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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매혹적인 광고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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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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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동영상 구현하는 인터넷 광고… 멋진 형식 개발해 네티즌 눈길 모아야

(사진/www.netsday.com)
광고없는 텔레비전, 광고없는 잡지를 본다고 생각해 보자. 왠지 삭막한, 혹은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게 될 것이다. 광고는 이제 우리의 매스컴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빽빽한 정보들 중간에 휴식이 되어주고 건조한 말과 글 사이사이에 윤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방송이나 기사보다 광고가 더 재밌다는 말이 나올 만큼, 사람들이 광고물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때에 따라서는 예술로까지 대접하게 된 요즘이다.

그런 만큼 각 매체에서는 알맞은 광고 형태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힘써 왔다. 인터넷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배너 광고와 팝업 광고이다. 주로 웹페이지 안 여기저기 네모나게 반짝거리며 누르면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들이 배너이고, 웹페이지를 열 때 거의 동시에 떠오르는 또다른 조그만 창이 팝업이다.

배너는 기본적으로 신문, 잡지 등 인쇄물의 광고 삽입 형태들을 본뜬 것이다. 하지만 멀티미디어라는 인터넷 속성에 어울리게 이미지에 움직임은 물론 소리까지 나오는 다양한 기술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요즘에는 작은 배너 창 안에 거의 완벽한 동영상을 구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지나치게 눈에 띄는 데만 집착해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란한 색깔의 이미지 때문에 눈이 아파 웹페이지를 집중해서 오래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럴수록 용량도 커지기 때문에 웹페이지가 뜨는 시간이 느려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속임수를 쓰는 배너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즉 윈도 운영 체계 특유의 표시나 반응들, 그러니까 대화상자라 불리는 것들의 이미지를 똑같이 흉내내어, 배너 광고인 줄 모르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내용 보기]를 누르세요’라든지, ‘잘못된 연산을 수행하여 종료됩니다. [취소] 또는 [확인]을 누르세요’라고 하면서, 심지어 오른쪽 위에 ㅡ ㅁ X까지 달고 있어서, 윈도의 대화상자가 뜬 줄 알고 눌렀다가는 바로 광고 사이트로 이동하게 된다. 보나마나 아무도 관심없어 할 내용이기에 이런 속임수를 쓰는 것이다. 한마디로 컴맹이거나 실수인 경우만으로도 클릭을 유도하여 어떻게든 조회 수만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반대로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짜증이 아닌 즐거움을 주는 배너들도 있다. 간단한 게임을 집어넣는 것이다. 퍼즐이나 퀴즈를 맞추고 해당 페이지로 이동하면 상품을 주는 식이다. 광고의 효과를 높이려면 이래야 할 것이다.


팝업 광고는 배너보다 좀더 귀찮은 존재다. 하나하나 찾아가 지워야 할 뿐만 아니라 페이지를 이동할 때마다 새로 뜨기 때문에 조금만 지워주는 걸 소홀히 하면 수두룩이 창이 떠서 컴퓨터 화면이 아주 지저분해진다. 어떤 팝업은 아예 지우기가 불가능하거나(이럴 땐 Alt와 F4 키를 함께 누르면 된다), 저 혼자 부르르 떨면서 점점 커지기도 한다! 특히 무료 홈페이지를 제공하는 데서 팝업이 많이 사용되는데, 그 귀찮음이 극심하여 방문 수를 줄이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발빠른 사용자들은 홈페이지에 뜨는 팝업 광고를 없애주는 스크립트를 개발하고 뿌리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배너 역시 삭제해주는 프로그램이 개발돼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www.netsday.com).

그러나 배너나 팝업 등 광고는 인터넷을 유지시키는 가장 큰 경제적 기여를 하는 공신이다. 대부분의 별다른 물적 기반을 가지지 못한 웹 사이트들 수익이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배너는 단순히 광고를 내보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웹페이지에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기업 광고이든, 카피레프트나 환경운동처럼 특정한 주장에 동조함을 나타내는 배너이든 어떻든 배너없는 웹페이지는 뭔가 빠진 듯하고 미완성인 듯한 느낌을 줄 정도가 된 것이다. 심지어는 순전히 멋으로 배너를 달아놓거나 자기 사이트의 특정 메뉴를 눈에 잘 띄도록 배너로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광고를 배척하기보다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편안하고 멋진 형식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광고 덕분에 돈을 내지 않아도 되고, 또 광고 보기도 꽤 재미있어들 하는 텔레비전에서처럼 말이다.

이수영/ 인터넷 서퍼·자유기고가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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