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인 기운이 남달랐던 조성희 감독(왼쪽)과 베팅 감각이 뛰어난 제작자 김수진 대표가 만나 영화 을 만들었다. 은 제작자와 감독의 화학적 결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한겨레 정용일
프로듀서의 세심한 뒷받침이 주효 “항간에는 무서운 분, 고집이 센 분이라고들 얘기하는지 모르지만 감독의 연출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늑대소년>은 아주 자유롭게 찍었다. 많은 대화를 했고, 나보다 더 작품에 대한 걱정, 관심이 많은 걸 보고 놀랐다.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눈앞이 깜깜했다. 앞으로 과연 영화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초조함이 컸다. 김수진 대표 덕에 영화 세상의 문을 열었다.” 조성희 감독이 이렇게 말할 만큼 김수진과의 결합으로 조성희는 밝아졌다. <늑대소년>의 첫 시나리오는 비극적인 감성이 앞장서 있었지만 영화 개발 과정에서 더 폭넓은 관객에게 다가설 수 있는 대중영화로 거듭났다. 김수진 대표는 이렇게 화답한다. “그동안 영화를 만들며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었지만 이번만큼은 왠지 모르게 너무 순조로웠다. 이렇게 뛰어난 감독도 만났고, 시나리오도 술술 나갔으며, 투자도 거의 단박에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캐스팅이 그랬고. 송중기는 이번 영화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것처럼 열심히 해줬다. 감독이 오케이라고 해도 본인이 한 번 더 찍자고 했을 정도니까. <늑대소년>은 행복한 영화였다. 단지 흥행이 잘됐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는 행복한 작업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해준 작품이었다.” 한 명의 감독이 대중에게 주목받는 데는 프로듀서의 세심한 뒷받침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프로듀서는 지켜야 할 선이 있으며 그 선을 넘으면 간섭이 되고 반대로 그 선을 너무 멀리 놔두면 영화를 성공시키지 못한다. 그 선을 지킨다는 게 말로는 쉽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엔딩에 할머니가 된 순이(이영란)가 과거에 늑대소년이 살았던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문까지 다가서고,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가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잘랐다. 짧게 편집했다.”(조성희) “그런데 나는 그게 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떻게 한 번에 그 문을 열 수 있겠느냐고 감독에게 물어봤다. 여성의 감정으로는 그 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그래서 한 번은 발길을 돌려 다시 창고를 나가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망설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감독이 내 말을 따라줬다. 프로듀서는 제작자로서 간섭을 하는 게 아니라 1차 관객의 눈으로 작품을 봐야 한다. 그 장면이 비평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중적으로는 맞았다고 본다.”(김수진) 비평가가 보기에도 그게 맞다. 그 대목에서 관객들의 마음은 아우성친다. 어서 문을 열어, 문을 열라고! 할머니가 된 여자 주인공이 느리게 걷는 동안 관객은 변해 있을 늑대소년의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김수진과 조성희는 제작자와 감독의 환상적인 만남, 최고의 화학적 결합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영화를 만들며 두 쪽 사람은 원수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영화가 성공해도 그렇다. 영광을 서로 나눠 갖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조성희 감독, 새로운 영화 만들 재목 새로운 스타급 감독을 만나게 되는 건 늘 반가운 일이다. 영화는 항상 새로워야 하며 그건 새로운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조성희 감독이 앞으로 그런 재목이 될 것이다. 영화는 의지의 소산이며 일단 제작자의 굳은 결기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법이다. 김수진 같은 기량이 뛰어난 제작자가 건재한 것도 고마운 일이다. <늑대소년>을 보며 송중기·박보영이라는 두 스타 말고도 감독과 제작자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