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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게임하면서 대화도 즐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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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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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의 의사소통 주도하는 채팅 사이트… 화상·음성도 실시간에 주고받아

사진/ sayclub.com
예전에 현대인의 고독과 대화의 단절을 얘기하던 학자들은 요즘 사람들이 ‘대화’에 중독되리라는 사실을 짐작이나 했을까? 그것도 순전히 익명의 대화에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낙을 인터넷 채팅에서 찾고, 채팅의 중독성과 부수적 범죄 행위들이 문제시된 지도 꽤 되었다. 그래서 어떤 무지막지한 회사들은 아예 회사 내 컴퓨터들을 채팅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하도록 차단시키기도 한다.

채팅족들은 주로 야후, 라이코스, 프리챌 등 유명 포털사이트의 채팅 메뉴와 세이클럽(sayclub.com), 하늘사랑(skylove.co.kr) 등 채팅 주력 사이트들을 찾는다. 이제 좀 시들해질 만도 하건만, 끊임없이 새로운 개념의 채팅 방식과 기술이 개발되면서 채팅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좀더 재밌게 화끈하게…. 욕망을 따라 기술이 개발되는 건지, 기술이 욕망을 창조하는 건지 모를 지경이다.

심지어 요즘에는 거리에서 휴대폰으로 관련 사이트에 접속해 채팅을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어떤 마니아들은 컴퓨터 자판보다 훨씬 불편한 엄지손가락 타자법으로도 분당 100타를 자랑하기도 한다.

사진/ webgame.lycos.co.kr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채팅 하면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무작위로 대화방에 접속하여 문자로 얘기를 나누는 것을 의미했다. 요즘 채팅의 모습은 이런 초기의 모습에서 상당히 바뀌었다. 먼저 스타크래프트 등 네트워크게임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새 풍속이 되었다. 그냥 대화를 나누기 위해 채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거꾸로 채팅을 좀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 게임이라는 형식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웹에서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인생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 직업이나 상거래, 결혼 등이 모두 가상 공간 속에서 채팅을 통해 가상적으로만 이루어진다. 라이코스의 웹게임(webgame.lycos.co.kr), 유리도시(gcity.co.kr)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나는 주어진 내가 아니라 내가 창조한 나, 즉 ‘아바타’를 만들어서 가상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아직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정도는 아니기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겐 좀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수준이지만, 가상 아이템 판매 등이 유료화의 성공모델이 되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현실세계와 관련해서도 교육, 거래, 경매, 회의 등 실시간 의사소통이 필요한 특정 목적을 위해 채팅이 쓰이기도 한다. 이것은 음성, 화상 등 멀티미디어 기술과 결재 등 경제적 솔루션, 그리고 사용자 인증이라는 행정(?)적 데이터베이스가 광범위하게 결합한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채팅의 가장 큰 화제는 아무래도 화상·음성 채팅이다. 오마이러브(ohmylove.com), 러브헌트(lovehunt.com), 아이미팅(eyemeeting.co.kr), 씨엔조이(seenjoy.com)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이름도 야릇한 사이트들은 모두 대화방에서 남녀의 구분과 나이는 반드시 드러나게 하여, 채팅의 기본 목적이 무언지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멀티미디어일수록 채팅 상대자는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채팅은 더욱 짜릿하다. 과거 밋밋한 문자 채팅 시절에 비해 사람들이 더 멋있어진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대화방에 접속하면 동시에 여러 개의 조그만 창들이 뜨면서 하나의 창마다 사람의 모습이 하나씩 나타난다. 한 중년의 남자는 자신의 방인 듯한 배경을 뒤로 하고 앉아 있다. 히죽히죽 웃기도 하는데, 아내인 듯한 여인이 청소라도 하는지 잠깐씩 스쳐 보인다. 곱게 단장하고 앉아 있던 여인 하나는 잠시 자리를 뜨는가 싶더니 꼬마 아이를 팔에 안고 나타나 어르면서 다시 채팅을 시작한다. 한 대화방에선 눈에 띄는 외모의 여자와 남자가 있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둘은 서로 사귀기로 했다고 자랑하고는 동시에 퇴장했다.

이수영/ 인터넷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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