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한겨레21>과 <고래가 그랬어>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동무들이 쓱쓱싹싹 색칠해서 그림을 완성해줘! 그림 허지영
비슷한 일이 핀란드에서도 있었어. 핀란드 아이들이 갑자기 세계에서 학습능력이 제일 뛰어나게 된 계기가 뭔 줄 아니? 학교에서 숙제를 없애면서부터야. 학교 수업시간도 줄이고 경쟁을 없앴어. 평가를 안 해. 등수도 매기지 않고. 그냥 가르치는 거야. 아이들은 누구한테 이기고 반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걸 배우고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는 거야. 이렇게 학교에서 더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 거지. 어른, 아이 모두 마찬가지야. 휴식 없이 일만 하는 사람은 그 어떤 창조적인 작업도 할 수 없어. 인간은 때때로 일하고 때때로 휴식하게 만들어진 동물이거든. 빵 반죽을 한참 치대다가, 한동안 따뜻한 곳에 둬야 효모로 반죽이 부풀어오르고 좋은 맛이 나는 것처럼. 쉬지 않고 일하다간 반드시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어. 유명한 컴퓨터 회사를 만든 스티브 잡스가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전에 늘 하던 건 산책이었다고 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도 그랬고, 다윈은 배로 세계를 여행하면서 진화론을 발견했어. 집중해서 문제에 골몰할 때보다 내려놓고 쉴 때, 우리에게 지혜가 깃드나봐. 가끔 심심할 때 있니? 심심할 때가 있다는 건 좋은 신호야. 내 시간이 꽉 채워지지 않았다는 거니까. 그때부터 우린 세상을 나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어. 빈둥거리면서, 엉뚱한 생각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게 되기도 하고. 이모는 어릴 때 심심하면 보물지도를 만들어서 그걸 물에 적셨다가 말리고, 불에 그슬려 오래된 종이처럼 보이게 한 다음 그걸 친구 집에 보내서 친구가 진짜로 보물지도를 발견했다고 착각하게 하고, 친구들과 걸어서 동네 탐험도 했어. 종이에 집을 그리고, 마을을 그리고, 때론 도시 전체를 그리기도 하고. 걸어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멀리멀리 가기도 했지. 세상을 발견하는 시간 엄마가 집을 비우면 이것저것을 넣은 엉뚱한 상상 속 요리를 만들어보기도 했어. 살짝 위험도 했지만, 그렇게 심심한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세상을 발견해나갈 수 있었어. 우린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가 아니야. 너른 초원으로 달려나가 내 맘대로 풀을 뜯고 푸른 초원을 누벼야 해. 심심한 시간을 가질 권리! 그게 없다면 요구해야 해. 목수정_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한 대로 살아가는 이모야. 편견과 관습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려고 노력해. 프랑스에 살면서 여러 신문에 글을 쓰고 있어. 쓴 책으로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월경독서> <야성의 사랑학> 등이 있어. *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그림 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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