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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원격조정이 어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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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2-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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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통한 원격제어시스템 잇따라 등장… 무료 소프트웨어로 해킹 위험성 도사려

냉전시대 스파이영화를 보면, 멋지게 차려입은 정보요원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반짝거리는 손목시계를 쳐들고 꾹꾹 누르거나 음성으로 명령을 내린다. 그럼 어디선가 저 혼자서 스르륵 나타나는 환상적인 원격조종 자동차. 현실생활의 보통 인간들에게 이런 상황은 꿈일 뿐이었다. 물론 장난감가게에 가서 모형비행기, 모형자동차 따위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는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꿈같은 상황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기업용 산업기계에서부터, 가정용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원격조종 장치들이 널리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예를 들어 집에 감시시스템을 설치하고 경보 등을 휴대폰으로 전달한다든지 하는 상품들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넷세상에도 물론 원격조종에 대한 환상들이 있었는데, 인터넷을 떠다니는 우스개들 중에, 모니터를 몇초 동안 바라보면 자신의 얼굴이 찍힌다고 하면서 원숭이 사진을 대신 보내주어 약올리는 사이트나, 역술인과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마주 대하고 앉아 뚫어지게 쳐다보면 기가 통해서 운세를 알아맞힐 수 있다는 등 속임수성 사이트들도 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한 원격제어시스템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자동업데이트(windowsupdate.microsoft.com), 그리고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각종 바이러스를 검사할 수 있게 해주는 안철수연구소(ahnlab.com)의 ‘마이브이3’ 등이다. 또한 집에 웹캠(컴퓨터에 연결시켜 사용하는 소형 동영상카메라)를 설치하고 마이웹캠(www.mywebcam.co.kr) 사이트를 통하면, 회사에 와서도 집안의 모습을 24시간 원격 감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제한된 목적으로 제한된 부분만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원격조종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보통 인터넷에서 ‘원격조종’이라 하면, 트로이의 목마 등 악의성 해킹을 떠올린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아이디어에 착안해서, 수동적 정보열람이나 메시지 전달식 커뮤니케이션 활동에서 탈피해, 편리한 원격제어의 꿈을 컴퓨터에 실현시켜주는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PC’(soft.addad.co.kr/shome/sharepc-1.htm)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프로그램은, 두대의 PC에 설치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두 PC를 마치 한대의 PC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원격제어프로그램이다. 단순히 PC의 활동을 감시하거나 정보를 빼내거나 특정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는 정도의 차원이 아니라 바탕화면을 그대로 보면서 마우스, 키보드 등까지 제어해서, 마치 바로 눈앞에서 그 PC를 사용하고 있는 듯한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사용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전화로만 듣는 것보다는 직접 내 컴퓨터를 원격조종하면서 설명해준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친구와 함께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함께 고를 때도, 둘이 같은 인터넷 브라우저를 볼 수 있고, 또 집에 있고 싶은 날,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회사의 컴퓨터를 마음대로 조종해서 일처리를 할 수 있는 등,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인다.

그렇지만 무료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사이트의 프로그램 사용 후기들을 보면, 해킹당할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하라는 충고들이 진지하게 올라와 있다. 역시 문제는 자기만의 성채에 안전하게 갇혀 있을 것이냐,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편하고 자유롭게 인터넷의 바다에 뛰어드느냐이다.

이수영/ 인터넷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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