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에 경쟁력 없는 미아로 남아… 간신히 명맥 유지하고 살아남기 몸부림
90년대 초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던 PC통신은 20대 이상의 네티즌들에겐 향수의 대상이다. 비록 이미지 하나 없는 화면이었지만, 또한 나라 안으로 제한되었지만, 이야기 프로그램의 기본설정인 파란 화면에 하얀 글자들이 전하는 갖가지 정보들과 방방곡곡 사람들의 대화에 난생 처음 밤새는 줄 모르고 특별한 기쁨을 맛보았다. 애써 헤매지 않아도 나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었으며, 정치적 이슈 메이커로 부상하여 종종 후끈 달아오르곤 했던 플라자 게시판에서 당당히 논객이 될 수 있었고, 채팅, 번개를 통해 모르던 사람과도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친교 방식에 마냥 신이 났다. 공개 자료실에선 아기자기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을 다운받아 이것저것 실험해볼 수도 있었다. 이런 재미를 놓칠 수는 없지만 한달에 만원도 궁해서 친구의 아이디를 빌려쓰며 꼭꼭 제목에 말머리를 달아 신원확인했던 추억도 있다.
이렇게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참세상 등 PC통신의 전성기가 지나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윈도 기반의 유니텔, 웹 기반의 넷츠고 등이 등장하면서 점차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지만, 이로 인해 PC통신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달에 만원쯤은 자동이체 시켜두고 별 생각이 없는 태평한 가입자나 초고속통신의 비싼 돈을 낼 생각이 없는 저빈도 이용자 등은 남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PC통신을 떠나 광활한 웹으로 발길을 돌렸다. 통신족이라는 마니아적 호칭은 어느새 네티즌이라는 좀더 광범위하고 당위적인 별칭으로 바뀌고, 특수 취미로 취급받았던 PC통신과 달리, 인터넷 안 하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취급을 받게 되었다.
현재 PC통신은 IT, 닷컴 등의 화려한 조명 바깥에서 명맥을 유지하며, 한때 가장 빠른 속도와 화려한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던 채널아이가 폐업하는 사건도 생겼다. 초고속통신망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1년 이상 사용권을 주고,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탈퇴자에게 재가입 권유 전화를 하는 등 수익보다는 가입자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PC통신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신문기사 등 돈을 내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정보를 굳이 이용료를 내가며 PC통신에서 이용할 필요가 없어졌고, 싸지만 느린 PC통신사의 모뎀접속은 비싼 초고속통신망의 요금에 비교해볼 때 그다지 경쟁력이 없다. 탄탄하던 동호회들도 미련없이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1)이에 PC통신사들은 인터넷 포털 서비스로 변신하여 유료 운영하거나 또는 참세상의 진보넷(www.jinbo.net)처럼 아예 무료화를 선언하게 이르렀다. (2)그러면서도 차별화된 서비스, 예를 들면 도심에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한다거나(천리안, 유니텔 타이존, 나우오프라인), 나우누리의 별나우(www.byulnow.com)처럼 독특한 유료 커뮤니티 사이트를 구축한다. (3)아니면 인터넷 솔루션이나 게임개발 같은 본격적인 테크놀로지 회사로 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PC통신이라는 유료 서비스의 해체는, 유료화 모델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닷컴 기업들의 고민을 생각할 때 참 아이러니컬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PC통신의 해체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돈을 내고 이용하면서도 따로 추가 사용료를 내야 했던 유료 콘텐츠에 대해 당당하게 질의 향상을 요구하고 애프터서비스까지 받았던 일, 발기인을 모으고 심사를 거쳐 어렵게 만들던 동호회의 소중함, 책임감을 느껴야만 했던 실명의 글쓰기.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그 좋아하던 ‘공짜’만을 얻었을 뿐이지, 잃은 것이 꽤 많아 보인다. 하지만 정말 공짜를 얻은 것일까? 우리는 대신 지겨운 스팸메일의 홍수와 때로는 사생활 침해의 위험 경보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익명의 사이버 테러에 속수무책의 상처를 받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수영/ 인터넷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사진/ www.jinbo.net

사진/ www.byulnow.com
이러한 PC통신이라는 유료 서비스의 해체는, 유료화 모델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닷컴 기업들의 고민을 생각할 때 참 아이러니컬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PC통신의 해체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돈을 내고 이용하면서도 따로 추가 사용료를 내야 했던 유료 콘텐츠에 대해 당당하게 질의 향상을 요구하고 애프터서비스까지 받았던 일, 발기인을 모으고 심사를 거쳐 어렵게 만들던 동호회의 소중함, 책임감을 느껴야만 했던 실명의 글쓰기.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그 좋아하던 ‘공짜’만을 얻었을 뿐이지, 잃은 것이 꽤 많아 보인다. 하지만 정말 공짜를 얻은 것일까? 우리는 대신 지겨운 스팸메일의 홍수와 때로는 사생활 침해의 위험 경보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익명의 사이버 테러에 속수무책의 상처를 받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수영/ 인터넷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