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련 문제에 영향력 발휘하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홈페이지
한국은 기독교를 자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사회다. 특히 시골보다는 서울에서, 변두리보다는 도심에서 더욱 크게 기독교를 느낄 수 있다. 평소에 자주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라면, ‘기독교와 함께 살고 있음’을 더욱더 실감할 수 있다.
기괴한 차림에 나무나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위협적인 소품을 가지고 등장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기독교인들을 하루에 한번씩은 어김없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도 검색을 하다가 수천수만의 기독교 관련 페이지 중 하나쯤 마주치는 것은 드문 경험이 아니다. 기독교 단체가 넷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핫이슈를 제공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특히 요즘 성과 관련된 이슈 때마다 언론이나 TV프로그램에서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활동하는 한 기독교 단체를 자주 만나게 된다. 그 단체의 이름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다.
우선 기윤실 홈페이지(www.cemk.org)에 들어서면, 첫 화면에서, ‘지하철 노약자석 비워두기 캠페인’을 만난다. 이 밖에도 ‘시각 장애인 바로 알기’, ‘나부터 운동’, 결혼문화원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른바 ‘건전교단’ 소속의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미팅과 예식사업을 하고 있다. 대중에게 기윤실의 존재 이유인 것처럼 알려진 활동인 ‘성 표현물 판금 운동’은 생활운동, 사회정의운동, 교회갱신운동 등 기윤실에서 벌이고 있는 운동의 네 가지 범주 가운데 하나일 뿐인 것이다.
소개 페이지에 의하면 이 단체는 ‘고등 종교’로서 기독교의 윤리적 역할에 자각한 몇몇 서울대 교수들의 모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이들이 성문제에 두각을 나타내게 된 취지에 대해서는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성을 이야기하는 곳에는 반드시 기윤실이 있으며, 성문제에 관한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기윤실은 90년대 중반 ‘순결서약운동’에서 시작하여 이현세, 장정일 등의 성표현 작품을 음란물로 규정하고 판매금지와 작가의 구속을 주장하는 사회운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최근 가수 조피디, 박지윤, 싸이에 이어 박진영 음반의 판매금지운동으로 한창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한번 성명서를 발표하면, 언론은 물론 주요 포털사이트의 이슈폴(설문조사), 토론난 역시 성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기윤실은 이러한 성표현 작품과의 전쟁을 통칭하여 “골리앗을 엎드러뜨리는 다윗의 물맷돌운동”으로 규정한다. 그리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three click운동’을 제안하고 있는데, 영상물등급위원회, 문광부, 음반사 등(골리앗)의 자유 게시판이나 민원제기 게시판 주소를 링크시켜놓고, 항의글(물맷돌)을 날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윤실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단체인 문화연대(www.cncr.or.kr)처럼, 정작 기윤실 사이트에 와서 반대글을 남기는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은 대단하다. 반대자들을 사탄, 악령으로 지칭하며 한때 게시판을 폐쇄하기도 하는 등, 기윤실 역시 게시판운동, 안티운동을 수행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모순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드는 의구심은 이렇다.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의 표현활동에 자신들만의 윤리적 잣대를 고집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이보다 더욱 심각한 여러 가지 비윤리적 상황들이 산적해 있는데, 유독 타인의 성 취향 혹은 예술 취향에 대한 간섭과 금지에 온 신경을 쏟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태도 아닐까. 어쩌면 이들 다윗은 진짜 골리앗은 차마 건드리지 못하고 또래의 힘없는 소년만 골라서 돌팔매질하고 있는 격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한 안티 기독교 사이트(turnoffthecross.wo.to)의 안티 기윤실 배너 문구가 의미심장해 보인다. “케사르의 것은 케사르에게, 기독교 윤리는 기독교에게.”
이수영/ 인터넷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사진/ www.cemk.org

사진/ www.cncr.or.kr

사진/ turnoffthecross.wo.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