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2> 주인공들. JTBC 제공
하우스메이트들은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저마다 트라우마를 품고 산다. 1편의 강이나가 삶에 애착이 없는 것은 수년 전 선박 사고에서 살아남은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었기 때문이다. 삶이 한순간에 와해되는 경험과 죽은 자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는 아무렇게나 살아간다. 성매매 역시 자기방기의 일환이었다. 그는 죽은 소녀의 아버지로부터 “죄책감 갖지 말고 살라”는 말을 듣고, 삶의 태도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한편 정예은은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납치·감금되는 ‘데이트폭력’을 겪는다. 이로 인해 2편에서 정예은은 혼자 외출하기 어려울 만큼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정예은은 새로운 남자 권호창(이유진)을 만나는데 그는 학교폭력의 피해자다. 약간의 자폐적 성향을 지닌 그는 정예은이 친구들 사이에서 곤경을 겪는 걸 보고 감정이입을 한다. 갑자기 난입한 권호창이 정예은의 손을 잡고 달리자, 정예은이 비명을 지르고, 주변 사람들이 데이트폭력을 의심해 둘러싸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학교폭력의 트라우마가 있어 사회성이 떨어지는 남자와 데이트폭력의 트라우마가 있어 자존감이 낮은 여자 사이에 어떤 연애가 가능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다. 1편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할 뿐 자기 사연이 없었던 송지원(박은빈)의 이야기가 2편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는 수시로 지어낸 이야기를 떠벌리며 과장되고 연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섹스 욕구를 자주 떠들지만 진지함이 결여된 탓에 여태 ‘모태솔로’다. 처음으로 성관계 기회가 오자, 그는 기절해버린다. 1편에서 그는 귀신이 보인다는 거짓말을 하여, 하우스메이트들에게서 죽음과 관련된 음습한 내면을 끄집어냈다. 에필로그에서 왜 그런 거짓말을 했냐는 질문에, 송지원은 “그 순간에 그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며 “효진이”란 이름을 무심결에 흘린다. 그는 때때로 이명을 느끼고 기절한 순간에 잊어버린 어린 시절 친구 효진의 환영을 본다. 이 단서들은 송지원에게 정신분석학적 탐구의 여지가 있음을 암시하는데, 송지원은 스스로 자신의 무의식과 기억을 탐문해나간다. 송지원은 <청춘시대> 시리즈가 독보적으로 구축한 캐릭터로 여성주의적 함의를 지닌다. 섹스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섹스를 하게 되었을 때 기절해버린 것은 성적 억압의 결과로 보인다. 연극적인 그의 성격도 히스테리오닉 인격장애의 하나로 읽힌다. 어린 시절 친구와의 어떤 경험이 송지원의 무의식에 트라우마를 남겼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송지원이 성적 억압으로 성관계를 회피하면서도 이를 부인하고 은폐하기 위해 섹스를 떠벌리고 다니는 것은 이중 억압 상태에 놓여 있음을 말해준다. 이는 진정한 성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면서 성적 ‘쿨함’을 강요받는 현대 여성들이 처한 이중 구속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성의 무의식과 욕망을 드러내다 <청춘시대>가 윤진명과 강이나를 통해 젊은 여성들이 처한 경제적 문제를 대조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청춘시대2>는 송지원과 조은을 통해 젊은 여성들이 처한 섹슈얼리티 문제를 보여준다. 이성애 앞에서 이중 구속 상태에 놓인 여성의 무의식에 주목하고, 양성애나 동성애적 욕망 상태에 놓인 여성들을 가시화하는 것만으로도 드라마는 굉장한 의미를 지닌다. 지상파 드라마라면 아직 다룰 엄두조차 내지 못할 ‘힙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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