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한겨레21>과 <고래가 그랬어>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을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글 목수정, 박준성
그림 허지영
문화 목수정_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한 대로 살아가는 이모야. 편견과 관습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려고 노력해. 프랑스에 살면서 여러 신문에 글을 쓰고 있어. 쓴 책으로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월경독서> <야성의 사랑학> 등이 있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가진 피부색이나 성적 취향, 경제적 능력 등에 상관없이 신체의 자유, 의사 결정의 자유,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갖고 태어났어.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20세기 전까지는 여성에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인 참정권이 없었어. 그뿐만 아니라 직업 선택의 자유, 신체의 자유도 제한되어 있었지. 그런 현실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힘을 모아 싸웠고, 그렇게 해서 하나둘 제한된 권리를 얻어냈어. 한국에서는 1948년부터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됐거든. 그때부터 한국 여성은 적어도 정치에 참여할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것처럼 보여. 하지만 실제 국회의원 수를 볼까? 전체 의원 중에 여성 의원 수는 17%밖에 되지 않아. 여성 장관 수는 전체 17명 중 2명뿐이고, 외교 분야에서도 90명이나 되는 대사 중 여성은 단 1명뿐이야. 그러나 2016년 외교관이 되기 위해 봐야 하는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68.6%나 되지. 기업에서도 비슷해. 한국 기업에서 여성 임원의 비율은 2.3%밖에 되지 않아. 여성의 임금은 남성 임금의 62.8%밖에 되지 않지. 이른바 ‘유리 천장’이라고 하는 것이 여성들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야. 남녀 모두에게 얼마든지 위로 올라갈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 듯하지만, 여성은 더 올라갈 수 없게 하는 유리 천장이 있는 거지. 현대의 남녀평등 지수라 할 수 있는 이 유리 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매년 꼴찌를 차지해. 학교 친구들을 봐. 남자아이들이 시험점수를 100점 받을 때 여자아이들은 늘 62점만 받니? 여자아이가 학급 임원이 될 확률이 2.3%밖에 되지 않아? 전혀 그렇지 않을 거야. 학교 다닐 때 여학생은 오히려 남학생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예가 많거든. 대학 진학률도 여성이 더 높아. 그러나 세상이 여성에게 평등하게 기회를 주는 건 딱 거기까지야. 더구나 최근엔 여성을 난폭한 언어로 깎아내리고 혐오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어. 때로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행동으로 옮기기도 하는데, 지난 2월 일어난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지. 여성들은 세상에서 여전히 차별받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자기의 권리가 여성들 때문에 위협받고 있고 그래서 더 불행해질 거로 생각하는 모양이야.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지. 세상에서 남녀평등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야. 세상에서 남성의 평균수명이 가장 높은 나라도 아이슬란드고. 덴마크에서도 남녀평등 지수 순위가 올라가자 남성의 평균수명이 3년이나 늘어났다고 해. 이뿐만 아니야. 행복한 나라, 민주적인 나라라고 여겨지는 나라들도 대부분 남녀평등 지수가 높아. 몇몇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여성이 남성과 함께 짐을 나눠서 지고 세상을 함께 이끌어나가면, 여성과 남성이 함께 행복해지는 거야. 남성도 적극적인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지. 우린 함께 행복해져야 하니까. 역사 박준성_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 노동자와 함께 역사를 연구하는 삼촌이야. 구로역사연구소(지금 역사학연구소)와 노동자교육센터 등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어. 나무로 작은 물건을 만들기도 해. <박준성의 노동자 역사 이야기>라는 책을 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