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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종이 너머의 작가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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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3-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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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롤로지 활용하는 작가들의 멋진 신세계

사진/my.dreamwiz.com/kasandra
인터넷 시대를 맞아 가장 피해를 본 부류가 누구일까? 종이책을 매체삼아 문학작품을 쓰는 일을 하는 작가들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점차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피해를 받아왔으나 끈질기게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영화와 텔레비전을 비롯한 영상매체가 그랬고 라디오, 심지어 동업자격인 출판만화도 문학의 지면을 줄이는 데 적지않은 공을 세웠다. 이젠 게임과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다매체가 작가들을 위협한다고 할 수 있을까? 혹은 판타지 작가들처럼 오히려 이 환경이 영감과 확산, 응용의 기회가 되었다고 할까.

그런데 어쨌든 작가들은 좀처럼 이런 경쟁자들(?)을 원망하는 법이 없어보인다.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적극 이 새로운 오락 겸 정보거리를 즐기고 이용하고 비평하기도 한다. 자신감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인가. 문학은 아직도 모든 정보와 오락, 모든 ‘이야깃거리’의 바탕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다. 또 감동과 공감을 창출해내는 가장 선도적인 모범 사례 아닌가. 하지만 올드 미디어에 속한 작가들과 테크놀로지의 관계는 썩 조화로울 수만은 없다고 상상되게 마련이다.

사진/my.dreamwiz.com/catjuice
그래도 우리나라 작가들은 인터넷과 사이좋게 지내는 듯하다. 과거 통신 시절부터 파란 통신 화면의 하얀 글자들을 찍어내는 기성 작가들을(물론 젊은 작가들이지만)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하이텔 시사랑 등. 요즘에는 작가들 사이에서 홈페이지 만들기가 유행인 듯하다.

대표적인 것이 소설가 김영하의 작업실(my.dreamwiz.com/kasandra). 웹진 컬티즌(cultizen.co.kr/theme), <씨네21> 등 여기저기서 비평활동을 펼치는 것도 특이하며(본격적인 ‘문화평론가’를 겸하는 소설가는 처음 본 듯하다), 홈페이지 한귀퉁이에 이젠 꽤 유명해진 벼룩시장까지 운영한다. 인터넷에서 만난 듯한 보통사람들(凡人)의 홈페이지를 자신의 메인 화면에 링크시켜놓은 것도 좀 놀랍다. 작가의 위세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문학 스타와 대중은 아직 먼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인 김소연의 홈페이지(my.dreamwiz.com/catjuice)에서는 시와 글, 이미지를 어울려놓은 작업들이 훌륭한 넷 아트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구광본의 문학통신(vbook.co.kr)은 당분간 종이매체의 압박(청탁, 출판 등)으로부터 떠나 인터넷을 자신의 문학 활동무대로 삼겠다고 천명하는데, 앞으로 작가들에게 충분히 가능한 대안으로 보인다.

이렇게 작가들의 홈페이지는 (1)인터넷, 웹을 하나의 새로운 창작 도구로 삼은 사이트 (2)종이를 대신하는 작품활동의 수단 (3)종이책의 홍보수단, 그러니까 작가와 작품을 소개 데이터베이스로 나뉜다.


사진/munyol.pe.kr
꽤 인기있는 작가 홈페이지라 하더라도 찾아가 보면 작가가 직접 만든 개인 홈페이지가 아니라, 성석제(ssjj.net)나 이외수(oisoo.co.kr)처럼 열렬한 팬들이 만들어주고 작가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홈페이지가 많다. 최고의 인기작가 이문열의 홈페이지(munyol.pe.kr)처럼 작가들을 관리할 목적으로 출판사(readers.co.kr)에서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런 홈페이지에선 작가는 대상으로만 존재할 뿐 주체가 아니며, 심지어는 게시판에서도 작가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 글도 지면에 발표했던 것이 아니면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도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등 간단한 활동에 재미를 붙인 작가도 있는데, 대신에 자신이 쓰는 게시판과 방문자가 쓰는 게시판을 구분해 놓으면서, 불혹의 나이에 ‘넷깡’(인터넷 깡패)들에게 당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사실 테크놀로지는 우리가 그렇게 호락호락 이용할 수 있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작가들 대부분이 컴맹이라 해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터넷을 적극 이용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는 커뮤니케이션의 의지 차이인지 아니면 단순히 기술에 대한 접근능력의 차이인지 궁금해진다.

이수영/ 인터넷 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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