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 영화 20 대 80의 법칙이 불안하다. 기록적인 활황세의 지속 가능성을 묻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미디어플렉스의 제공, CJE&M 제공
“영화는 문화와 산업이 같이 가는 분야다. 미학적으로 인정받는 영화가 산업 안에서 어느 정도 튼튼하게 살아가거나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 영화적 기반의 건강성은 그런 데서 확보된다. 그런데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인 현상은 미학적으로 뛰어나거나 그런 도전 정신을 인정받는 영화는 도저히 산업 안으로 낄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상수·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그나마 유명세의 기회를 얻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예술관과 비슷한 또 다른 작가들의 영화는 거의 눈에 띄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이 존재하는 한 국내 영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해간다는 것은 쉽게 말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니다.” 한국 영화계가 꼭 풀어야 할 숙제는 스크린 독과점에 따라 이른바 ‘퐁당퐁당’이라 불리는 교차상영 방식이 일상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건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외화에도 적용되는, 심각한 문제다.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아침에 한 번, 새벽에 한 번 하는 식으로 스크린을 건너뛰며 상영되기 일쑤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미하엘 하네케의 <아무르> 등을 보려면 꽤나 신경 써야 한다. 론 셰르픽이라는 뛰어난 여성감독이 만든데다 앤 해서웨이나 짐 스터게스 같은 청춘스타급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여서 눈길을 끌고 있는 <원데이> 같은 작품도, 한국에서는 끝장 수준이다. 국내 영화계, 극장가가 극단적인 편향성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감독 스스로 조기 종영 선언을 하는 사태까지 튀어나왔다. 민병훈 감독의 <터치>는 일종의 영화적 자살을 선택한 경우다. 한동안 영화계는 우리 사회가 겪는 파레토의 법칙(2:8의 법칙. 국민의 20%가 국가 부의 80%을 소유하고 국민의 80%가 부의 20%를 쪼개 나눠 갖는다는 사회·경제적 경향을 일컫는 말)을 그대로 이어갈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영화는 영화다. 영화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기대와 호기심, 믿음과 희망을 불어넣는다. 2013년에는 유난히 기대작이 많다. 니콜 키드먼을 캐스팅해 만든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작업한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대표적이다. 류승완 감독이 독일 베를린에서 올 로케로 촬영한 <베를린>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대 최고의 이야기꾼이자 영리하고 뛰어난 감독으로 손꼽히는 봉준호의 <설국열차>야말로 2013년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순위에 올라 있는 작품이다. 틸다 스윈턴 등 개성파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파들의 작품 말고도 국내산 기대작도 꽤나 많다. 최민식·황정민 주연의 <신세계>, 설경구·정우성 주연의 <감시> 등등이다. 이 영화들이 2012년의 활황세를 그대로 이어갈 것인가. 10년 주기로 비슷한 사이클 보여 개인적으로 국내 영화계는 10년을 주기로 비슷한 사이클 구조를 갖는다고 본다. 초반에는 항상 활황세지만 후반에는 크나큰 위기가 온다. 10년 주기의 사이클은 초반에 항상 완만하게 오르다가 중반에 급격한 하향곡선을 타는 모양새를 보인다. 따라서 2012년 호황의 영향은 길어야 2014년 정도까지밖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영화는 늘 오르락내리락한다. 인생도 그렇다. 사회도 그렇다. 지난 1년의 영화계를 들여다보며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