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시절 보여주는 복고 사이트… 과거 유행음악 듣고 방송 프로그램도 시청
요즘 복고영화 <친구>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의 복고 사이트들도 생겼다 하면 열화와 같은 성원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처음엔 컨셉은 쉽지만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생겨나기 쉽지 않을 듯했다. 그러나 점차 분야를 특화시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늘더니 이제 복고 사이트는 하나의 카테고리를 형성해도 좋을 만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불어났다. 여기서 추억과 감동을 발견한 방문자들의 수와 반응 역시 폭발적이다.
인터넷 복고 사이트는 우리의 ‘과거’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거창한 역사적 자료나 담론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 생활의 일부분을 이루던 아주 사소한 물건들에 대한 애정어린 수집과 해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이트 하나하나가 모두 귀중한 ‘문화사’를 이루고 있다. 역사의 영역에 편입되지 못했던 비루한 것들이 가치를 찾고, 문화라 생각되지 못했던 비천한 것들이 새삼 자리매김되고 있다고 할까. 하지만 사이트 개설자들이 느끼는 보람은 이런 거창한 의미부여가 아니라 방문자들의 열광이다.
바람새의 70년대 음악감상실(windbird.pe.kr)에선 추억의 애청곡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추억의 사진첩’ 게시판에 방문자들이 옛날 사진을 올리도록 하고 있다. 요즘에는 특히 쉘부르, 빠삐욘, 가자가자크럽 등 옛날 라이브 카페 광고 전단지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비록 흑백의 펜선으로 이루어진 조악한 그림이지만 유치해서 오히려 새로운 느낌이다.
웸, 아하, 듀란듀란 등의 노래를 모아놓은 80년대 팝송 감상실(www.poppm2.com)에선 작고 짧긴 하지만 뮤직비디오도 제공한다. 진우엄마가 운영하고 있는 할머니가 불러주신 동요나라(babysong.co.kr)에서는 악보와 가사 등을 제공하며, 할머니가 몸소(!) 맨목소리로 불러주시는 동요음악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다.
딱지 한장에도 유구한 역사와 사회학이 숨쉬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omoo의 옛날 딱지모음 사이트(www.omoo.com/menu.htm)에선 딱지 및 종이인형, 주사위 놀이, 판박이, 책받침 게임, 야구 카드 등 종이로 만들어졌던 옛날 어린이들의 놀이기구를 빼곡이 정리해 놓았다. 패러디 뉴스로 유명한 딴지일보의 박물관(museum.ddanzi.com)은 단순히 자료수집과 보여주기가 아니라, 소주, 사이다, 라면 등 우리 생필품(?)의 역사에 대한 심층 보고서를 제공한다. 개인 소장품(의 이미지)을 올리는 자유 게시판 ‘고물상’도 있다. 그런데 워낙 수집벽이 강한 민족성 때문인지 우리의 희귀한 옛 이미지들을 올리며 서툰 한국어를 사용하는 일본인들도 종종 눈에 띈다.
세계명작동화 애니메이션(tales.nzard.net)에선 과거 텔레비전에서 방송되었던 <호호 아줌마> <플란다스의 개> <미래소년 코난> 등의 자료를 모아놓았고, 일부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웹진 컬티즌에서는 ‘추억의 외화 시리즈 베스트 10’을 연재하고 있다(www.cultizen.co.kr/site/review.htm?Review_code=52). 꼼꼼한 글로 <전격 Z작전> <브이> <맥가이버> 등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크레디트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지만 아쉽게도 동영상은 없다.
옛날 방송들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송사들이 우편 등으로 비디오 테이프 판매를 하고 있지만 홈페이지에서 서비스하지는 않는다. 아쉬운 대로 인터넷방송국 크레지오에 가면 한국방송에서 방송되었던 80년대 뉴스와 <달동네> <유머1번지> <젊음의 행진> 등 추억의 프로그램 등을 볼 수 있다(www.crezio.com/kbsplus/videolib/video1_1.htm).
가장 현대적인 도구인 인터넷에서 ‘그때 그시절’ 이야기가 환영받는 건 인터넷을 움직이는 이가 결국 인간이어서일까. 지금 복고 사이트에 쟁여져 있는 건 전단지나 옛 물건의 이미지가 아니라 개개인의 숨은 추억일지도 모른다.
이수영/ 인터넷 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사진/ babysong.co.kr

사진/ www.omoo.com/menu.htm

사진/ tales.nzard.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