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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카피라이트, 그 독점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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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3-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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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소프트웨워 단속이 지적재산권 논쟁으로… 공공적 자본을 함께 나눌 수 없나

사진/www.cpf.or.kr
지난주 지적한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와 관계된 정보통신부의 불법소프트웨어 단속논쟁은 결국 소프트웨어의 지적재산권 개념논쟁으로 이어진다. 원래 지적재산권 혹은 저작권(카피라이트)이란 창작자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일정 기간, 일정 범위 내에서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저작권법의 대상과 매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디지털매체 내의 창작물이 문제가 되었다. 기존의 아날로그 저작물들은 이미 안정된 체제 속에서 저작권 개념을 확보하고 있을뿐더러 복제와 배포가 그다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가 이루어진 뒤, 디지털 저작물의 복제와 배포는 매우 쉽고 원본과 똑같은 품질, 무수한 변형 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저작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는 진단이 나왔던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시대에는 좀더 강력한 지적 재산권 개념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고 이는 주로 기업의 논리에 입각한 법제화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보통 어떤 물건을 사면 그것은 개인의 소유로 되며 책의 대여나 음악의 개인적 녹음 등을 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구입한 자의 소유로 간주되지 않으며 변형은 물론 어떠한 경우에도 대여, 복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이미 법제화와 함께, 전통적인 저작권 관리를 위해 문화부가 설립했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copyright.or.kr)가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는 이론정립, 전문가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등 좀더 전문적이고 특수한 경우를 위해 정통부에서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www.cpf.or.kr)를 두어 저작권 등록과 분쟁조정을 한다. 그 밖에 지적재산권 컨설팅그룹 오리진(orizine.net) 등 상업적 단체들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이러한 카피라이트 제도에 반발하여 카피레프트를 주장하는 운동단체들이 생겨나 활동하고 있다. 아직은 국내정치에 끼치는 영향력이 적은 편이지만(우리나라와 같이 국민에 대한 강한 통제력을 가진 국가에서는 이렇게 위법적이거나 반사회적 의심을 받을 만한 주장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세계 운동가들과 연대를 추진하며 꾸준히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freeinternet.jinbo.net
특히 해적질?공유!(freeinternet.jinbo.net: 파일공유의 자유를 위한 모임), 네트워커(networker.jinbo.net), 부산정보연대(pin.jinbo.net) 등 관련 사이트들이 즐비하다. 가장 규모가 크고 활발한 사이트는 공유적지적재산권모임(copyleft.or.kr 혹은 ipleft.or.kr)으로, 우리나라 카피레프트운동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활성화를 위한 연구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이 현재의 지적재산권 제도에 대해 제기하는 비판은, 창작자를 보호하여 기술과 문화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정보와 지식을 소수자에게 독점토록 하여 국가간, 계급간 정보격차를 심화하고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등 인간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정치적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진정한 혁신과 창조를 위해, 공유의 철학을 기반으로 정보와 지식의 생산, 유통, 소비를 가능케 할 대안적인 사회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카피레프트운동의 유래와 전세계적 동향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진보적 입장과 이에 따라 제작된 소프트웨어를 전세계에 퍼뜨리고 있는 자유소프트웨어재단 사이트의 한국어 버전(gnu.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사실 카피레프트와 카피라이트 사이의 대안, 혹은 좀더 바람직한 의미의 카피라이트 형태를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창작자의 권리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공공 영역으로 배포되면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소유권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자유소프트웨어의 이념에 동의하고 원저작자를 밝히는 한 마음대로 변형, 복제 배포할 수 있다.

이것은 이윤추구가 아닌 지적 욕구에 의한 사심없는 활동을 통해 인류의 진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로 보인다. 즉 카피라이트는 창작자에 대한 일종의 명예를 부여해주는 도구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카피레프트의 정신 속에는, 배타적 저작권을 위해 정당한 개인들의 자유가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더구나 소프트웨어 등 창작물들이 실제로는 자본이 아닌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그 저작 인격권은 무시한 채 자본의 이익만을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이념 등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카피레프트의 중요한 윤리적 근거가 한 가지 더 있다. 한 시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공공적 자본에 진 빚에 대해 겸손하게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카피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소유권을 주장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소롭기 짝이 없다. 태양 아래 인간의 지적 구성물들 가운데 어느만큼이 순수하게 제 것인가. 또 모든 위대한 정신은 카피라이트를 무효로 만들어버렸지 않은가. 나는… 인류가 공유해야 할 문화정보를 사적 소유의 잠금쇠로부터 풀어내고자 하는 지금의 카피레프트운동을 지지하며, 인터넷이나 방송 등에서 내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카피레프트를 허용한다는 것을 밝힌다. 하기야 시에 무슨 가격이 있겠는가마는.”(황지우- copyleft.or.kr/columns/2k0228.phtml)

이수영/ 인터넷 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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