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규탄 서명운동 선언 뒤 YS 마니아와 안티 YS간 사이버 대결
인터넷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묘하게도 가요계의 슈퍼스타 서태지와 닮았다. 둘의 집권시기는 90년대 중반이었고, 개혁을 외쳤으며 깜짝쇼의 일인자였다. 한동안 자신들의 행보를 감추며 언론에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 것도 똑같다. 급기야 둘은 컴백시기마저도 거짓말처럼 일치시키며 요란스럽게 재등장을 했다. 서태지는 미국에서 귀국해 9월8일 <울트라맨이야>라는 폭탄을 가요계에 터뜨렸고, YS는 같은 날 ‘김정일 규탄 서명운동 전개’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YS는 역시 노련한 정치인답게 순식간에 ‘마니아’를 모으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마니아가 있으면 ‘안티’도 존재하는 법. 서태지 마니아와 안티 서태지들간 논쟁이 뜨겁게 달궈지 듯이 YS 마니아와 안티 YS간 사이버전선이 만들어졌다.
YS가 ‘김정일 규탄 서명운동 전개’를 선언한 뒤 곧바로 그를 인터넷상에서 지원하기 위한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람들’(minju.kukmin.com)이다. 사이트 개설(9월10일) 뒤 9월 말까지 8만명 이상이 다녀갔을 정도로 YS 마니아를 대표하는 사이트다. 운영자는 이 사이트의 설립취지를 ‘민주주의 수호 국민 투쟁과 민주산악회 재건을 돕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는 YS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YS의 꼴불견(?)을 구경하려고 들어가는 네티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사이트에서는 김정일 규탄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12일 이후 20명도 안 되는 인원이 서명에 동참했을 뿐이다. 그나마 하루에 한건의 서명도 없는 날도 있을 정도이다. 하루에 한명씩 서명을 받아서, 2천만명의 서명을 받으려면, 자그만치 5만4794년 동안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사이트는 또 모든 게시판의 IP 주소 인증을 삭제하고 있다. 운영자가 밝히는 이유는 단순히 IP 추적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YS를 옹호하는 글이 같은 IP 주소에서만 나오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실제로 회원광장에는 YS의 치적을 기리는 글과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서명에 동참한 인원은 단지 10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서명을 한 운영자 외 몇몇 사람들이 여러 개의 필명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라는 의혹을 뒷받침해준다. 또한 게시판은 23일부터 사전검열을 시작하여, YS를 옹호하는 글만 채우고 비난의 글들은 모두 삭제하고 있다.
안티 YS의 대표 사이트는 9월21일 개설된 ‘한국 경제를 망쳤던 사람들’(이하 한망사, myhome.naver.com/doncorleone/fuck.htm)이다. YS 마니아 진영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람들’(이하 민지사)을 패러디했다. 패러디 사이트답게 콘텐츠를 제외한 구성과 디자인을 똑같이 했으며, 심지어 방문자 수마저도 원조 사이트의 집계에 따라 변화한다. ‘민지사’가 YS의 초상을 걸어놨던 것을 패러디하여, 99년 6월3일 YS가 김포공항에서 페인트 달걀 봉변을 당했던 당시의 사진을 걸어놨다. 운영자는 IP 주소를 삭제하는 ‘민지사’를 비꼬듯 “국민의 떳떳한 소리이므로 IP 주소 따위에는 신경을 쓰진 않는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사이트의 백미는 ‘망언록’인데, YS의 실제 혹은 가상의 망언들과 YS를 풍자한 글들로 가득하다. ‘민지사’의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하루에 고작 2∼3건의 서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 반해, ‘한망사’에는 하루 40여개의 지지 게시물과 20여개의 지지 서명이 이루어지고 있어 원조 사이트보다 패러디 사이트의 호응이 더 높다.
서태지 마니아와 안티 서태지의 설전의 장이 주로 언론사 게시판이라면, YS 마니아와 안티 YS의 설전은 공교롭게도 박종웅 의원 홈페이지(www.park21.org)에서 전개되고 있다. 안티 YS진영의 네티즌들은 YS와 박 의원을 가리켜 ‘김 주사와 박 마름’이라고 희화화하며 박 의원 사이트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언론사 게시판은 YS 이야기 말고도 다른 이야기가 너무 많아 그들의 설전에는 박 의원의 홈페이지가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YS에 대한 네티즌들의 호응도를 알 수 있는 사이버여론조사도 실시됐다. 드림엑스(www.dreamx.net)가 9월23일부터 25일까지 ‘YS의 김정일 방한 반대’에 대해 네티즌 2315명의 의견을 물어본 결과, 최종 투표인원 2315명 중 ‘YS의 김정일 방한 반대 주장은 국민정서를 거스르는 발상’이라는 데 1867명(81%), ‘YS의 주장에 찬성한다’에 253명(11%), 기타 의견에 209명(9%)이 투표했다. 81 대 11이라는 안티 YS의 압승이었다.
너무도 닮은 서태지와 YS의 컴백이지만, 둘을 접하는 네티즌들의 태도는 너무도 다르다. 이 밖에 YS를 다루고 있는 사이트로는 김영삼닷컴(www.kimyoungsam.com)과 다음(www.daum.net)의 카페인 ‘YS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cafe.daum.net/no03) 등이 있으나, 아직 활동은 저조한 편이다.
이상민/ 인터넷한겨레 하니리포터hitman97@hani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