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윤리위의 이상한 등급제 소신… 부적절 잣대 내세우고 구체적 활동 숨겨
올해 초 입법된 정보통신 개정법률이 7월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정보통신부와 산하 단체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통윤)에서 추진했던 이 개정안은 애초 인터넷등급제 등 많은 논란이 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청소년 유해매체 표시의무를 제외한 본격적인 등급제는 입법이 되질 않았었다. 그러나 정통윤은 이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표명해왔다. 개정안의 시행에 즈음해서 이들이 현재 어떤 준비와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우선 ‘정보내용등급 자율표시제’(rate.icec.or.kr)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자. 홈페이지의 첫 화면에는 등급제에 대한 설명과 해외동향 안내가 나와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추진일정’에는 “준비중입니다”라는 메시지만 뜨고 있다. 대신 화면 하단의 어설픈 ‘등급제 가상 시나리오’가 실소를 자아낸다. “(엄마가 시장간 동안) 아이가 혼자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지만 등급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안내게시판을 보면 상당히 확고하고 상세하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내용등급제가 유보된 것은 “개정안 법률상에 내용등급제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일 뿐이며 내용등급제 사업추진은 저희 위원회의 올해 중요계획 중 하나”라고 되어 있다.
‘등급규정에는 사이트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있습니까?’라는 항목을 눌러보았다. 대답은 ‘등급제와 관련한 웹사이트 폐쇄조치는 없습니다’이다. 그러나 이상하다. 6월에 웹사이트 폐쇄조치만 벌써 두건. 미술 교사 누드와 자퇴청소년 사이트가 그것이다. 이 밖에도 동성애 등등 범법이 아닌 사이트들이 폐쇄된 것은 어디의 소관인가? 신문기사 검색을 해보니, 언론들은 하나같이 정통윤의 조치였다고 한다.
등급제의 상위 단체인 정통윤 홈페이지(www.icec.or.kr)에 가보았다. 우선 게시판에 들어가자, 현재 화제인 검열과 사이트 폐쇄에 대한 많은 글들이 올라온 것을 볼 수 있었다. 불건전사이트에 대한 신고글도 꽤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정통윤 홈페이지와 청와대 자유 게시판을 고발한 글들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사이트 이름이 ‘아이섹’(icec)이라 불건전하며, 게시판에 욕설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건전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게시판 이외에는 좀 빈약한 편인 홈페이지인데, 왼쪽 메뉴 가운데 ‘정보심의규정’이 보인다. 성적인 욕구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등의 내용에 대해 사업자에게 6개월 이내에 정보의 삭제, 이용정지 등의 요구를 할 수 있고, 이에 불응하는 경우 정통부 장관에게 건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지난해까지 심의통계도 나와 있는데, 총 2만여건 심의 중에서 내용삭제 3천여건, 이용정지와 해지가 5천건이었다. 이 가운데 사이트 폐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일까?
하지만 구체적인 활동의 내역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안티사이트들을 참고하는 수밖에 없다. 사이트 파업 등 알쏭달쏭한 운동방법까지 동원하며 격렬히 정통윤의 활동에 반대하고 있는 사이트들이 꽤 된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프리온라인’(freeonline.or.kr)이다. 이들은 최근 정통부와 정통윤에 대한 뉴스를 재빠르게 전하며 공청회와 시위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폐쇄된 사이트들에 대한 재호스팅(inoschool.jinbo.net)이나 미러링(사이트복제)(freekig.jinbo.net)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정식 사법권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거의 사법기구와 마찬가지인 정통윤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이들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죽고 싶어 환장을 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다시 정통윤으로 돌아와서, 이들이 내세우는 인터넷 윤리강령과 윤리수호 수단들을 살펴보았다. 산하 사이트인 학부모 정보감시단(cyberparents.icec.or.kr)에서는 자녀가 음란물에 노출된 증거로, 자위한 흔적과 색깔이 다른 CD(황금색과 짙은 녹색)의 발견 등을 꼽았다. 자녀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인터넷 수칙 10가지도 제시하는데, 이 가운데 5번은 ‘생소한 사람과 전자우편을 주고 받아서는 안 된다’이다.
한편 정통윤에서는 유해사이트 목록구축 홈페이지(antix.icec.or.kr)를 만들었는데, 인터넷 유해정보 차단 소프트웨어를 개발, 보급하는 민간 기업에게 유해사이트 목록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정보차단 소프트웨어는 앞으로 피시방과 도서관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될 것이라고 한다. 차단 목록은 3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만들고 있었으며, 정통윤은 구체적인 차단사이트 목록을 공개하라는 이들의 요청에는 거절했다(freeonline.or.kr 참고). 차단사이트 목록이 북마크처럼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수영/ 인터넷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사진/ rate.icec.or.kr
게시판 이외에는 좀 빈약한 편인 홈페이지인데, 왼쪽 메뉴 가운데 ‘정보심의규정’이 보인다. 성적인 욕구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등의 내용에 대해 사업자에게 6개월 이내에 정보의 삭제, 이용정지 등의 요구를 할 수 있고, 이에 불응하는 경우 정통부 장관에게 건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지난해까지 심의통계도 나와 있는데, 총 2만여건 심의 중에서 내용삭제 3천여건, 이용정지와 해지가 5천건이었다. 이 가운데 사이트 폐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일까?

사진/ freeonline.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