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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직도 컴퓨터를 들고 다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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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1-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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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에 오롯이 만드는 나만의 사무실

사진/timeglider.com
넷세상에 아주 익숙한 사람이라면, 컴퓨터의 물질적인 측면에 짜증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의 무한한 기능성을 마음껏 활용해보고 싶은데, 때로 물질 측면의 뒷받침이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매번 업그레이드해줘야 하고, 잦은 고장, 노트북이 아닌 다음에야 이동이 불편하고…. 사실 노트북이라 해도 완벽한 이동성과는 거리가 있다. 모든 장비가 갖춰진 컴퓨터 시스템 하나 앞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우리 물질계(?)는 부단한 이동을 필요로 한다. 학생인 경우엔 학교와 집 등을 오가며 컴퓨터를 써야 하고, 직업인도 직장에서 출장지 등으로 일터를 옮겨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엔 피시방이란 것이 활성화되어 있어, 어떤 사람들은 여기저기 다른 컴퓨터들로 옮겨다니며 작업한다. 이런 경우 작업한 파일이나 프로그램상의 설정 등은 어디에 저장해 두어야 할지 곤란해진다.

넷 피시(Network Personal Computer)의 발상도 이런 문제 때문에 나온 것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네트워크 컴퓨터라고 해서 주로 인터넷의 활용을 위해 설계된 저가 컴퓨터의 가능성이 논의되곤 했다. 플로피디스켓, CD-ROM 드라이브 같은 보조·저장 장치는 물론, 기타 기능 확대 장치들과 대부분의 프로그램들도 빠지고 오직 필수적인 장치와 소프트웨어만을 장착하며, 나머지 필요한 것들은 모두 네트워크 중앙의 컴퓨터에 접속해서 사용한다는 개념이다. 요새는 이 얘기가 어째 쑥 들어갔다. 기업의 이해관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예상하는 방향하고는 좀 다르게 언제나 해결은 진행되나보다.

대신 요즘 등장하는 해결책은 사이버 오피스 혹은 가상 사무실이다. 인터넷에 접속만 되면 자신이 설정한 업무 환경에서 일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도 변함없는 디지털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webhard.co.kr(위). popdesk.co.kr(아래).

그래서 일단 나온 것이 웹데스크, 웹폴더라고 불리는 인터넷에 만드는 저장 공간이다. 대표적인 것이 데이콤의 웹하드(webhard.co.kr)와 심마니의 팝데스크(www.popdesk.co.kr)이다. 웹하드는 폴더 생성, 파일 올리고 내리기, 파일 공유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데, 저장 공간도 작고 기능도 단순하다. 반면 팝데스크는 1기가를 제공하고, 윈도와 거의 비슷한 사용 환경, 특히 여러 명의 회원끼리 폴더를 공유하여(합쳐서) 저장 공간을 크게 늘릴 수 있어 네티즌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불법 동영상이 유통되는 데 한몫 하기도 하지만 대단히 유용한 서비스임엔 틀림없다.

다이어리, 주소록, 가계부 등 개인일정관리(PIMS: Personal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역시 내 컴퓨터에만 저장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보다 어디서나 접속해 확인해볼 수 있는 웹상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일정관리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은 꽤 많은데, 웬만한 메일 사이트들에서는 거의 제공하고 사용법도 쉽다. 다양한 사이트들을 찾아다니면서 내게 편한 일정관리 서비스를 사용해보자. 일정관리 전문 사이트 중에 타임글라이더(timeglider.com)에서는 일정관리 달력뿐 아니라 메모, 주소록, 가계도(?), 명함, 카드, 일기장 등 여러 아기자기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 나의 일정과 메모,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음성전화으로 전달해주는 텔미텔미(telmetellme.com)가 눈에 띈다.


사진/telmetellme.com
인터넷 북마크(즐겨찾기) 역시 이동이 잦은 넷서퍼들에겐 꼭 필요한 사이트이다. 개인 컴퓨터에 저장된 웹 브라우저의 즐겨찾기보다는 사용이 좀 불편한 것들이 많지만, 애니마크(www.anymark.co.kr)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거의 불편을 못 느끼고 어느 컴퓨터의 브라우저든 내가 설정해둔 대로 북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모이면 그럭저럭 쓸 만한 가상 사무실 하나 꾸민 셈이 된다. 하지만 아직은 서비스의 안정성 확보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웹상에서도 자유로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렇게 인터넷에 기반한 우리 삶은 조금씩 물질적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모든 것이 디지털 코드로 변환되는 사이버 공간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중이다.

이수영/ 인터넷 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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