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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뜨는 채널은 인터넷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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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1-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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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입맛에 따라 즐기는 인터넷방송… 참여의 폭 넓지만 기술적 장벽 많아

집에 컴퓨터를 들여놓으면 남자들은 맨먼저 야한 CD를 집어넣어 보거나, 전용선을 깐 경우에는 우선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해 본다고 한다. 인터넷방송(웹캐스팅이라고도 한다)도 성인채널로부터 부흥이 시작되었다. 아직 인터넷방송이 시작단계이고 요즘 꽤 어려운 여건 속에 놓여 있지만, 성인채널들만은 안정된 서비스와 탄탄한 수입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앞서서 길을 닦아놓는다는 점에서 호의를 보낼 만하다.

인터넷방송 중에 성인채널이 유일하게 수익을 올리는 이유는, 야한 것을 보려는 사람들의 강한 욕구가 이 채널들에 기꺼이 돈을 내도록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짜를 무척 좋아하는, 더구나 인터넷에 돈내는 걸 불쾌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 상황에서, 방송처럼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 제대로 유지되기는 참 힘들 것이다. ㅡ더구나 아무리 요즘 TV가 재미없어졌다지만, 아직도 대부분 사람들은 TV 이상의 것을 찾을 필요를 별로 못 느끼는 듯하다.

그러나 TV가 따라올 수 없는 인터넷방송의 커다란 장점이 두 가지 있다. 그 하나가 인터넷의 즉시성과 쌍방성, 즉 생방송을 진행하며 시청자들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성인채널에서 적극 활용하는 편인데, 게시판이나 채팅창을 통해 진행자의 야한 동작이나 멘트 하나하나에 시청자의 뜨거운 의견이 바로 올라오고, 진행자는 거기에 맞춰 더욱 짜릿(?)하게 대응한다.

또 하나는 시청자에게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까 공중파나 케이블의 대규모 방송사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소수를 위한 방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길거리문화 전문방송(www.3on3tv.co.kr)이나, 언더그라운드 음악가들의 공연과 인터뷰 전문방송(www.indiz.com) 등에 들어가면 이전에는 발로 직접 뛰지 않으면 볼 수 없었던 드문 풍경들을 안방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TV에서처럼 한번 지나가버린 방송은 볼 수 없는 게 아니라, 인터넷방송에서는 VOD(주문형비디오)처럼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동영상은 얼마든지 다시 시청이 가능하다.

또한 투엔티아이즈(twentyeyes.watchnjoy.com)와 같은 서바이벌 쇼는 10명의 출연자가 기거하는 집 구석구석에 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시청자가 원하는 장소를 클릭해볼 수 있게 하고 있다. 공중파는 고사하고 케이블에서도 불가능한 기획이다. 내 책상 모니터 속에 나와 함께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출연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떠오른다는 건 정말 묘한 경험이다. 즉석 탱고를 추며 1번 카메라에서 멀어져가는 한쌍의 출연자를 따라 3번, 5번 카메라로 추적해 무슨 일이 벌어졌나 보는 것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인터넷방송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일단 전송량이 매우 커서 좋은 컴퓨터와 전용선을 갖추지 않으면 거의 시청이 불가능하며, 방송을 제공하는 회사쪽에서도 든든한 용량과 넉넉한 회선의 서버 컴퓨터들을 갖추고 있어야 안정된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면의 크기도 5×5㎠ 이상이면 화질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뚝뚝 끊기고, 소리와 영상이 일치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켜놓으면 보든지 말든지 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바보상자 TV와는 달리 인터넷방송은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능동적 선택과 참여에 의존하며, 꽤 많은 기술적 장벽들을 거쳐야 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노력과 참을성을 요구한다.

이런 인터넷방송의 번거로움 있다고 해서 계속 TV만 찾는다면 ‘넷맹’이란 소리를 듣는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TV를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공중파뿐 아니라 돈내야 볼 수 있던 케이블TV 역시 시청 가능하다. 빛고을(www.vitgoul.co.kr)에서 ‘v-tv’라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된다. 물론 화질이 좋지 않다는 점은 감수해야 하지만, 회원가입만 하면 공짜다.

이수영/ 인터넷 서퍼·자유 기고가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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