 사용자 등록절차를 거치도록 해 일반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종교단체들의 이러한 모습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에 빠져 있다는 인상을 주게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 듯한 유교의 홈페이지(my.netian.com/~bookac/)는 의외로 게시판에서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하다.

이 밖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홈페이지(www.kef.or.kr)의 경우 여론광장의 들머리에 ‘본 광장 방문자는 IP주소가 등록됩니다’라는 조금은 무시무시한(?) 경고가 먼저 나온다. 이것은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글쓰기를 방지하기보다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비판의 장을 선호하는 네티즌의 손가락을 무디게 하려는 발상으로 보인다.

여철기/ 인터넷한겨레 하니리포터charlie@altavis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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