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상을 푸르게 만드는 식물 관련 사이트
요즘 유난히 날씨가 좋다. 화창한 하늘과 적당한 바람이 더없이 상쾌하다. 하지만 비가 오질 않고 가뭄이 계속되면, 식물들에는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닐 것 같다. 주변에 식물을 보기가 힘드니 잘 실감은 안 나지만 말이다. 어느덧 도시에서는 흙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비오는 날 질척거리는 땅을 딛지 않아도 되는 것은 좋지만, 콘크리트만 밟고 보고 다니니 너무 삭막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에서나마 나무와 꽃을 심으려 하는 것 같다. 인터넷의 개인 홈페이지들을 보면, 나무와 꽃에 관한 사이트가 꽤 많다. 인터넷과 식물,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인터넷 의사소통과 정보활동이 늘어나면서 종이의 소비량이 많이 줄어, 그만큼 식물들이 보호되지 않았을까.
돌아다녀본 중에서 제일 멋졌던 홈페이지는 재미있는 식물세계(healer.pe.kr)였다. 식물도감, 용어사전 등 자료가 풍부한데, 보아하니 그냥 백과사전 등에서 베낀 자료가 아니라 학명, 한의학 정보, 식물에 얽힌 이야기, 꽃말, 개인적인 느낌 등이 어우러진 독창적인 글들과 함께 예쁜 식물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장의 캐릭터 일러스트도 친근해서 좋다. 다만 지난해부터 업데이트가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이 밖에도 한 임학과 학생이 만든 나무사랑(www.namusarang.net)이 있고, 들꽃사랑(wild-flower.pe.kr)은 야생화 공부방이 잘돼 있어 교육 교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주로 학생들이 많은 것 같은데, 탐구열들이 대단하다. 식충식물에 대한 정보만 모아놓은 홈페이지(my.dreamwiz.com/gbchoi)도 있는데,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의 모습을 플래시로 형상화한 것이 눈길을 끈다.
산을 타는 한 젊은이(심마니?)가 만든 홈페이지인 강원도 고산 약초(sim-mani.pe.kr)에는 첩첩산중 광활하고도 신비한 풍광과 약초들이 자라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커다랗고 시원시원한 사진 속에 담아 올려놓았다. 산삼 사진 같은 것은 보고 있으면, 그 사진을 처음 찍었을 때 심마니의 기쁨이 막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좀 묘하게 만들어놔서, 제대로 보려면 약간의 웹브라우저 조작이 필요하다. 산을 타는 험난하고도 바쁜 생활 와중에 어떻게 이런 방대한 홈페이지까지 만들었을까 의아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사이트를 원한다면, 유한 킴벌리에서 만든 포레스트코리아(forestkorea.org)를 추천하고 싶다. 사이트에 들어서자마자 온통 초록으로 펼쳐지는 화면과 아름다운 새소리들은,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전해준다. 그런데 이곳은 제지회사이기 때문에 조금 당황스러운데, 어디까지나 나무를 죽이는 산업이긴 하지만 그럴수록 나무를 아끼는 마음을 전파시키는 데 투자하겠다는 태도는 좋아보인다.
주말 여행을 위한 식물원 정보 사이트들도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인터넷상으로 보기에는 오대산 부근의 한국자생식물원(kbotanic.co.kr)이 제일 좋아보인다. 천연기념물 등이 자라고 있는 식물원 전체지도를 보면서 세부를 클릭하면 그 부분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이트들을 보면서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 산이나 숲, 식물원 등 정보를 검색한 다음 직접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는데, 괜히 그렇게 해서 자연을 한번 더 해치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렵다. 위에 들꽃사랑 사이트의 들꽃 탐방기 게시판에도 자생지 보호 및 무분별한 채집을 막기 위하여 가급적 지명과 정확한 위치는 적지 않기로 한 것이 현명해 보인다. 그냥 인터넷에서 감상하고 그치는 것이 어떨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기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자연생태보전시민모임 초록빛깔사람들(greenpeople.or.kr) 등에 참여하거나 직접 자연 보호에 뛰어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수영/ 인터넷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사진/ healer.pe.kr

사진/ forestkore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