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홈페이지 열전 2, 예쁘고 착한 회색 분자들의 사이버 안식처
단지 디자인과 기술만으로 승부하는 고수들의 홈페이지는 강호에서 존경받기는 하지만 오래 인기를 끌지는 못한다. 내용이 빈곤하다면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디자인이나 기술도 결국은 독특하고도 풍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야 제대로 나오는 법이다.
가장 많은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개인 홈페이지계 스타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착실히 업데이트(갱신)되는 서정적이고 고운 화면과 글들, 그리고 게시판에서의 호응이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착한 느림보의 외양을 취하고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는 爲善者들이다(僞善者 아님). 프로필(개인 이력)들을 보면 하나같이 회사 다니다가 뛰쳐나왔다거나, 원래 빈둥거리며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있는 걸 제일 좋아한다는 둥, 정신없는 웹서핑으로 지친 방문자의 마음을 포근하게 누그러뜨려 주는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로 느림과 게으름을 찬양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이만한 홈페이지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페이지 페이지마다 돋보이는 완벽한 레이아웃(구성)과 깔끔한 디자인을 위해서는, 꽤 긴 배움의 시간은 그렇다 쳐도, 지겹고 오랜 시행착오의 기간을 버티는 끈기를 분명 갖추고 있었을 것이며, 수만번 다시 자판을 두드리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노가다가 필요했을 테니 말이다.
그럼 이들의 반산업사회적 서정성과 기술적 친화력은 어떻게 결합된 것일까? 아마도 이들은 삭막한 회사가 정말 죽을 만큼 싫어서 뛰쳐나왔을 것이다. 아니면 구조조정으로 잘렸거나…. 그 다음은 방 안에서 몇주 뒹굴며 좋아하던 게으름을 맘껏 부리다가, 원래 가지고 있던 창작욕구와 감각, 손재주를 가지고 컴퓨터로 혼자 오물딱쪼물딱 홈페이지를 만들어보았을 것이다. 아니면 노동부 직업훈련과정을 거치거나…. 그 다음 인터넷의 친구들을 모으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 짧은 글이나 음악이나 이미지 몇개라도 올려 기쁨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을 테지.
사진/myhome.netsgo.com/chowchow(위). aquibird.com(아래). 이렇게 해서 혹자는 착한 회색 분자들이라 부르고 혹자는 인터넷의 안식처라 부르는 이들 개인 홈페이지계의 스타들이 광수생각, 동물원 등에서 보이던 시화(詩畵)집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대중의 따뜻한 호응을 얻게 된다. 낯선 사람과의 소통과 유대를 소중히 하며 각종 자잘한 이벤트에도 야호를 부르는 소박함과 인간적임, 그리고 쿨함이 이들의 매력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가끔 작위적인 면도 있지만,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착하고 예쁜 위선자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그 유명한 時雨: 때맞춰 내리는 비(my.dreamwiz.com/braveart), 기린 그림의 흔적 창고(members.tripod.lycos.co.kr/giringrim), 이온의 고고클럽(myhome.netsgo.com/chowchow.) 등이다. 그중 CGI(웹사이트 방문자가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환경) 만들기의 황제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수족관새(aquibird.com.)의 홈페이지에는 이 판의 유명인들이 모여들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처음 언뜻 보면 글자와 바탕화면만으로 이루어져 단조롭고, 주로 게시판으로 구성된 수많은 페이지들이 허술해 보이며 귀찮게 느껴지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 열어보면 주인장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이것을 잘 표현해주는 잔기술들의 응용력이 정말 놀랍다.
클릭하면서 미소를 띄우거나 심지어 눈물도 흘릴 수 있는 이들의 홈페이지. 이들은 내다 팔기 위한 상품, 혹은 준비된 상품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위한, 혹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소통의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목적이라면, 왜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 모여들도록 공공의 공간에 만드는가. 아마 그것은 인터넷이 사적인 공간도 아니고 공적인 공간도 아닌 제3의 공간, 친밀성을 공적인 모습으로 유통시킬 수 있는 묘한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수영/웹서퍼·자유기고가 chien7@hanmail.net

사진/my.dreamwiz.com/braveart.
![]() |
![]() |

사진/members.tripod.lycos.co.kr/giringr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