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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점집, 미아리 가기 귀찮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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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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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 상담 사이트, 관상 사이트, 카드점 사이트, 인터넷 부적까지 안방에서

연말연시가 다가온다. 이즈음이 되면 사람들은 지난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대비하자는 다짐의 마음으로 점을 보러 가거나, 책꽂이에서 토정비결 등을 뽑아보기도 한다. 요즘엔 운세를 알아보는 장소와 방법도 무척 다양해졌다. 분위기가 화사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철학카페’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신뢰성은 좀 떨어져도 싸고 손쉬운 맛에 컴퓨터점도 많은 이들이 이용한다. 인터넷 운세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미래를 예언하는 일이란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고 또 특유의 신비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의 운세사이트는 비록 사이버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여타의 사이트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사이트 개설자의 내공과 사명감에 비례해 방문자가 느끼는 인상과 흡인력은 확연히 차이난다. 유치하거나 장사꾼 속셈 같은 곳이 있는가 하면, 영험해 보이는 사이트에는 심지어 게시판에서도 그 설치는 악동들의 글이나 광고물들도 안 보이고 한 말씀 듣고자 하는 엄숙함만이 흐른다.

하지만 점을 본다는 것은 고도의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일일 텐데, 얼굴을 직접 마주 대하지 않고, 출처가 묘연한 획일적 데이터로 판단한다는 느낌이 들어 좀 꺼림칙한 게 사실이다. 일부 700 운세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비싼 통신요금 내가며 끝까지 듣고나니 친구와 나의 점괘가 몽땅 똑같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진/www.shaman.co.kr)
그래서 인터넷의 운세사이트들도 직업인(?)이 개설한 경우에는 웹페이지는 단지 창구 구실만 하고, 결국 일대일 상담을 통해 점을 보고 돈을 내도록 돼 있다. 이들을 링크해주는 인터넷과 무당(www.shaman.co.kr)이라는 포털사이트도 있는데, 이런 데도 첨단기술을 사용하는구나, 정말 넷세상이 되기는 되었나보다 하는 감회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기분전환이나 재미삼아 운세를 보고 싶은 거라면, 어려운 한자 잔뜩 나오고 기이한 의고체 문장에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무속이라든지 역학사이트에는 왠지 오래 머물기 꺼려진다. 그렇다면 가볍게 혼자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

대개 점술은 사주(생일), 관상(얼굴) 등 통계적 신빙성을 가지고 치는 점과 카드 등 우연의 계시를 믿고 점을 치는 방법으로 나뉜다. 상대적으로 간단한 구성만으로도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생년월일을 가지고 하는 통계점 사이트는 꽤 많다. 웬만한 사이트들의 게시판에도 퍼다 올리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진/my.netian.com/~sehhi(위).www.mypartner.co.kr/Mypartner/index.php(아래).)

꽃점(탄생화), 별점(별자리), 띠점, 보석점 등 명칭을 붙이고 성격과 올해의 운세 등을 풀이해 주는데, 각각의 운세에 도움이 되는 물건, 향수, 칵테일 등을 추천해 주거나 휴대폰 번호점이라는 것도 개발해 눈길을 끈다(my.netian.com/~sehhi).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관상이나 손금은 어떻게 볼까. 마치 몽타주를 만들듯이 여러 가지 모양의 얼굴형, 눈, 코, 입을 선택해 조합한 ‘사이버 내 얼굴’을 만들고 관상과 궁합을 함께 볼 수 있다(www.mypartner.co.kr/Mypartner/index.php). 그런데 문제는 나름대로 한참 고심해서 선택을 해도 결국 나오는 ‘내 얼굴’을 보면 약간 경악스럽다는 것이다. 정말 얼굴이란 몇몇 가지 공식으로 조합되기는 힘든, 심오하고 독특한 구조물인 듯하다.

(사진/hey.to/boadicea)
인터넷에서 카드점을 치려면 좀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카드점을 자바 스크립트로 온라인상에서 구현한 사이트가 있다(hey.to/boadicea). 단지 제공해주는 내용만 얻을 수 있는 통계점과 달리,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을 하나 써넣고 점괘가 나오면 다양하게 해석해볼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잘 안 풀리는 일이 있다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모호한 대답을 듣더라도 약간이나마 마음의 위로가 된다. 그 밖에, 부적을 만들어 휴대폰 창에 띄워주거나 티셔츠로 만들어주는 사이트(horus.co.kr)도 있다.

이수영/ 인터넷 서퍼·자유기고가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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